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사고뭉치 '퍼스트도그'들..."손님 물고 궁전에 실례"

  • 박의명
  • 입력 : 2017.11.25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대통령 집무실에서 방뇨하는
▲ 대통령 집무실에서 방뇨하는 '네모' /사진=유투브 캡처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78] "이 소리는 뭐지?"

지난달 21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각료회의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진지하게 얘기를 하는 도중 한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자 반려견 '네모'가 한쪽 다리를 들고 벽난로에 '볼일'을 보고 있었다.

브륀 프와송 생태 차관은 소변이 흐르는 소리에 "이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다"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붉어진 얼굴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집무실 안 관료들이 "네모가 자주 그러냐"고 다시 묻자, 마크롱 대통령은 "네모가 이례적인 일을 하도록 여러분들이 촉발한 것 같다"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이 장면은 프랑스 TV채널인 LCI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래브라도와 그리폰종이 섞인 두 살배기 네모는 지난 8월 엘리제궁에 들어왔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유기동물 보호소에 250유로(약 33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입양했다. 이름은 쥘 베른의 19세기 소설 '해저 2만리'의 주인공 선장 네모에서 따왔다. 입양 직후 네모는 마크롱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엘리제궁에 오는 손님을 영접하는 퍼스트 도그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프랑스 대통령의 반려견이 말썽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반려견은 틈만 나면 엘리제궁 가구의 모서리를 갉아 먹어 수리비 수천 유로가 들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키웠던 몰티즈 '수모'는 엘리제궁을 떠나 아파트로 옮겼을 때 너무 우울해하는 바람에 결국 시골로 보냈다. 수모는 넓은 정원이 있는 엘리제궁을 떠난 사실에 심술이 났는지 시라크 전 대통령을 몇 차례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반려견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반려견 '써니' /사진=AP연합뉴스
천방지축 애완견들의 '실수담'은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반려견 '써니'는 백악관 방문자들 사이에서 '악마견'으로 불렸다. 지난 1월에 자신에게 입을 맞추려던 18세 소녀의 얼굴을 물어 상처를 냈으며, 2013년에는 두 살 여아에게 달려들어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성격이 온순하다고 알려진 '포르투갈 워터 도그(포르테)' 견종이지만 써니는 남다르다는 것이 주변의 반응이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과거 피플지와의 인터뷰하며 "집무실에서 일을 보다가 써니를 막기 위해 뛰어나가기도 했다"며 "너무 늦으면 그곳엔 써니가 '작은 선물'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이용해 말썽을 부린 대통령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7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애완견 '코니'를 데리고 갔다. 메르켈 총리가 어린 시절 개에 물린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회담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들고나온 전략이었다. 대형견 코니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곁눈질하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푸틴 대통령 전략이 적중했음을 보여줬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방 안을 어슬렁거리는 개를 바라보며 "개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죠? 온순하니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했고, 메르켈 총리는 유창한 러시아어로 "어쨌든 개가 기자들을 물진 않겠죠"라고 대답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코니는 메르켈의 발치에 앉고 냄새를 맡는 등 주위에 머물면서 메르켈 총리를 진땀 흘리게 했다. 후일 푸틴 대통령은 애견을 동반한 것에 대해 "메르켈 총리에게 잘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