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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세일즈맨 잡스, 제품 스펙 대신 효용을 제시했다

  • 안갑성
  • 입력 : 2018.02.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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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사진=AP연합
▲ 스티브 잡스 /사진=AP연합


[비즈니스 인사이트-179] "당신을 위해 놀라운 노트북 컴퓨터(PC)를 추천합니다. 13.3인치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풀사이즈 키보드, 1.6㎓ 프로세서, 단일 알루미늄 본체 디자인을 갖춘 노트북."

"이봐, 대체 왜 내가 그 노트북을 신경 써야 하는거지?"

노트북 등 새 상품을 설명하는 IT 업체들의 전형적인 설명은 소비자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달랐다. 2008년 애플이 새로운 노트북 '맥북 에어'를 출시했을 때 그는 단 한 문장으로 말했다. "이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입니다." 알루미늄 본체, 디스플레이, 키보드 등은 제품 '스펙'이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잡스는 '어떻게' 애플이 강력한 성능을 얇은 노트북에서 구현했는지 말하는 대신 '왜' 얇은 노트북이 고객들에게 이로운지 설명했다.

지난 22일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어떻게 말할 것인가(Talk like TED)'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구글과 인텔, HP, 코카콜라 등 세계 일류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코치로 활동 중인 카마인 갤로(Carmine Gallo)는 경영전문 매거진 'Inc.'에 스티브 잡스가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인 이유를 분석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나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질문은 '내가 왜 그걸 신경 써야 하는데?(Why should I care?)'였다.

800쪽에 달하는 바인더에 당신의 최신 제품에 대한 기밀이 담겨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만약 CEO(최고경영자)라면 고객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갤로는 제품의 '스펙'을 말하는 데서 시작하지 말고 왜 그 제품이 그들의 삶을 바꾸게 되는지 말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발표이든지, 당신의 청중은 그들 스스로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는 당신이 대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가장 결정적인 하나의 질문이다. "내가 왜 그걸 신경 써야 하지?"

꽤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갤로는 "당신의 고객은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 회사, 아이디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희망, 꿈, 삶의 질을 신경 쓴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들에게 당신의 제품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말해라. 그러면 당신은 그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고 말한다.

◆잡스는 '왜'를 '어떻게' 보다 먼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도 한때 "사람들이 컴퓨터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컴퓨터가 어떻게 그들을 더 잘 살 수 있게 도울지 알고 싶어한다. 잡스는 "당신은 고객 경험에서 시작해 기술로 거슬러올라가야 합니다. 그 반대는 안 됩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위의 개념을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적용했다. 예를 들면, 오리지널 아이팟(iPod)이 얼마나 많은 용량을 내장하고 있었는지(5기가바이트)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주머니 속에 1000곡이 넘는 노래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제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아이팟은 잡스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에서 출발했다. "애플의 고객들은 왜 새 MP3플레이어에 신경을 써야 할까?"

◆구글은 한 문장으로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갤로는 유명 벤처 투자자인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가 "위대한 리더는 복잡한 제품을 그것의 본질로 분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원생 시절의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를 회상해 보라고 말한다.

브린과 페이지가 세쿼이어 캐피털로 투자유치를 위해 찾아갔을 당시 그들은 투자자였던 마이클 모리츠에게 그가 저항할 수 없었던 단순한 한 문장을 제시했다. 그 문장은 '왜 고객이 구글을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그 답은 "구글은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고 이를 접근 가능하게 합니다"였다. 한 문장은 분명하고 명백했다. 물론 투자자들은 구글의 설립자들이 실제로 그들이 말한 내용을 실행할 수 있다는 기술을 가졌다는 점에 만족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선 첫 문장에 빠져들었다.

◆'피치 라인(Pitch line)'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갤로는 신제품 출시에 앞서 많은 기업체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제품의 장점을 알리고 왜 자신이 그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관한 답을 주는 단 한 문장, '피치 라인'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그 대답은 140자 내외로 짧고,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전문용어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갤로는 '도시바 아메리카 메디컬 시스템'의 경영진과 협력해 CT두뇌 검사기 출시 프로젝트를 도왔을 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신제품은 최초로 320개의 초고강도 검출기열을 가진 동적 대용량 CT 기계로 전체 장기를 단일 갠트리 회전으로 영상화할 수 있습니다."

갤로는 위 대답은 너무 복잡하고 추상적이며 가장 중요한 '내가 왜 그걸 신경 써야 하지?'란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당황한 끝에 갤로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이봐요, 당신에게 만약 발작이 왔을 때 병원에 우리 제품이 있다면, 의사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정확한 진단을 빨리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제품은 집에 무사히 귀가해 여생을 보내는 것과 당신의 가족을 두 번 다시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의 차이를 뜻할 수 있어요".

그러자 갤로는 "왜 방금 전에도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요?"라고 답했다. "난 그걸 샀어요."

갤로에 따르면 그 해 중요 방사선학 콘퍼런스에 참가한 고위 관계자들의 발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다. "내가 왜 그걸 신경 써야 하지?"

위 질문에 분명하고 정확하고 간결하게 대답해 보라. 청중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혜택'을 판매하라.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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