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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칼럼]문재인정부 천동설(天動說) 안통했다

  • 김세형
  • 입력 : 2017.09.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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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국정이 온통 북핵 문제와 정치적 복수극 냄새가 나는 적폐 청산으로 회오리다. 현재와 과거에 매달려 있을 뿐 미래는 없다. 미래는 곧 경제다. 뛰어난 경제학자 슘페터와 에릭 바인하커는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주체는 오직 기업가뿐이라고 했다. 마침 올해 세계경제는 10년 만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 목표를 3.6%로 올렸고 미국, 유럽연합(EU), 아시아가 고루 좋은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바로 이런 순간에 기업가들이 돌고래처럼 솟구쳐 오르는 나라는 번영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다섯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기업인들 붙들고 한번 예감을 물어보라. "이대로 가단 망칠 것 같아 불안하다. 반도체 착시를 빼면 앞이 안 보인다"는 반응들이다.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든지 락앤락처럼 팔아버리고 싶다는 말을 더 쉽게 들을 수 있다. 왜 그러는가. 갈수록 기업하기 어렵도록 꼬아가기 때문이다. 법인세 상향,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중이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처럼 노조 자체를 개혁하긴커녕 경영주를 옥죄는 조치들뿐이다.

나는 새 정부 핵심 브레인들에게 두 개의 비급을 들은 바 있다. 하나는 천동설 이론이다. 새 정부의 생각의 전환은 지동설에서 천동설로 바뀌는 것만큼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경제 운용 방식은 무조건 부인한다. 재벌 중심 경제는 중산층 이하로 내려가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가 사라져 양극화만 부채질하니 폐기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큰 정부론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국가부채가 늘더라도 예산을 투입해 공무원 일자리를 창조하자는 발상이다. 최저임금을 통 크게 16.4%나 올리고 그만큼 급여를 못 주는 영세기업 근로자에게는 정부 예산으로 월급을 주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실험을 하고 있다. 연간 3조~6조원 투입을 각오한다. 이것이 곧 소득주도성장론이다. 표학길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론을 설계한 블래커, 바두리 교수는 콕 찍어 한국과 덴마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매우 석연찮게 평가한 바 있다.

두 번째 비급은 새 정부 참모들이 노조, 금융, 구조조정 등 3가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노조 파워 붇돋워주기다. 프랑스는 공무원 1만2000명을 줄이고 기업이 연속 적자 나면 해고의 자유를 주기로 하는데 우리는 촛불의 보은인지 모르나 일반해고지침조차 파기해버렸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은 노동계 손을 들어준 것으로 재계에는 치명타다. 새 정부 4개월간 청년실업률 증가로 나타났다. 금융, 공공기관, 일부 재벌에게 더 뽑으라고 하는데 정답이 아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대통령 참모들은 '마중물'을 부었으니 곧 정책 효과가 날 거라고 한다. 재계는 직관적으로 이건 틀렸다고 예감한다.

케인스 경종(警鍾)대로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많이 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공정, 혁신성장 등 네 바퀴 경제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정과 혁신성장만 남고 이것은 곧 분배와 성장의 이분법에 불과하다. 새 정부는 일단 분배는 잔뜩 했다. 그러면 나눠줄 돈은 무엇으로 만드는가. 성장을 책임질 4차산업혁명위원회, 혁신성장은 5개월을 묵혀 두다가 추석 연휴 직전에 해보겠다고 들고나왔다.

아마 추석 민심에서 크게 얻어맞을 것 같아 성장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천동설이 틀렸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정책을 계획할 산업정책실장과 산업기반실장을 아직 공석으로 뒀다. 그는 탈원전 장관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다. 경총이 최저임금, 비정규직 처방을 비판한 이후 대화절벽이다. 탈규제, 경제활성화법안도 잠자고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는데 항의는커녕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슬그머니 폐기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여 기업, 기업인이 무엇을 느끼겠는가. 지난달 유엔 연설차 미국에 들른 문 대통령은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며 미국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당부했다. 외국인에게 투자를 당부하려면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 붐을 일으키고 또한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 붐을 일으킬 때 설득력이 클 것이다. 노동계만 큰소리치고 소득주도성장론을 숭배하여 국내 투자도 씨가 마를 정도인 게 현실이다. 천동설 경제가 그렇게 토양을 각박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5개월간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규제부처의 천둥소리만 요란했다. 규제 해제나 관련 법을 고쳐주며 기업인에게 뛰어보라는 응원부대는 없었다. 그러고도 청년 일자리가 는다면 그것은 대단한 기적이다.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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