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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례상도 온라인 주문, 일본 오세치 요리도 변화중

  • 박대의
  • 입력 : 2018.01.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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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89] 일본에서는 새해 첫날에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우리가 떡국을 나눠 먹고 한 살을 먹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쥬바코(重箱)'라고 불리는 여러 단(전형적으로는 3단)으로 구성된 도시락에 여러 가지 요리를 담아 먹는데 이를 오세치 요리라고 부른다. 겹겹이 쌓인 것은 복을 의미해 가족들이 나누어 먹으면서 한 해를 좋은 해로 보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정월 초하루부터 사흘 동안 먹을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온 가족들이 섣달 그믐날부터 모여 오세치 요리를 만드는 것도 일본 전통 문화 중 하나다.

일반적인 오세치 요리 /자료=기분식품
▲ 일반적인 오세치 요리 /자료=기분식품

그런데 이 오세치 요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오세치 요리의 재료가 아닌 완성된 오세치 요리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용 케이크를 사러 빵집을 찾는 것처럼 오세치 요리도 만들지 않고 사서 먹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완성된 오세치 요리의 매출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일본 백화점업체 다카시마야는 올해 오세치 요리 매출이 지난해보다 6%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백화점 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오세치 요리 매장은 매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올해 매출이 더 늘어난 데는 인터넷 판매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줬다. 인터넷 주문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스마트폰 주문에 한할 경우 같은 기간 56%나 늘어났다.

그럼에도 백화점 오세치 요리 코너에서 30~40대 고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실구입자는 50~70대 중심이지만 실물을 보고 구매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직접 백화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다카시마야에서 오세치 요리를 담당하는 구와바라 신타로 씨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가 인터넷으로 오세치 요리를 주문한다"면서 "비교적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실물을 직접 본 뒤 가족들과 카탈로그를 보고 상의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오세치 요리의 가격대는 다양하다. 저렴한 것은 1만엔(약 9만5000원)대부터 고가 제품은 10만엔(약 95만원)대까지 포진돼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3만엔(약 28만원)대의 전통적인 3단 도시락이다. 고급 요릿집이나 레스토랑과 협업해 만든 제품도 인기다. 그 밖에 소가족을 위한 '작은 오세치', 치아가 약한 고령자를 배려한 '부드러운 오세치', 식품 알레르기를 배려한 '알레르기 오세치' 등 올해 판매된 오세치 요리는 무려 900종에 이른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종류가 50개 이상 늘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오세치 요리를 만드는 문화에서 구입하는 문화로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전국적으로 오세치 요리는 500만개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세대의 10%가 오세치 요리를 구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오세치 요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대응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식품업계의 기대와 달리 오세치 요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식품업체가 지난 1월 20~60대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세치 요리를 마련했다는 사람은 54%에 불과했다. 30대에서는 절반이 넘는 57%가 오세치 요리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태어나서 한 번도 오세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11%였다. 20대에서는 무려 20%가 오세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받은 뒤 '오세치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달 초 도쿄 롯폰기의 한 예식장에서 '처음 만드는 오세치'라는 이름의 요리교실을 열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오세치 요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신혼인 여성과 모친 50쌍을 함께 초청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오세치 요리를 만들고 개인적인 취향을 살려 도시락에 담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완성작을 사진으로 찍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면서 홍보대사 역할도 겸임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야마모토 마사미 씨는 "언제나 편의점이 열려 있는 시대에 3일 동안 같은 음식만 먹는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전통이라 할지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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