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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건축·의학계는 '수면의 질'이 화두

  • 오신혜
  • 입력 : 2018.02.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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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98] 잠이 보약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보약을 챙겨먹듯 평소 잠도 소중히 챙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지난 며칠간의 수면 생활을 되짚어 보자. 불을 끄고 누워서도 스마트폰 속 뉴스나 동영상을 실컷 본 뒤에야 겨우 눈을 붙이지는 않았는지, 창문 밖 도로 소음 혹은 옆 사람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짜증을 머금고 잠을 청하진 않았는지, 온몸이 피곤한데도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해 선잠을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어떤 이유에서든 수면을 적정량 취하지 못하면 피로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양질의 수면'은 오늘날 세계적 화두다. 지난해 노벨생리학상 주인공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의 '생체시계' 작동 원리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공동수상자 제프리 C 홀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 교수는 인간 24시간 주기 생체시계가 인간의 잠, 행동, 체온, 신진대사 등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구는 양질의 잠을 자기 위한 생활 습관인 '수면위생(sleep hygiene)'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 같은 경향이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전한다. 미국 사람들이 선망하는 '꿈의 집'의 주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수면'이 됐다는 것이다. 많은 주택 디자이너 사이에서 고객의 숙면을 최대한 도울 수 있는 설계와 각종 인테리어를 고안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적 목표로 자리 잡았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친환경·웰빙 지향적 건축물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인터내셔널 웰빌딩 인스티튜트' 생산책임자 레이철 거터는 "오늘날 숙면은 새로운 사치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수면에 최적화한 주택들은 아직 드물긴 하지만 고급 주택 시장과 도심 지역에서 특히 수요가 늘고 있다"며 "주택 설계가 숙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잠이 잘 오는 집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집주인의 움직임에 따른 자동 암막 커튼과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섬세한 조명 기기 설치는 기본이다. 집 위치 자체도 중요하다. 밤낮 없이 빛과 소음이 생기는 대로변에서 떨어져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붙은 위치가 황금 '면(眠)세권'이다.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수면 전문의 마이클 브루스 박사는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소재의 벽과 자동 온도 조절 장치의 필요성과 함께, 해가 뜨는 방향에 따라 침대가 알맞게 놓일 수 있도록 조정한 방 안 구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집주인이 일어나야 하는 시간 한 시간 전에 자동적으로 조금씩 열리는 커튼 시스템, 집주인이 밤중에 깨어나 움직일 때 그의 멜라토닌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에서 최소한의 은은한 불빛을 신체 움직임에 맞춰 제공하는 조명 시스템이 그 예다.

배우자의 잠버릇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을 위한 설계도 나름 수요가 높다. 롱아일랜드시티 기반의 건축가 스튜어트 나로프스키는 최근 코 고는 남편 때문에 수년간 숙면을 취하지 못한 한 고객의 고충을 반영한 '드림하우스'를 설계했다. 나로프스키는 부부 침실을 천장이 높은 꼭대기 층에 배치하고 침실 위편에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코골이용 수면 공간'을 구상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한 공간에서 잠자고 싶지만 그의 코골이 소리는 피하고 싶었던 집주인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신체 변화를 통해 건강한 수면 패턴을 돕는 집도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럭셔리 콘도 단지 '더 레이크하우스'는 전략적으로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특정 위치에만 배치해 입주자들이 계단을 이용하도록 했다. 또한 입주민들이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등 몸을 움직이면서 서로 친목 도모를 할 수 있는 유기농 정원 공간을 만들었다.

최근 '슬립 레볼루션: 매일 밤 당신의 삶을 바꿔라'라는 신간을 낸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회장은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그렇듯 스마트폰을 밤새 침대 머리맡에서 충전하고 잠들기 전까지도 온갖 업무와 읽을거리를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행위는 숙면에 치명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한다. 그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침실 바깥 공간에서 충전하는 습관은 집주인 스스로 숙면을 통해 완벽히 기력을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오신혜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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