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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수많은 신경세포... 어떻게 부위마다 다른 기능 수행할까?

  • 송민령
  • 입력 : 2018.01.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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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2] 뇌과학에 대한 자료들을 읽다 보면 적어도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첫째, 뇌에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있다. 이 신경세포들이 기억, 감각, 감정, 운동에 필요한 작업을 처리한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많이 아는 쉬운 사실이다.

둘째, 뇌 속에는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영역이 있다. 예컨대 귀 안쪽에 있는 해마는 사건 기억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이마 쪽에 있는 전전두엽은 의사 결정과 미래 계획 등에서 중요한 부위이다. 인터넷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내용이다.

셋째, 뇌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다. 아니, 이걸 누가 모르겠는가. 뇌는 당연히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다. 비교적 긴 연결만 따로 모아놓고 봐도 아래 그림의 왼쪽처럼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이 무수히 많다. 연결이 너무 많아서 뇌가 보송보송한 솜뭉치로 보일 정도다.

뇌 속 신경세포들의 연결 /사진=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deed.en
▲ 뇌 속 신경세포들의 연결 /사진=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deed.en

그런데 이 세 가지 당연한 사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면 의문이 생긴다. 첫째, 똑같이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떻게 부위마다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둘째, 뇌 속에 저렇게 많은 연결이 있는데 어떻게 한 부위와 다른 부위로 나눌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뇌 부위마다 신경세포의 구성과 연결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뇌 속에는 수십에서 수백 가지의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있다. 신경세포의 종류에 따라 발현하는 단백질의 종류와 모양(위 그림의 오른쪽 참고)이 다르고, 정보 처리 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서 학습과 선택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줄무늬체(아래 그림)의 신경 세포의 90% 이상이 억제성 신경세포다. 하지만 전전두엽 등 다른 부위에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비율이 더 적다.

뇌 부위의 기능을 결정하는 데는 신경세포 각각의 특징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컨대 어떤 자극이 들어왔을 때 피질(뇌 표면의 주름진 부분)에서는 신경세포의 7~10%가량이, 해마에서는 신경세포의 1~2%가량이 활성화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자극에 소수의 신경세포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해마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구분해서 기억하기에 유리하다. 해마가 일상의 다양한 사건들을 기억하기에 적합한 뇌 부위인 이유다.

다양한 모양을 가진 여러 가지 신경세포들. 가운데: 줄무늬체 (striatum), 오른쪽: 해마 (hippocampus).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parrowTectum.jpg
▲ 다양한 모양을 가진 여러 가지 신경세포들. 가운데: 줄무늬체 (striatum), 오른쪽: 해마 (hippocampus).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parrowTectum.jpg

끝으로 각 부위마다 입력을 받는 부위와, 출력을 보내는 부위가 다르다. 뒤통수 쪽의 피질(후두엽)에서는 눈으로부터 오는 시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부위는 시각 정보의 처리에 관여한다. 반면 이마 안쪽의 피질(전두엽)에서는 후두엽, 측두엽, 해마 등 여러 뇌 부위에서 처리된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부위는 미래 계획, 의사 결정 등 보다 추상적인 사고에 관여한다. 한편 감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는 공포 반응(예: 바짝 굳어서 떨기)을 일으키는 뇌 부위들로 출력을 보낸다. 편도체의 활동이 공포 반응과 긴밀하게 연관된 이유이다.

이처럼 신경세포들의 종류와 연결 방식, 입력과 출력을 이해하는 것이 뇌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뇌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왼쪽: 후두엽, 가운데: 전전두엽, 오른쪽: 편도체 /사진=wikimedia
▲ 왼쪽: 후두엽, 가운데: 전전두엽, 오른쪽: 편도체 /사진=wikimedia

이제 두 번째 질문(뇌 속에 저렇게 많은 연결이 있는데 어떻게 한 부위와 다른 부위로 나눌 수 있을까)로 넘어가 보자. 이 질문은 '우리나라의 여러 건물이 수많은 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행정구역을 나눌 수 있을까?' 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건물들이 도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떤 건물들은 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부산의 건물들끼리는, 부산의 건물과 대구의 건물 보다는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뇌 속에서도 비교적 더 긴밀하게 연결된 부위들이 단위(module)을 구성하고 있다. 예컨대 해마의 신경세포은 해마 밖의 신경세포들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마 안에 있는 신경세포들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뇌 속의 부위들은 자동차의 엔진, 바퀴, 연료통처럼 완벽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느슨하게 구분되어 있다.

단위들이 구분되는 정도(modularity)는 아래 그림처럼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 다른 부위들 간의 연결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단위들의 구분이 약해지는 정도는 인지 능력의 저하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이 신경 세포 사이에도 그런 거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 다른 단위(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들 간의 연결이 증가하고, 단위들 간의 구분이 약해진다. /사진=Wig GS (2017) Segregated Systems of Human Brain Networks. Trends Cogn Sci. 2017 21:981-996.
▲ 나이가 들수록 서로 다른 단위(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들 간의 연결이 증가하고, 단위들 간의 구분이 약해진다. /사진=Wig GS (2017) Segregated Systems of Human Brain Networks. Trends Cogn Sci. 2017 21:981-996.

"(1) 뇌 속의 신경세포들이 정보 처리를 한다. (2) 뇌 속 부위들은 서로 다른 기능에 관여한다. (3) 뇌는 네트워크다"라는 쉽고 당연한 사실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쉽고 당연하게만 여겼는데 쉽고 당연한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안다'라는 말은 '이미 아니까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라는 뜻일 때가 많다. 우리가 이미 안다고,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실을, 우리는 정말로 알고 있는 걸까? 과학은 그렇게 당연해 보이는 사실들의 아귀를 맞춰보고 질문하는 데서 시작된다.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출처

[1] https://qbi.uq.edu.au/brain/brain-anatomy/types-neurons

[2]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10865/

[3] Wig GS (2017) Segregated Systems of Human Brain Networks. Trends Cogn Sci. 2017 21:98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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