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지주사 전환 적극적인 효성, 주가는 '빌빌' 왜?

  • 고민서
  • 입력 : 2018.04.26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사진=매경DB
▲ /사진=매경DB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72] 최근 재계에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큰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오너 일가를 비롯한 최대주주들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올해 안에 지주사로 전환하면 양도차액 과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원래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 분할 후 신설 회사에 대한 의결권은 부활하게 됩니다. 가령 A사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20% 갖고 있을 경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기업을 분할해 지분을 맞교환하게 되면 지주사는 사업회사에 대해 의결권 20%를 확보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오너가 지주사만 장악하고 있어도 지주사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 수량만큼 사업회사의 지배력도 함께 갖게 되는 셈이죠.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오너일가가 회삿돈을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분주한 기업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작년 지정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의 순환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일 기준 순환출자 고리는 6개 집단 41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지정일 기준으로 57개 집단 가운데 10개 집단이 28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1년 사이에 241개(85%)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 것입니다.

불과 2013년 7월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들의 순환출자 고리는 9만7658개에 달했습니다. 5년 만에 순환 고리가 무려 99.96% 해소된 셈입니다. 지난 1년 사이 해소된 내역을 살펴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8개 집단의 93개 순환출자 고리는 4개 집단 10개로 감소했습니다. 순환출자 고리가 67개였던 롯데와 2개였던 농협, 3개였던 현대백화점, 1개였던 대림은 완전히 없앴습니다. 순환출자 고리가 7개였던 영풍의 경우 1년 새 6개를 해소해 1개만 남은 상태입니다. 7개였던 삼성은 3개를 해소했으며, 2개였던 현대중공업은 1개를 해소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9월 지정된 자산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공시대상기업집단 26개 가운데 2개 집단은 189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고리는 31개로 줄었습니다. 185개 순환출자 고리가 있던 SM은 158개를 해소했습니다. 다만 고리가 4개였던 현대산업개발은 변동이 없었습니다.

◆지주사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효성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효성입니다. 효성의 경우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사정 당국의 압박을 받아온 바 있습니다. 이로인해 지지부진했던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입니다.

일단 효성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계획서 승인 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효성을 지주회사로 두고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게 골자입니다. 향후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효성은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하게 되며, 효성티앤씨는 섬유 및 무역 부문을 맡습니다. 또 효성중공업은 중공업과 건설을 담당하게 되고,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자재 부문, 효성화학은 화학 부문을 맡습니다. 국내외 계열사 가운데 신설 회사의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주식은 해당 회사로 승계되고, 나머지는 효성으로 존속됩니다.

만약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되면 효성은 6월 1일자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을 완료하게 되며, 향후 신설되는 분할회사들에 대한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입니다.

그런데 효성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과 달리 주가 흐름은 신통치 않습니다. 지난해 6월 당시 17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현재 12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2월 중순엔 신저가(11만7500원)까지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현시점에선 '실적'이 주가 상승 모멘텀

주식 전문가들은 분할을 앞두고 있는 효성에 대해 냉소적인 투자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에서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의 1분기 영업이익은 1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섬유·산자를 제외한 전 사업부의 1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감익될 전망"이라며 "평균 환율이 하락함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 외에도, 산업자재의 원재료 상승분에 대한 전가력이 부재했고, 중공업 부문 역시 수주가 부진했다는 점 외에도 화학 부문의 경우 PDH정기보수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회학 사업 부문이 2분기부터 다시 실적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윤 연구원은 "여타 사업부의 실적은 1분기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화학 부문은 전 분기 정기보수에 따른 물량 감소 효과가 제거되고, 최근 PP-프로판 스프레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 시장 기대치가 낮아진 시점에서 굳이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 진단입니다. 오히려 분할 이후 매력적인 사업부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금은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 역시 바닥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효성의 경우 올 하반기에 지주사 전환을 한다는 점은 기대되지만, 실적이 회복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증권사들은 효성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8420억원으로 지난해(7708억원)보다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비용이 소멸된다는 점을 비롯해 2분기 이후 스프레드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올해 연간 이익이 전년 수준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민서 증권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