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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반영해 유연히 대응"…인사관리(HR)에 부는 애자일 바람

  • 박종훈
  • 입력 : 2018.03.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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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83] 애자일(Agile)은 '민첩한', '날렵한'이란 뜻을 가진 단어다. 원래 IT산업에서 고객 및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신속하게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뜻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따르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피드백 등을 반영해 유연하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IT산업을 넘어 산업 부문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애자일은 시장 반응 및 변동 가능성 등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오늘날 최적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애자일은 제품 개발, 제조와 마케팅 등 기업의 각 조직 부문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사관리(HR) 부문에 부는 애자일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경영진 79%가 애자일 인사 관리를 조직의 우선순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HR 원칙과 방식을 폐기하고 인사관리 앱(어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등 HR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의 피터 캐펠리(Peter Cappelli) 교수와 뉴욕대 인적자원관리 분야의 애나 태비스(Anna Tavis) 임상부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에서 애자일 HR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HR Goes Agile'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오늘날 HR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보다는 팀

애자일은 소규모 팀을 단위로 한다. 팀에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최대한의 자율권이 보장된다. 이같은 특성은 HR 역시 직원 개인보다는 팀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내는 팀 단위로 평가와 관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기업은 또 단순한 평가를 넘어 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팀 문화를 형성·관리하고 팀원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캐펠리 교수와 태비스 부교수는 이를 위해 팀인텔리전스(Team Intelligence)라는 부서를 설치한 미국 정보통신기업 '시스코(Cisco)'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부서는 사내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을 분석해 다른 팀들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팀스페이스(Team Space)라는 사내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팀프로젝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추적해 활용하기도 한다. 시스코의 사례는 별도의 전담 부서를 설치할 만큼 팀 단위 차원의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례평가가 아닌 피드백 반영한 수시 평가

대부분의 기업이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있는 연례평가는 과거 산업 발전 시기에 채택됐다. 대규모 생산을 특징으로 하고 불확실성이 적었던 과거에는 장기적이면서도 거시적인 계획에 따라 일이 진행됐다. 인사 평가가 1년에 1번 이뤄져도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 취향과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속한 제품 생산과 개선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연례평가는 더 이상 업무의 특성과 주기를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연례평가 방식을 버리고 수시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Johnson&Johnson)'이 대표적이다. 캐펠리 교수와 태비스 부교수는 존슨앤드존슨이 원래 반기평가와 연말평가 등에 초점을 맞춘 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었지만 관리자와 직원 간 지속적인 대화를 특징으로 하는 평가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일반 직원과 관리자 및 경영진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수시적인 평가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캐펠리 교수와 태비스 부교수는 도입 초기 전체 관리자의 20%만이 참여했지만 3개월 후엔 참여율이 46%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수시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평가로 인해 꼭 필요한 피드백이 제때 전달되는 효과를 관리자들이 체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시적이면서도 피드백을 반영한 평가는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의 확산으로 가능해진 측면이 있다. 앱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소통하고 평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적의 HR 앱을 제공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서비스 제공 기업이 부상하기도 했다. 2005년 설립된 미국의 HR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 '워크데이(Workday)' 대표적이다. 워크데이는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와 '아마존(Amazon)' 등 혁신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부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전통 기업들까지 고객사로 둬 주목을 받고 있다.



◆ 연봉인상 아닌 즉각 보상

평가 방식의 변화는 보상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례평가가 이뤄지던 과거에는 연말 연봉인상이 대표적인 보상 체계였다. 하지만 수시적인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보상 역시 더욱 즉각적이고 수시적으로 이뤄져야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캐펠리 교수와 태비스 부교수는 미국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실제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연례 연봉 인상을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는 시장 점유율 증가 등 성과에 맞춰 임금을 수시로 조정하는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도전을 장려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거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한 직원도 임금이 인상됐다.

한편 의미 있는 성과에 기여한 소수에게만 보상을 주는 등 보상 체계를 최대한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 평가가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돼 진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며 자발적인 동기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캐펠리 교수와 태비스 부교수는 미국의 온라인 의류 대여 스타트업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를 소개했다. 이들은 보너스가 직원과 동료 간 정직한 평가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특정 직원에게 별도의 보너스를 주는 대신 이를 모든 직원의 기본급에 반영하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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