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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지구 유력후보 '화성', 건드리지 말아야 할까

  • 박상준
  • 입력 : 2018.04.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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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이 지구처럼 변화하는 테라포밍 과정 상상도 /사진=Wiki
▲ 화성이 지구처럼 변화하는 테라포밍 과정 상상도 /사진=Wiki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9] "화성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그래서 화성인들은 농작물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운하를 파서 극지의 물을 저위도 지역으로 운반하고 있다."

SF가 아니라 미국의 한 천문학자가 진실로 믿었던 내용이다. 그는 퍼시벌 로웰(1855~1916). 19세기 말에 몇 달간 조선에 머무르면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Land of the Morning Calm)'라는, 한국을 알리는 유명한 제목의 책을 냈던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전반부까지 '화성의 운하'설을 널리 퍼트리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1960년대에 미국이 보낸 탐사선 매리너가 화성 표면 사진을 전송해 오면서 그 환상은 사라졌다. 사실 로웰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주류 천문학자들은 화성의 운하설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미래에는 화성에 운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구인들이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해 점점 확장하게 되면 수로 건설은 필수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의 화성에서는 운하나 수로 건설이 의미가 없다. 물이 액체 상태가 아니라서 흐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물이 흐르려면 기온이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해야 한다.

기온이 더 높고,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고, 그래서 식물들도 서식하고, 그 식물들 덕분에 인간과 다른 동물(가축)들도 살 수 있게 된다면 사실상 제2의 지구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화성을 그렇게 바꿀 수 있을까?

이렇듯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지구와 같은 환경 조건으로 바꾸는 우주공학 기술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한다. 테라포밍은 아직 이론으로만 존재하며, 최소한 수백 년은 걸리는 장대한 프로젝트다.

테라포밍은 아무 천체나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크기나 질량이 지구와 비슷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중력을 지닌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태양(항성)에서 너무 가깝거나 멀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다. 적절한 수준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 남극의 얼음 /사진=NASA
▲ 화성 남극의 얼음 /사진=NASA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보면 현재 테라포밍 대상으로 가장 유력한 곳은 화성이다. 먼저 지금보다 화성 표면을 어둡게 해 태양광 흡수율을 높여 대기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 영화 '레드 플래닛'(2000)에서는 산소를 생성하는 유전조작 이끼를 20년간 화성에 뿌리는 것으로 테라포밍을 시작한다. 짙은 색깔의 이끼가 번식해 화성 표면을 점점 덮어가면서 햇볕을 머금어 기온이 오르고, 동시에 이들이 내뿜는 산소가 쌓이고 쌓여 인간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까지 대기 조성이 변하고 기압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학자들 중에는 이끼 대신 자기복제가 가능한 나노머신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 대기 조성이 바뀌면 온실 효과도 나타나 기온 상승은 더 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단계를 지나면 지하나 극지에 존재하는 얼음을 녹여 물을 확보한다. 이걸로 농사도 가능해지는 등 안정적인 주거 조건이 마련된다. 이 부분은 영화 '토탈 리콜'(1990)의 주된 설정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먼 옛날 외계인이 남겨 둔 거대한 장치를 가동시키자, 지하의 얼음이 순식간에 녹는다. 그다음 화성 대기를 인간이 호흡 가능하도록 바꾸고 기압도 높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테라포밍이란 아이디어는 사실 극단적인 인간 중심적 발상이기도 하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통째로 지구처럼 바꾸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 만약에 화성에서 아주 원시적인 미생물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입장을 바꿔 수십억 년 전 지구에 원시생명체가 등장했을 때 어떤 외계인들이 와서 자기들 멋대로 지구를 바꿔버렸다면 어땠을까? 생명의 진화 과정 끝에 우리 인간이 탄생하는 일은 애초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

유로파의 지하수 분출 상상도 /사진=NASA
▲ 유로파의 지하수 분출 상상도 /사진=NASA

아서 클라크는 '2010년 오디세이 II'(1982)에서 목성의 달인 유로파를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유로파는 지하에 깊이 100㎞에 달하는 바다가 있는 것이 확실시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구보다도 많은 물을 머금고 있어 당연히 인류의 우주식민지 후보 중 하나이며, 테라포밍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클라크는 위 소설에 인류보다 아득하게 초월적인 외계 존재가 인간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절대로 유로파에는 착륙하지 마라!' 유로파의 생명체가 진화해 지적인 존재로 성숙해 갈 동안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면 할수록 윤리적인 문제도 계속 대두될 것이다. 물론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다면 우주식민지 개척은 필수다. 그런데 테라포밍처럼 다른 외계 생명체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방법 말고도 우주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공학적 구조물들이 가능해진다. 다음에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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