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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브로맨스 언제까지 이어질까?

  • 임영신
  • 입력 : 2017.08.0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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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48] "중·러 관계는 역사상 최고로 좋다(China-Russia relations are at their best time in history)."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 현지 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양국 간 우호·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러시아 최고 권위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훈장을 단 시 주석이 러시아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며 '모스크바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 관계)'를 대서특필했다.

지난달 초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러시아 최고 권위의 훈장을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AP
▲ 지난달 초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러시아 최고 권위의 훈장을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AP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대표적인 '스트롱맨'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프'처럼 지낸다"고 최근 보도했다.

둘이 얼마나 절친한지는 만남의 횟수가 잘 말해준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이 전 세계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모스크바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총 7번이나 찾았다. 정상회담 등 각종 행사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별도로 만난 횟수는 무려 22번에 달한다.

서로의 기념일과 행사도 꼬박꼬박 챙겨준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이 막간을 이용해 푸틴 대통령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두 정상은 보드카를 마시며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각자의 부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2015년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아 군사 퍼레이드를 화려하게 열었을 때도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 정상들이 불참했지만 시 주석은 행사 내내 푸틴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자신의 핵심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一對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제 포럼을 개최했을 때 역시 대다수의 서방 국가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초라할 뻔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시 주석의 곁을 지켰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VVIP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AP
▲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VVIP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AP
친하면 서로 닮는다더니 이 둘이 꼭 그렇다. 시 주석은 최근 '핵심(核心)' 이라 불리며 1인 지배체제 길을 닦고 있다. 이미 20년 가까이 권좌를 누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도 '21세기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린다.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정책들은 서로 벤치마킹한다. 중국은 시민단체(NGO) 활동을 강하게 규제하는데 이는 러시아의 법을 참고했고,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중국에서 따오는 식이다.

그렇다면 둘의 브로맨스는 얼마나 갈까. 이코노미스트는 "오래 지속되기엔 서로를 불편해하는 요인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13억 인구와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중국이 신경 쓰인다.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상당수는 최대 교역국이 중국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일대일로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은 경제 분야, 러시아는 정치·외교 분야에서 각각 우월적 지위를 구축한 상태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특성상 해당 국가의 정치·외교 사안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러시아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동쪽지역을 중국이 언젠가 침범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동쪽지역은 과거 중국이 지배했기에 일반 중국인들은 땅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는 중국의 침략에 대비한 군사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 정치엔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말이 있다. 당초 '트럼푸틴'이라 불리며 뜨거운 브로맨스가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는 지난달 말 미국 상원이 러시아 제재안을 가결시키고 러시아 정부가 보복 조치로 미국 외교관 추방 방침을 발표하면서 깨졌다.

[임영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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