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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푸틴의 휴가 포스가 느껴지지만...

  • 안정훈
  • 입력 : 2017.08.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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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51]
지지율 끌어올리는 '정치적 쇼'로 휴가 활용
3대 키워드는 '상반신 노출·사냥·스포츠'
지나친 연출에 조작 시비 휘말리기도
지난 1~3일 휴가를 맞아 시베리아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푸틴 대통령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 지난 1~3일 휴가를 맞아 시베리아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푸틴 대통령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7월 말~8월 초는 만국 공통의 여름휴가철이다. 세계 정상들도 예외가 아니다. 눈코 뜰 새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이때만큼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다.

그중에서도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조금 특별하다. 그에게 휴가는 '상남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과시하며 지지율을 쌓는 정치 프로파간다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달 1∼3일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기는 푸틴 대통령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지난 5일 언론에 배포했다. 러시아 언론 시베리아타임스도 사진 배포에 맞춰 '푸틴 대통령이 타이가 호수에서 강꼬치고기(pike)를 추격했고, 2018년 대선 출마를 생각해보겠다고 약속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3선째 임기를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용도로 이번 휴가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의 여름휴가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반신 노출'이다. 1952년생으로 올해 65세인 푸틴 대통령이지만 매년 나이를 잊은 듯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시선을 끈다.

푸틴 대통령이 휴가 때마다 상의를 벗는 이유에 대해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알몸이 공개될 때마다 각종 매체 및 블로그에서 화제가 되고, 이것이 러시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수년간 "여성들이 푸틴 대통령의 혈기 왕성한 상반신에 찬사를 보내고, 만족감에 소리까지 지른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1~3일 휴가를 맞아 시베리아 강가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 지난 1~3일 휴가를 맞아 시베리아 강가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또 다른 키워드는 '사냥'이다. 푸틴 대통령의 휴가 사진은 대부분 웃통을 벗은 채 낚시를 하거나 엽총을 들고 말을 타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이번 휴가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두 시간에 걸쳐 다이빙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작살총으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연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호수의 수온이 섭씨 17도 밑이었다"며 찬물 속에서 두 시간 동안 낚시에 열중한 푸틴 대통령의 왕성한 체력을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 휴가에선 북극곰과 시베리아 호랑이 등 맹수를 사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극동 시베리아의 숲에서 사진기자에게 달려드는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쓰러뜨렸다고 밝혀 전세계에 무용담을 회자시킨 바 있다. 이 같은 활동이 위험하지 않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사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맞받아쳐 더욱 유명해졌다.

마지막 키워드는 '스포츠'다. 푸틴 대통령은 휴가를 다녀올 때마다 상반신을 노출한 채 말을 타거나 접영을 하는 등 남성성을 과시할 수 있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진을 방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치에서 훈련 중인 유도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코치와 연습경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5월엔 아이스하키 경기에 직접 선수로 나서 격한 몸싸움을 벌이며 6골을 기록해 관중을 열광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그 외에 행글라이더, 스키, 스쿠버다이빙 등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소치를 찾은 푸틴 대통령이 유도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유도기술을 구사하는 모습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 지난해 소치를 찾은 푸틴 대통령이 유도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유도기술을 구사하는 모습 /사진=러시아 크렘린궁

이쯤 되면 못하는 게 없어 보이는 '르네상스맨'으로 보이는 푸틴 대통령이지만 항상 과한 연출에 '조작' 시비가 따라다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잡았다는 야생 호랑이는 4년 뒤인 2012년 동물원 호랑이를 가지고 연출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2013년에는 기네스 기록 수준인 21㎏짜리 강꼬치고기를 낚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진위 논란을 낳았다.

푸틴 대통령이 2013년 직접 낚았다는 21kg 강꼬치고기 /사진=위키피디아
▲ 푸틴 대통령이 2013년 직접 낚았다는 21kg 강꼬치고기 /사진=위키피디아
2011년에는 흑해에서 스킨스쿠버를 즐기던 중 고대 그리스 도자기 2점을 발견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를 두고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자 나중에 공보실 대변인이 "얕은 물에 도자기를 미리 갖다 놓은 것"이라고 인정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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