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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경찰 무장론' 확산 잇단 테러에 전통 허무나

  • 박대의
  • 입력 : 2017.09.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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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런던 지하철 열차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해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총기 무장을 한 경찰이 국회의사당 앞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 지난 15일(현지시간) 런던 지하철 열차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해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총기 무장을 한 경찰이 국회의사당 앞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69]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 전 지역에서 경찰관은 평소 총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이는 지난 188년 동안 지켜져 오면서 영국 경찰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에서 순찰에 나서는 경찰이 소지하는 물품은 경찰봉, 최루스프레이, 수갑, 전자충격기 등이고 총은 없다. 경찰이 됐다고 해서 모두 총기를 지급받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 없는 경찰'을 영국의 독특한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전통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개월 동안 영국에서 발생한 5건의 테러 사건과 더불어 다른 범죄들까지 꾸준히 늘어나면서 경찰관의 총기 소지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국가 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영국 경찰서장위원회(NPCC)는 테러 무력 대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현재 전체 경찰관 중 불과 5%만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총기 보유율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지금까지 경찰 스스로 무장을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자신들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모든 총기의 유통을 막을 수 있다며 경찰의 총기 휴대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런던경찰청은 영국에 밀수된 총기 수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며 테러리스트에 의한 습격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자신들의 총기 소지 권한을 내려놓은 의미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경찰 내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런던경찰청이 지난 1월 내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장경찰의 수가 충분하다고 답한 경찰은 전체의 6%에 그쳤다. 클라이브 엠슬리 오픈대학 범죄학 교수는 이 결과를 두고 "일반적인 순찰 업무를 무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지난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사건 중 하나가 지난 3월 런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에서 발생한 테러다. 당시 총기 없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웨스트민스터로 침입하려던 용의자를 저지하려다 사살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찰관 무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 고위급 경관은 "웨스트민스터 테러 이후 경찰은 6건의 테러 미수 사건을 막아냈다"며 "그럼에도 위협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무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수년간 지켜온 전통을 지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실시한 런던의 테러 대응 상황 조사를 통해 파리, 브뤼셀 등 다른 유럽 대도시에서 경찰의 총기 휴대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테러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거리에 무장경찰을 배치하더라도 시민을 안심시키지는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영국에서 경찰관 전원을 무장시키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소수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런던브리지 테러 이후 일상적인 무장은 합리적이라도 실용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런던 거리를 지키는 무장경찰 수를 지금보다 늘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딕 청장은 "일반적인 순찰이 테러 위협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며 "정부에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지난해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무장경찰을 1500명 증원하기 위해 1억4400만파운드(약 22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목표 수치만큼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증원 목표치는 현실성이 없다며 더 늘려달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 5월 맨체스터에서 열린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사태에서는 부족한 무장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군인이 배치됐다.

런던 시민들은 경찰의 총기 소지에 환영의 뜻을 보내고 있다. 테러가 발생했던 런던브리지 인근에서 기념품 판매를 하고 있는 마르고 발포어 씨는 "미국처럼 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총기 휴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19세기의 전통이 아닌 21세기의 위험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대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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