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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랑스서도 '미투' 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

  • 박의명
  • 입력 : 2017.11.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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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스캔들 중심 하비 와인스턴. /사진=AP
▲ 성추문 스캔들 중심 하비 와인스턴. /사진=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72]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부적절한 성폭력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성추문 스캔들로 현직 장관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달 초 와인스타인이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들은 물론 회사 여직원 등을 상대로 30여 년간 성추행·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15년 전 성희롱 사실이 최근 드러난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한 여성 언론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퇴했다. 그는 총리실에 제출한 사직서에 "최근 나를 포함한 하원의원들에 대한 여러 (성추문 관련)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지만 군을 대표하는 내가 군에 요구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팰런 장관은 2002년 한 만찬장에서 여성 언론인 줄리아 하틀리 브루어의 무릎에 여러 차례 손을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팰런은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위원이었다.

여비서에게 성인용품을 사오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크 가니어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사진=AP
▲ 여비서에게 성인용품을 사오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크 가니어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사진=AP
더욱 엽기적인 사례도 있다. 마크 가니어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2010년 여비서에게 섹스 토이를 사오라고 지시한 혐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가니어 장관의 전 비서였던 캐롤라인 에드먼드슨이 영국 매체 더 메일과 인터뷰하면서 드러났다. 에드먼드슨은 "당시 보수당 하원의원이었던 가니어가 2010년 돈을 주며 섹스 토이 2개를 사오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가니어는 다른 의원실로 이직을 준비하던 에드먼드슨에게 "넌 아무 데도 못 가. 설탕 가슴(sugar tits)"이라고 성희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니어 장관은 "부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성희롱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투' 캠페인을 통한 성추행 폭로는 프랑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모젤 크리스토프 아랑 하원의원이 여성 보좌관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치과의사 출신인 아랑 의원의 선거캠프에 발탁된 29세 여성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의원이 지나가면서 속옷 끈을 풀어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과 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 보좌관은 아랑 의원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는 의사이므로 신체검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전했다.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의 지방의원인 녹색당 질베르 쿠주 의원의 여성 보좌관 2명도 그를 성폭행과 성희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는 성추행을 덮으려고 '꼼수'를 부리다가 역풍을 맞은 사람도 있다. 바로 미국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역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케빈 스페이시다.

지난 2일 남성 배우 앤서니 랩이 베니티 페어와 인터뷰하면서 "1986년 당시 14세였던 나를 스페이시가 성폭행했다"고 밝히자 스페이시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명하더니, 갑작스럽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해 파장은 더 커졌다. 커밍아웃을 통해 성추문 논란을 덮으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 랩은 "스페이시가 내 뒤로 와서 바지를 벗기고 성기를 자신의 항문에 비비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랩은 자신이 당시 스페이시와 연인 사이였지만 그와 성관계는 할 생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와인스타인' 의혹도 불거졌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달 27일 제임스 토백 감독의 여러 가지 비행을 고발한 여배우가 줄잡아 3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토백 감독은 1991년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워런 비티,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 '벅시'의 각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토백 감독을 고소한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뉴욕의 길거리를 배회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유명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배우로 데뷔시켜줄 테니 개인 면접을 보자며 호텔 등으로 여성들을 유인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사리 카민은 2003년 토백 감독이 영화 배역을 주겠다고 접근해 "많은 스탭들과 함께 노출 장면을 찍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며 호텔로 데려가 성추행했다고 증언했다. 배우 애드리언 라밸리도 2008년 배역 면접을 보자는 제안 때문에 호텔에서 토백 감독을 만났고 그가 자신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고 회고했다. 라밸리는 "매춘부가 된 것 같았고 내 자신과 부모님, 친구를 실망시키기 싫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었으며 고등학생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잇단 성추문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와인스타인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성추문을 폭로한 여배우들의 뒤를 캐고 다녔다고 미국 뉴요커가 7일 보도했다. 뉴요커의 로넌 패로 기자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스파이 군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와인스타인이 로즈 맥고언, 애너벨라 시오라, 로제너 아퀘트 등 자신의 성폭행 혐의를 고발한 여배우들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찾아다녔다고 주장했다. 와인스타인이 고용한 사설탐정 업체는 세계 최대 첩보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크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출신이 운영하는 '블랙큐브' 등이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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