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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주석을 읽으면 '부동산 부자기업' 보인다

  • 박동흠
  • 입력 : 2017.10.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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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83] 기업이 부동산을 취득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사업을 위하여 사옥이나 공장을 취득하는 경우와 여유자금을 운용할 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다. 재무제표에서 전자는 유형자산, 후자는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한다. 생산활동을 위하여 공장 토지와 건물 취득은 필수지만 사무공간은 임차해서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비스기업 중에는 유형자산에 토지와 건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 즉 기업활동에서 부동산 취득은 필수요건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 게임기업인 컴투스나 더블유게임즈의 재무제표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찾아보면 유형자산에 토지와 건물이 아예 없다고 되어 있다.

토지를 제외한 유형자산은 감가상각을 하는데 이 감가상각비도 유형자산 사용처에 따라 분류방법이 다르다. 유형자산이 생산활동에 사용된다면 감가상각비는 제품제조원가로 분류되고 관리 및 영업 등 관련부서에서 사용되면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로 분류한다. 투자부동산은 제품제조가 아닌 기업의 임대수익 창출에 기여하므로 투자부동산 감가상각비는 보통 판매비와관리비로 분류한다.

이렇게 기업은 부동산 취득목적과 용도에 따라 계정과목도 다르고 손익계산서 상에서 감가상각비의 위치도 다르다.

기업이 사업목적으로 취득한 유형자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각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별한 경우라 함은 한국전력처럼 지방 이전을 위해 본사 토지, 건물을 처분하거나 대우조선해양처럼 재무정상화를 위해 유형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사무공간에 해당하는 토지, 건물을 매각하면 기업은 해당 공간만큼 임차해서 쓰거나 시세가 비교적 싼 다른 지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면 된다. 반면 공장은 사업을 중단할 게 아니라면 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공장 땅값이 올랐다고 부동산을 매각하고 사업을 접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복잡한 생산라인을 갖고있는 공장일수록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렇게 유형자산으로 분류된 토지, 건물은 매각가능성이 낮고 기업의 수익가치에 기여하는 영업용 자산 성격이므로 부동산 시세가 올랐으니 기업의 자산가치도 커졌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반면 투자부동산은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목적으로 구입한 토지, 건물이므로 시세가 오르면 기업의 자산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초 취득가액 대비 현재 시세가 많이 오르고 임대수익 보다는 매각차익이 낫다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기업이 부동산 부자인지를 알려면 큰 금액의 투자부동산이 재무상태표에 표시되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또한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부동산 부자일 가능성이 높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투자부동산 가치가 많이 올랐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선재와 로프 등을 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고려제강은 1945년에 설립되었다. 이 기업의 2016년 사업보고서상 재무상태표를 보면 총자산 2조 4546억원중 1012억원은 투자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로 높지 않아 보이지만 이 기업의 시가총액이 6400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이다. 그런데 이 투자부동산의 가치 1012억원은 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비누계 등을 차감한 장부가액을 의미한다. 주주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는 이 장부가액이 아닌 실제 부동산의 공정가치이다. 기업의 열성 주주들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의 공정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해당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서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수고를 안 해도 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재무상태표에 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비누계 등을 차감한 잔액으로 표시한 투자부동산에 대하여 공정가치를 주석사항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려제강의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투자부동산 주석사항을 찾아보면 다음 그림처럼 공정가치 정보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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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비누계 등을 차감한 장부가액이 1012억원이지만 실제 투자부동산의 공정가치는 약 79% 더 큰 1807억원이라고 공시되었다. 이 수치는 이 기업의 시가총액 6400억원대 대비 28%나 된다. 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기업이 투자목적의 부동산도 많이 갖고 있으니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모두 갖춘 기업을 찾아 분석하고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이렇게 재무제표 주석사항을 잘 활용하는 습관을 갖길 바란다. 굳이 기업탐방이나 기업 근방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가지 않아도 구할 수 있는 정보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공시되는 사업보고서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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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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