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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머 재킷(Bomber Jackets)_(상)

  • 남보람
  • 입력 : 2017.11.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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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3] ◆항공 잠바? 바머 재킷?

우리 육군에 '항공 잠바'라고 부르는 옷이 있었다. 방풍과 보온 기능이 강조된 겨울용 군용 상의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군 간부들에게만 보급되던 것인데 지금은 사라졌다.

활동성과 보온성이 우수한 항공 잠바는 민간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겨울 야외작업에 적합하여 장시간 밖에서 일하는 시장 상인, 거리 노점상, 배달부, 트럭 운전기사들이 즐겨 입었다. 일반인들이 입고 다니는 항공 장바는 남대문 구제 시장에 나온 중고이거나 전역한 간부들에게 얻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시중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싼값에 만든 짝퉁도 돌아다녔는데 품질이나 기능이나 모두 저급했다. 그래서 우리가 '항공 잠바' 하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대략 아래 사진 정도다.

영화 “테러리스트” 중의 한 장면. 허준호가 입고 있는 것도 항공 잠바의 한 종류다.
▲ 영화 “테러리스트” 중의 한 장면. 허준호가 입고 있는 것도 항공 잠바의 한 종류다.
항공 잠바는 해외에도 있다. '해외에도 있다'가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왔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원래 이름은 바머 재킷(Bomber Jacket) 혹은 플라이트 재킷(Flight Jacket)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전자는 폭격(조종사) 재킷이고 후자는 비행(사) 재킷 정도가 될 터인데,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아무리 유추해 봐도 우리가 '항공 잠바'로 부르게 된 유래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일본 자위대 군사용어사전을 찾아봤는데 역시나였다. 일본의 '고쿠 잠바'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어쨌든 해외의 항공 잠바, 즉 바머 재킷의 이미지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르다. 신경을 안 쓴 듯 쓴 듯한 코디, 절제미, 중성미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멋쟁이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이다. (다음 사진들 참조)

전문 패션업체에서 판매 중인 항공 잠바. /출처=위키피디아
▲ 전문 패션업체에서 판매 중인 항공 잠바. /출처=위키피디아
다양한 디자인의 항공 잠바를 즐겨 입는 해외의 연예인들.
▲ 다양한 디자인의 항공 잠바를 즐겨 입는 해외의 연예인들.
◆제1차 세계대전과 바머 재킷

항공기가 처음 전쟁에 운용되기 시작한 건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항공기는 대부분 조종석이 개방된 형태였다. 따라서 고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조종사들에게는 특별한 방한 대책이 필요했다.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공군은 독자적인 지휘 구조나 작전 지원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운항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취향에 맞게 따뜻한 옷을 주문제작해 입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름난 조종사 중 한 명이었던 베르너 보스(독일)와 그의 전투기. /출처=httpwww.history.comnewshistory-lists6-famous-wwi-fighter-aces
▲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름난 조종사 중 한 명이었던 베르너 보스(독일)와 그의 전투기. /출처=httpwww.history.comnewshistory-lists6-famous-wwi-fighter-aces
그러던 중 1917년 미군은 조종사를 위한 별도의 복장을 고안해 보급하기로 했다. 조종사들이 요구한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보온 가능한 소재의 안감. 목 부위 보온 가능하도록 길고 큰 깃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소매와 허리에 밴드 처리. 앞섶 이중 잠금 장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특히 조종석에 앉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길이를 허리 위로 조절

-머플러, 목도리, 보온내의 등을 착용하고도 조이지 않을 만큼 넓은 품

이에 미군이 디자인해서 내놓은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거의 형태가 유사한 바머 재킷이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다음 사진의 A2 바머 재킷이다.

A2 바머 자켓. 목 부분에 털로 된 보온용 깃을 탈부착할 수 있었다. /출처=위키피디아
▲ A2 바머 자켓. 목 부분에 털로 된 보온용 깃을 탈부착할 수 있었다. /출처=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량형 MA1 바머 재킷의 등장

A2 바머 재킷은 조종사들의 요구 조건을 잘 충족했다. 두 번의 전쟁을 지나고도 외형과 기능에 큰 변화가 없었다. 물개 가죽과 양털로 만든 A2 바머 재킷은 조종사들의 애장품이 됐는데, 감사를 표하거나 우정을 기념하면서 자신이 입던 A2 바머 재킷을 선물하는 일도 있었다. 공군 부대를 방문한 귀빈에게 부대마크와 이름표를 부착해 선물하기도 했다.

A2 바머 자켓을 입은 오바마 대통령. /출처=미 백악관 홈페이지
▲ A2 바머 자켓을 입은 오바마 대통령. /출처=미 백악관 홈페이지
한편 1950년대 항공 과학기술과 비행전술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면서 조종복에도 변화가 요구됐다. 비행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A2 바머 재킷의 물개 가죽과 양털의 조합보다 보온성이 뛰어나면서도 얇고 가벼운 소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특수처리된 나일론이었다.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화했는데 복잡한 콕핏 안에서 버튼이나 장치에 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모델이 MA1·2 바머 재킷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항공 잠바'가 등장한 순간이다.

MA1 바머 자켓을 입은 미 제410폭격비행단 B-52 폭격기의 승무원들. 1966년. /출처=  httpsjetpilotoverseas.wordpress.com
▲ MA1 바머 자켓을 입은 미 제410폭격비행단 B-52 폭격기의 승무원들. 1966년. /출처= httpsjetpilotoverseas.wordpress.com
바머 자켓의 디자인, 컬러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다른 사진. 위의 모델은 MA1이 아닌 1950년대 초에 개발된 L-2B이다. /출처=httpsjetpilotoverseas.wordpress.com
▲ 바머 자켓의 디자인, 컬러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다른 사진. 위의 모델은 MA1이 아닌 1950년대 초에 개발된 L-2B이다. /출처=httpsjetpilotoverseas.wordpress.com


(하편에 계속)

[남보람 육군 군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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