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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의 그녀 매건 마크리... '현실 공주'의 삶은?

  • 이새봄
  • 입력 : 2018.05.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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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23] 1956년. 수백 명의 기자들이 미국 뉴욕의 해안가에 모였다.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는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당시 오스카 상을 수상하며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인기를 모으던 그레이스 켈리는 배우로서의 삶 대신 왕자의 아내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녀는 같은해 26세의 나이로 모나코에서 레이니에 3세 왕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평민신분인 한 여성과 왕족의 결혼은 동화 '신데렐라'의 현실 스토리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이들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유럽에서만 3000만명이 TV를 시청했다.

그레이스 켈리 결혼식
▲ 그레이스 켈리 결혼식

60여년이 흐른 2018년, 또 한 번 동화 같은 이야기가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달 19일 미국 여배우 매건 마크리가 영국의 해리 왕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물론 마크리는 그레이스 켈리처럼 결혼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주(Princess·공비) 작위를 받게 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중요치 않다.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많은 여성들이 동화를 보며 꾸던 꿈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야말로 그녀는 여성들에게 '현실 공주'인 셈이다.

심지어 그녀는 '진부한' 공주가 아니다. 그녀는 미국인이면서 이혼한 전적이 있고, 백인이 아니다. 금발의 백인 미녀이자 우아함과 조신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켈리가 정말 외형상 동화 속에서 나온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레이스 켈리
▲ 그레이스 켈리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왕실의 변화도 눈에 띈다. 60년 전 왕가에 입성했던 켈리는 왕실 관계자들에게 인정받고자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미 CNN은 과거 켈리가 모나코 상류층으로부터 "외국인이며 여배우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쾌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CNN은 "켈리와는 대조적으로 마크리는 영국 왕족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며 "영국 왕실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리 역시 약혼 발표에서 "이미 가족의 일부가 된 것으로 느껴진다. 매우좋다"고 언급했다. 왕실역사학자인 캐롤린 해리스는 "이 결혼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메건 마크리 /사진=위키피디아
▲ 메건 마크리 /사진=위키피디아

실제로 60년 세월이 흐르면서 발생한 문화적인 변화는 현대판 공주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CNN은 "공주(마크리)는 개인적인 여성으로서,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여성운동 분야에서 모두 켈리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마크리가 '성숙하고, 독립심이 강하고, 말을 잘 하는 여성'이라고 언급하며 "마크리는 약혼식에서 약혼자인 해리 왕자보다 더 많은 발언을 했고, 엄청난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해리와 마크리가 '동등한' 동반자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켈리는 '왕이 될 사람'과 결혼했고, 마크리는 왕자이지만 왕이 될 것 같지는 않은 남자와 결혼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고 CNN은 언급했다. 해리 왕자의 왕위 계승 서열 6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켈리보다 보다 더 자유롭게 말하고, 옷을 입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역사·전기작가인 로버트 레이시는 자신의 책을 통해 "켈리는 그녀의 왕실 의무가 남편(왕)의 모범적인 아내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녀는 잘 웃었고, 위엄있었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공주로서의 역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제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마크리와 켈리는 모두 왕족이 되기 위해 자신들의 본업이었던 배우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켈리는 배우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데 주저했고 한때는 연기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크리는 오히려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선배 공주'와의 차이점이다. 마크리는 약혼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포기로 보지 않는다. 변화로 본다. 내 인생의 새로운 장(chapter)이다"라고 밝혔다. 마크리의 연예계 경험은 변화를 겪고 있는 왕실에서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리스는 "그녀는 대중의 시선에 익숙해져 있으며 이는 왕실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앞으로 그녀의 생애는 왕실에서 '계획될' 것이며, 그녀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미 마크리는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운영하던 블로그를 닫았다. 향후 해리 왕자의 아내로서 마크리는 언론의 레이더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특히 가족이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리스는 "앞으로 이들은 개인과 공중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아이를 갖게 되면 대중은 지금보다도 더 그들을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크리스마스 마크리와 해리왕자 /출처=위키피디아
▲ 2017년 크리스마스 마크리와 해리왕자 /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자선사업은 활발히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마크리는 꾸준히 자체적으로 자선활동을 해오고 있어 오히려 활동 영역이 넓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크리는 지난 2016년부터 월드비전의 글로벌 대사로 활동중이다. 지난해 부터는 유엔(UN)의 여성 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마크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한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가 변화에 얼마나 열정적인지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결혼식 이후 마크리가 보여줄 '현실공주'이자 '현대판 공주'의 삶은 적어도 '남편(왕자)의 액세서리'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가 마크리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새봄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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