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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도 '보복 관세'…트럼프의 쪼잔한 무역전쟁

  • 박의명
  • 입력 : 2018.05.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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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의 한 시장에서 미국산 헌옷이 팔리는 모습. /사진=AP
▲ 케냐 나이로비의 한 시장에서 미국산 헌옷이 팔리는 모습. /사진=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르완다와 벌이는 무역전쟁이 빈축을 사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 최빈국을 몰아세우는 모습이 '거인과 난쟁이' 싸움을 연상시킨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르완다 의류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60일 안에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완다가 미국산 헌옷에 대한 관세를 12배 인상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앞서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산 헌옷이 자국 섬유산업을 고사시킨다며 수입 중단을 검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에 따라 이들 국가에 제공하던 무관세 혜택을 파기하겠다며 굴복시켰다. 르완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수입 중단 방침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빈국과 무역전쟁에 나선 이유는 미국 재활용 업체들이 아프리카에서 쏠쏠한 재미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공짜로 기부받은 옷을 아프리카에 수출해 2016년에만 2억74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부된 전체 재활용 의류 중 70% 이상이 아프리카 대륙으로 간다.

르완다는 무관세 혜택을 박탈당하더라도 재활용 의류 수입 금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헌옷이 걸음마 단계인 국내 섬유산업을 고사시킬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버린 옷을 입는 것이 국민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정착시켜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이다.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아프리카의 섬유산업은 번성했었지만, 1980년대 미국과 서방에 의류시장을 개방하면서 관련 산업이 5분의 1로 쪼그라든 상태다.

아프리카의 대미 수출 규모를 놓고도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르완다가 관세 혜택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200만달러(약 21억3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고작 '몇 푼'을 가지고 르완다를 겁박하는 모습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르완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700달러로, 5만7000달러인 미국의 80분의 1에도 못미친다. 미국이 수출한 헌옷의 95%는 르완다에서도 제일 가난한 최하위 40%가 대부분 소비한다.

동남아 의류에 대해서도 막대한 관세를 부과해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스리랑카산 섬유와 신발 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15.2%에 이른다. 이는 전체 232국 의류에 부과하는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이 생산한 의류와 신발의 95% 이상을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서 생산량 증대를 통해 수지를 맞춰야 하는 방글라데시 공장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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