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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 사악함을 기계가 해결해 주는 시대

  • 최용성
  • 입력 : 2018.04.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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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108]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인터넷 기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을 끌었다. 일단 내용을 보면, 구글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그룹이 발표한 올 1분기 매출은 311억5000만달러(약 33조5400억원. 참고로 1분기 네이버 매출액은 1조3000억원 규모였다)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나 상승했다. 순이익은 전년 1분기보다 무려 73% 급등한 9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호실적의 결정적 요인은 광고였다. 구글은 1분기 광고 매출로 26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거 같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전 세계 온라인 광고시장의 31%를 점유할 전망이다. 이 정도면 구글이 글로벌 온라인 광고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만, 미묘한 시점이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불거진 직후라 그렇다. 구글 역시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들 데이터를 수집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구글 광고 매출의 대부분(86%)은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검색 연동형 광고다). 페이스북 사건이 터진 후 미 의회와 언론 등에서 사용자 정보를 활용한 광고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비등하고 있는 상황이라 구글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알파벳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장외에서 반짝 상승했다가 이튿날 바로 4% 이상 하락하는 하향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더 이상 성장 비밀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제 구글은 내려가는 일만 남았을까.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사진=위키피디아
▲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사진=위키피디아

그럴리가. 구글은 다른 솔루션을 갖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분기 실적 발표 때 "비욘세 공연이 유튜브 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생중계였다"며 이례적으로 유튜브 활약상을 언급한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튜브는 월 15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다. 똑같은 사용자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 사용자가 1억명인 것과 비교하면 유튜브 플랫폼 규모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투자사들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 매출액은 올해 150억달러에서 최대 200억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글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 최대 사용자 기반을 무기로 모바일과 동영상이라는 트렌드를 타고 동영상 광고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인터넷 기업 속성 탓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혁신이라는 얼굴 뒤에 독점이라는 또 다른 얼굴을 숨기고 있다. 사람들의 갈채를 받으며 등장한 혁신적 서비스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대 이상의 편리함을 주는데,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 한다. 사용자가 10여명 정도인 90점짜리 서비스는 100명 이상이 쓰는 50점짜리 서비스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증가하는 사용자는 익숙함을 확산시키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래서 네트워크 효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독점화'라는 괴물을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분명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평정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독점화한 인터넷 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유튜브 역시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유튜브에는 창의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좋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악의적이고 불쾌감을 주는 나쁜 콘텐츠도 창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4분기 테러리즘, 혐오, 외설 등과 같은 이유로 삭제한 동영상이 830만건에 달했다. 하루에만 9만2000여 건이 삭제된 셈이다. 삭제된 동영상의 80%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처리했다. 구글은 불법 게시물 삭제를 위해 AI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연말까지 1만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부적절한 영상물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악의적 콘텐츠에도 글로벌 대기업들 광고는 버젓이 실린다. 이런 광고가 게재된 동영상은 마치 정상적인 콘텐츠로 여겨진다. 가짜 뉴스의 다름 아니다.

유튜브는 2005년 페이팔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가 동료 스티브 천, 자베드 카림 등과 함께 "누구나 쉽게 영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보인 플랫폼이다. '개방'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동영상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급성장했다. 그런 열린 공간에 재미, 기쁨, 행복과 함께 폭력, 외설, 차별과 같은 악성 콘텐츠도 똬리를 틀었다. 네트워크 효과로 사용자가 늘수록 유튜브에 대한 규제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단속 요원을 더 많이 투입하고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만 10억시간 이상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플랫폼이다. 결국 현재 불법 게시물의 80%를 처리하는 AI를 더욱 진화시키는 것만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문제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때 구글의 모토가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라)"이었다. 2000년, 그러니까 창업후 2년 정도 지나 만든 행동 강령으로, 구글의 기업 운영 철학이 담겨 있다(구글은 2015년 모토를 "Do the right thing(올바른 일을 하라)"으로 바꿨다). 여기에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신뢰 잃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얼마든지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임직원 행동 강령을 정하면서 어째서 '사악하다(evil)'라는 다소 섬찟한 형용사를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구글은 일찍부터 인터넷 기업이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인터넷 기업의 양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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