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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활용, 편리함과 역작용 사이에 서다

  • 고평석
  • 입력 : 2017.06.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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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휴먼-79]
- 아마존은 진작에 물건 판매보다 데이터가 더 가치가 있음을 알았다.
- 데이터 활용이 지나치면 역작용이 발생한다.
- 편리함과 역작용 사이에서 영리하게 데이터 활용을 해야 할 때다.


메이지유신/출처=위키피디아
▲ 메이지유신/출처=위키피디아
과거의 성공은 절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미래의 성공을 위해 과감히 과거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일본은 오랫동안 막부 체제였다. 수혜자들은 사무라이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데 사무라이가 방해된다는 것을 일본 근대화를 이끈 지도자들은 알아차렸다. 더 이상 칼이 필요 없고 총과 헌법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무라이는 무려 200만명에 달했다. 자존심으로 버텨왔던 이들이다. 특히 200년 동안 특별한 전쟁도 없었다. 앞으로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사무라이식 전투를 할 리 없다. 쓸모없는 집단일 뿐이었다. 메이지 시대를 연 일본 리더들은 일왕의 이름으로 모든 계급의 종말을 선언했다. 책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토드 부크홀츠 저)에 따르면 메이지 정권은 사무라이들의 세습적인 봉급을 절반으로 줄였고, 명칭도 시조쿠(士族)로 바꿨다. 1876년에는 이들이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금지했다. 권력, 부, 명예를 모두 빼앗은 셈이다. 물론 이들이 곱게 물러나진 않았다. 분노했고 저항했다. 메이지 정권은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평민들을 대상으로 일왕의 군대를 모았다. 사쓰마에 집결한 2만명의 사무라이들은 정규 군대와 맞서 싸우며 패배를 맛보았다. 사무라이를 이끌던 다카모리가 할복을 했다. 사무라이의 시대는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런 자세로 무장한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공식에 자신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사진=AP
▲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사진=AP
이런 식의 변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농업 시대에는 땅이 중요한 자원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이 필수 재료였다. 산업화로 넘어갈 때 땅을 붙들고 곡물의 소중함을 강조해봤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기에는 데이터가 곧 돈이요, 영향력이다. 검색 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뉴스 매체 등이 서비스나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하면 답이 안 나오게 된다. 무조건 데이터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게 현재과 미래의 성공 공식이다. 진정한 가치는 물품이 아니라 데이터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IT계 거물이 된 이유다. 그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손해를 보면서도 실구매자 2억명 이상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왔다. 개인별 구매 이력과 각 집단들의 구매 습관은 아마존의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데이터로 막대한 이득을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사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데이터 관리에 쏟아붓고 있는 구글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관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는지는 기밀이다. 추정은 가능하다. 2013년 기준으로 구글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210억달러(약 24조1500억원, 환율 1150원 적용)를 썼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데이터가 곧 돈이요, 영향력임을 아는 기업들로서는 데이터의 순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수다. 아마존으로서는 특히 거짓 상품평을 정확히 골라내는 일이 핵심이다. 책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타일러 코언 저)에는 코넬(Cornell) 연구팀이 개발한 가짜 상품평을 90% 이상 찾아내는 방법이 나온다. "돈을 받고 작성한 가짜 상품평은 최상급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너무 두루뭉술하게 평가하며, 상세한 후기가 없고, '나는' 혹은 '나를'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가짜 데이터를 골라낼 수 있다고 해서 가짜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들이 바로 항복하지 않는다. 90%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패가 나왔다는 것은 곧 90%를 피해갈 수 있는 창이 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상급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어떠한 제품에 대해 극찬을 하는 상품평이 등장할 것임은 예상 가능하다. 속임수는 정교해지고, 이것을 막는 방법들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양측 모두 막대한 노력을 들이며 데이터 시장 자체가 확대해 나간다는 점은 확실하다.

SNS Ello 로고/출처=위키피디아
▲ SNS Ello 로고/출처=위키피디아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소비자들의 태도다. 지금껏 소비자들은 자신의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기업에 의해 엉뚱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사용 자체를 줄이려 하지 않았다. 물론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를 위한 몇몇 서비스도 등장했다. 검색 엔진 덕덕고(DuckDuckGo)는 사용자를 추적하지 않는다. 위커(Wickr)는 암호화된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엘로(Ell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데 사용자의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고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 서비스는 안전하다. 틈새를 노린 서비스다. 반면 데이터를 매끄럽게 활용하여 나에게 편리한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해 주던 기존 기업들에 푹 빠져 있는 소비자는 이들이 무척이나 불편할 듯싶다. 아마존, 구글 등 소위 빅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에 가속을 붙여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상황이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Tomas Chamorro-Premuzic) 교수와 심리학자 나탈리 나하이(Nathalie Nahai)의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초반에는 승리를 거두긴 한다. 타깃이 맞추어진 데이터는 소비자들 구매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비용이 발생한다. 일명 심리적 리액턴스(유도저항)의 문제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지 않고 나를 너무 잘 알아봐 주는 가게에 가면 불편함을 느끼는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자유와 자율에 위협을 느끼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충고나 조언, 편리한 배려 등이라고 해도 반대로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김을 의미한다. 즉 아마존이나 구글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일정 선을 넘어가면 역작용이 생기게 된다. 고객의 충성도는 낮아지고, 편리함은 불쾌함으로 변한다. 데이터 속에 돈과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것이 만만치 않음도 옳다.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닌 데이터가 돈을 버는 시대다.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수록 얼마나 데이터가 정교한지, 얼마나 데이터가 진실에 가까운지가 중요하다고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고객에게 어느 정도로 다가가야 부담감 없이 접근이 가능한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때다. 편리함과 역작용 사이에서 고민이 본격화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사생활 침해와 편리함 사이의 교환 형식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지혜가 필요한 이유도 그것에 있다. 인공지능이 쉽게 답을 줄 수 없는 영역이 계속 늘어나고, 지속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확보 이후에 편리함과 역작용 사이에서 균형 잡힌 활용이 중요하다. 여기에 금맥이 있지 않을까?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고평석 인문디지털 커넥터, 책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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