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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가상화폐의 꿈은 어디로

  • 김세형
  • 입력 : 2018.01.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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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세형 칼럼]작년 하반기 비트코인이 6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돌파하기까지 며칠 안 걸린 것으로 기억된다. 가격의 뜀박질 상승은 투자자에게 벼락횡재를 안겨주고 소액투자로도 한몫 잡을수 있어 그것을 신분이동을 시켜주는 꿈으로 묘사됐던 것 같다.

그래서 가상화폐 투기를 잡는다니까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며 청와대 청원에 23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격 뜀박질=꿈'으로 생각한다면 이제 그런 꿈은 과거형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최근 가격 동향을 보면 코스닥주가 상승보다 더 둔해졌거나 떨어지는 코인이 9할은 되는 상황이다.

근래 가상화폐 투자기상도는 정말이지 나날이 상전벽해처럼 변한다. 그 모든 것이 꿈의 반대 방향이다.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SEC)는 비트코인의 ETF 상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확인하고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는 "가상화폐 선물거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검토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기관인 SEC는 단호하게 거부해버린 것은 악재다. 미국은 또한 가상화폐를 넣어 만든 카드를 은행 카드와 연계해서 쓰지 못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와이어스라는 신용평가회사는 74개의 코인에 대해 첫 평가를 했는데 비트코인이 C+, 이더리움과 이오스가 B로 평가되고 A급 코인은 하나도 없었다. 가상화폐의 대장인 비트코인이 C+등급에 유독 한국의 투자자들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했다는 것은 좋게 봐서 아직도 꿈이 크다는 걸 반증한다. 미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태도는 전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미국이 날뛰는 코인 가격의 고삐를 본격 죄고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G2인 중국은 한국의 박상기 법무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말했다가 혼이 난 바로 그날 비트코인 등의 마이닝(mining)을 금지하고, 그 후 개인 간(P2P) 거래마저 금지시켰다. 그러니까 거래소 폐쇄, ICO 금지에 이어 개인 거래까지 틀어막고 채굴시설마저 외국으로 내쫓아 가상화폐 제로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중국은 2050년 군사·경제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국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다. 4차 산업에선 미국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고 전기차, 우주 분야, 심지어 스마트폰에서도 한국을 이미 제친 수준이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블록체인=가상화폐' 등식이 성립하면 중국이 그렇게 강하게 틀어막았겠느냐는 점이다. 5년 전 가상화폐를 MBA과목으로 개설한 뉴욕대의 여맥(D. Yermack) 교수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 비트코인이 왜 오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는데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과의 관계를 우리는 알고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고 거래자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을 형성하기 위한 채굴자(miner)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다. 마이닝을 한 사람은 블록을 부여받고 블록 내에 거래장부를 기록하는 고객에게서 수수료를 얻고, 또한 코인을 팔아서 돈을 벌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리플은 은행 간 거래를 싼 비용으로 순식간에 해치울 장점을 가진 블록체인에 달린 코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은 오픈소스이므로 누구나 공짜로 갖다 쓸 수 있어 코인 보유자에게 보상이 안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송금 수수료가 은행 수수료보다 비싸졌고, 처리도 수수료를 많이 내는 측부터 우선 처리하므로 싸게 송금하려면 24시간이 걸려도 안 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도대체 쓸모가 뭐냐는 불평이 나온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C+로 밀렸는지 모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등록된 코인의 종류는 1486가지나 되는데 모든 블록이 자체 코인으로 거래를 이룬다면 이 세상은 원숭이와 개와 새를 합친 것보다 머니의 종류가 많아 머리가 돌 지경이 될 것이다.

이런 아수라의 상황을 보고 중국은 가상화폐 없이 블록체인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정책을 그렇게 정한 것 같다.

인도네시아는 가상화폐로 물품 구입을 금지시켰고 영국 독일 등도 여러 가지 규제를 냈다. 우리나라는 한때 김치프리미엄이 50~60%에 달할 정도로 투기로 가격을 올려놓은 경우가 심해 세계시장에 가격을 선도한 측면이 있었다.

