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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엔진 분할 후 매각·합병, 두산중공업에 어떤 영향?

  • 고민서
  • 입력 : 2018.03.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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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66]
중공업 유동성 개선 긍정적·엔진도 재평가 기회.."양사 윈윈할 듯"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주요 계열사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중공업의 총 차입금이 2013~2014년 당시 2조원대 후반에서 현재 5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등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총 차입금은 4조9152억원에 달하며, 차입금 의존도도 41.1%에 육박합니다. 따라서 두산그룹 입장에선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접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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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두산중공업이 보유하던 두산엔진 지분 전량(42.66%)을 국내 사모펀드인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822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은 두산엔진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눈 뒤 두산밥캣 지분(10.55%) 등 두산그룹 자산을 보유한 투자 부문을 두산중공업에 합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투자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만 매각하는 거죠.

이에 따라 사업부문에 속해 있는 기존 두산엔진 주주들은 두산밥캣 등 소유 주식에 대해 분할 비율(1대0.2679522)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신주를 배정받게 됩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각되는 두산엔진(사업 부문)에서 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를 제외한 기존 두산엔진 주주들(1889만주, 57.34%)에게 두산중공업의 신주 1068만주를 배분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분할합병과 관련한 주주 확정 기준일은 오는 28일이며,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는 4월 26일~5월 16일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에 앞서 두 회사에 대한 향후 기업가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실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계기라는 게 증권가 분석입니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이나 엔진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은 선박용 중·저속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엔진과는 사업 측면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룹 차원에선 두산중공업 사업에만 집중하는 한편 두산엔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입장에선 두산엔진 합병·매각에 따른 실질적인 자산 증가 효과가 약 1632억원(별도 법인 기준)으로 산출된다. 두산엔진 지분이 소멸되고, 투자회사 합병에 따른 순차입금이 증가하는 영향이 있지만 시장가치가 3411억원이나 되는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사업회사 매각에 따른 매각대금 822억원이 들어오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신주발행 1068만주를 통해 유동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재무 여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단 주가 상승 측면에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합병·매각은 비유동자산(두산엔진 지분)의 유동화와 부채 비율 하락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기존 관리 연결 기준의 목표주가 산출법(SOTP)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두산엔진 대신 두산밥캣 지분가치가 직접 반영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차입금이 늘고, 발행주식 수가 늘었다. 단기 모멘텀을 기대하기보단 중장기 관점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두산엔진은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유안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의 합병을 위해 평가된 투자회사의 가치는 주당 7629원(기업가치 2788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95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두산엔진 사업회사 매각대금 822억원을 환산하면 주당 5848원(기업가치 1927억원), PBR 0.73배를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합병·매각을 통해 인정받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의 합산 가치는 4715억원으로 두산엔진의 현재 시가총액 2933억원(13일 종가 기준)을 60%나 상회하게 됩니다.

이재원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PBR 0.5배 수준에 거래되는 두산엔진을 두산중공업과 소시어스 웰투시가 시장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하는 딜로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산엔진 주식 1000주(시가 약 420만원)를 보유한 투자자는 향후 두산중공업 주식 약 268주(시가 400만원)와 두산엔진 사업회사 주식 474주를 나눠 갖게 되는데, 두산중공업 주식만으로도 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두산엔진 주주는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모두 재평가를 받을 수 있어, 이번 분할·합병 이벤트는 주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로인해 이날 두산엔진은 장중 548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고민서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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