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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총리와 81세 킹메이커 탄생할 수 있을까

  • 임영신
  • 입력 : 2018.02.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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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99] 말레이시아·이탈리아 총선서 노익장 정치인 주목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걸까. 전 세계 초고령 정치인의 면면을 보면 적어도 이들에겐 나이 상한이 없는 것 같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기대수명은 110세를 넘어섰고 어쩌면 150세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저 나이에 어떻게…"라는 탄식이 나올 만한 초고령 정치인들이 잇달아 등장해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92세의 나이로 총리에 재도전하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 /사진제공=마하티르 전 총리 트위터
▲ 92세의 나이로 총리에 재도전하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 /사진제공=마하티르 전 총리 트위터

올 상반기 총선을 앞둔 말레이시아에서 요즘 화제의 인물은 92세에 총리직에 재도전하는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다. 말레이시아 야당 연합인 희망연대(PH)는 지난달 총선을 이끌 총리 후보로 마하티르 전 총리를 확정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과 경제 고도성장으로 높은 지지를 얻어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23년간 장기 집권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국민전선(BN)의 주축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이 최대 여당으로 집권하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 역시 과거 총리직에 올랐을 때 여당에 소속됐다. 그런데 이번에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해 첫 정권교체와 함께 총리직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선출직 기준으로 현직 최고령 국가원수가 된다. 말레이시아에선 그가 정치를 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은데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인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나집 라작 현 총리의 비리 스캔들이 터지자 야권에서 (내가) 굉장히 나이가 많은데도 무언가 행동을 하기를 바랐다"며 "총리를 하더라도 2년 정도 있다가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81세의 나이에도 얼굴에 주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다음달 실시되는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정계에 복귀했다. /사진제공=트위터 캡처
▲ 81세의 나이에도 얼굴에 주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다음달 실시되는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정계에 복귀했다. /사진제공=트위터 캡처

다음달 4일 총선을 실시하는 이탈리아에도 초고령 정치인이 등장해 주목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81)가 그 주인공. 그는 모두 세 차례 9년간 총리로 재임해 전후(戰後)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를 빚더미에 빠트렸고 섹스파티와 탈세혐의 등 추문까지 더해져 이탈리아 정계에서 '뉴스메이커'로 불리는 그가 중도 우파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전진하자 이탈리아)'를 이끌고 복귀한 것도 놀랍지만 외모가 더 충격적이다.

촉촉한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주름도 거의 없어 현지 매체들은 성형수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9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 당해 총리직에 도전하지 못하지만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쩌면 2019년 이후 총리에 재도전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때문에 건강설은 기본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 때문에 '정신 건강' 논란을 자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은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69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를 마치면 74세, 재선에 성공하면 퇴임할 때즈음 78세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술도 마시지 않는다. 최근 그는 인지력 검사를 받았고 주치의를 통해 '정신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른살 때처럼 컨디션이 좋다"고 취재진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어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도 고령 정치인들이 있다. 현재 최고령 정상은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92)이다. 37년간 철권통치한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지난해 93세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의 정치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아시아에선 마하티르 전 총리 외에 33년째 권좌에 앉아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66)가 독보적이다. 그는 "최소 10년을 더 집권하겠다"고 천명하며 작년 최대 정적인 야당을 아예 해산시켜버리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장기집권을 꿈꾸는 스트롱맨이 득세하는 시대에 초고령 지도자가 갈수록 늘고 나이 기록도 깨질 듯하다.

[임영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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