거래대금 면에서 세계 1, 3위 거래소를 한국이 갖고 있다는 사실은 투기가 심했음을 부인키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정책방향은 새로운 돈과 투자자가 가급적 못 들어가게 하는 쪽이다. 유동성을 말라붙게 하려는 것. 이제 한국에선 금융이 말라붙을 것이고 김치프리미엄도 지난 27일 기준 5~6% 전후로 쪼그라들었다.

꿈의 신분이동에 대한 열망, 누구는 몇십억 원을 벌었다더라는 루머 등등이 어우러져 순식간에 300만명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을 정부당국이 눈치채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지금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등 어느 코인 할 것 없이 최고가 대비 반 토막이 나 있다.

그들에게 본전을 찾을 기회는 올까. 솔직히 어려울 것이다. 1999년 코스닥시장이 어떤 전철을 밟았는지 보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2011년 3센트부터 거래됐다. 작년에 2만달러를 찍었으니까 무려 6600만배나 오른 것이다. 큰 폭으로 올랐다가 불안해져서 떨어지면 큰 봉우리를 남긴다. 본전만 되면 팔고 나가겠다는 투자자의 숫자가 많아지면 그때부터는 시세가 오를 때마다 매도 세력이 늘어난다. 닷컴 버블 시 95%나 폭락해버렸다. 정말이지 겪어내기 가혹한 사건이었다.

가상화폐의 적정 가격은 아무도 모르고 이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날카로운 단속 조치를 가하고 더욱이 코인 숫자가 너무 많아져 희소성도 없어져 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베껴서 만들었다.

아내 몰래 투자했다가 혹은 어머니 돈을 갖다 투자했다가 반 토막이 나고 이혼당하게 생겼다는 사연들을 보면 정말이지 가슴 아프다. 몰래 가장(家長)은 횡재해서 저 혼자 호의호식하려고 그랬겠는가. 서로 마음으로 의지할 일이다.

저렇게 판이 급작스레 커질 때까지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부처끼리 서로 떠밀며 네 책임이라고 하다보니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투기시장은 언젠가는 제자리에 돌아간다. 여맥 교수의 말대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 스티글리츠나 실러 교수는 제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이렇게 실체가 없으니 독일은 거래소를 한 곳밖에 허용하지 않고 국민들도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한국도 그렇게 관리했어야 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기적 소동의 손실은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투자가 아닌 투기판에 뛰어들었다가 입은 정신적인 피해, '짧은 시간에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중독성 강한 환상은 두고두고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이해하기 위해 소액으로 투자를 실행해 봤다. 무시해도 될 만한 소액이었지만 급등락이 반복되는 극심한 가격 변화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수시로 시세 변화에 신경 써야 했고 일에 대한 집중도도 당연히 떨어졌다. 만약 대한민국 젊은이 200만명이 24시간 가상화폐 가격 변화만 바라보고 있다면 이건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국가적인 손실임에 분명하다.

그럼 암호화폐의 앞날은 무엇일까.

전 바클레이 회장 앤터니 젱킨스(Antony Jenkins)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지갑의 옹호론자로서 "하나의 글로벌 디지털 화폐가 있고 그것이 얼마나 편리할지. 기존 통화시스템에서 발행하는 비용과 마찰에서 해방될 것을 생각해보라. 먼 훗날 얘기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서도 김진화, 박창기 씨 같은 전문가들도 그렇게 예측한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때도 그 코인 가격이 얼마일지 아무도 모른다. 더더욱 중요한 사실은 한두 개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천 개 중에서 한두 개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가상화폐에서 꾸어야 할 꿈의 크기와 방향을 이제 알았으리라.

수수께끼를 내면서 글을 마치겠다. 그것은 무엇일까?

(quiz)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무지갯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 그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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