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기업DB 강자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이번엔 클라우드 시장서 베이조스와 맞짱뜬다

  • 장박원
  • 입력 : 2018.04.16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 /사진=오라클
▲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 /사진=오라클


[글로벌 CEO열전-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저녁 식사에 오라클 최고경영자인 새프라 캐츠를 초대했다. 단 둘이 만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라클 수장의 회동을 의미 있게 바라봤다. 미국 국방부가 발주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놓고 오라클과 아마존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이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동안 분위기는 아마존에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공격한 게 발단이 됐다.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신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이 많다. 자신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압력을 가한다면 아마존이 계약을 따내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로 이런 민감한 시기에 오라클 최고경영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얼굴을 맞댔으니 이런저런 소문이 나올 만한 이벤트였다.

클라우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아마존에 오라클이 도전장을 던진 것은 오래됐다. 싸움을 걸고 있는 사람은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이다. 그는 2014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떠났지만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다.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핵심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 그와 동년배 창업자들이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대조된다. 그는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쇼어에서 열린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 아마존을 견제하는 말을 했다. "오라클 자율주행 데이터 웨어하우스 클라우드 기술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인터넷에 필적하는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면 비용과 성능에서 훨씬 뛰어나다."

지난해 10월 초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는 데이터 베이스에서 중요한 보안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정보기술(IT) 보안을 위해서는 새로운 머신러닝이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보안 머신러닝은 오라클 매니지먼트 클라우드의 성능을 차별화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보안 머신러닝은 기업들에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한 해 전에도 그는 같은 행사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강연한 바 있다. "기업들에 서비스를 대여·운영하는 오라클의 2세대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비해 저장과 입출력 속도 등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비용은 저렴하다. 무엇보다 오라클의 최대 강점은 보안이다. 우리의 첫 고객은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그런 만큼 안전한 클라우드를 구성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등 모든 부문의 클라우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다."

엘리슨이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클라우드 분야에서 오라클은 후발주자다. 앞서 가는 기업 중에는 아마존 외에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그런데도 엘리슨은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며 큰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걸어왔던 도전적 삶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운이 좋았다. 자상한 양부모를 만났던 것이다. 반항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그는 좌충우돌하며 컸다. 다만 자신을 잘 보살펴 주었던 양부모와는 친밀감이 있었다. 그는 양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했다. 아버지의 설득으로 다시 대학에 입학했지만 결국 중퇴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정부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주는 기업에 취업해 경험을 쌓았고, 1977년 오라클을 창업했다. 그 후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를 접목하는 혁신을 주도하며 회사를 키웠다.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뒤에 각종 기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기업가로서 본분을 잊지 않았다. 40년 넘게 기업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종교성이 강했던 양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회사 이름을 오라클(신탁)이라고 지었지만 그 의미를 설명할 때 엘리슨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라클은 가장 믿을 수 있는 말을 의미한다." 고객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

그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창업했을 때와 완전히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예전과 같이 높은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엘리슨이 클라우드를 밀고 있지만 있지만 여전히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전사자원관리(ERP) 등 기존 사업 기여도가 절대적이다. 그는 사무라이 정신을 숭배한다. 과연 그가 이런 난제들을 칼로 베듯 해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