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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미국 기업이 손해 보고 있다'는 트럼프 지적 일리 있을까

  • 김하경
  • 입력 : 2018.05.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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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미국 기업들의 기술이전 사례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들어 자동차 및 증권 시장을 대상으로 미국 기업들의 지분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중국이 어디까지 미국의 불만을 들어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출신국은 크게 △홍콩·대만·마카오 △일본 △미국 등 세 개로 나눌 수 있다. 이 세 부류 국가들 중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한 중국 기업들에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가고 기술이전이 가장 많이 되는 국가는 미국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대상으로는 외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중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모두 포함했으며, 연간 매출이 500만위안(약 8억4500만원) 이상인 기업들로 제한했다.

현재 중국은 외국인직접투자(FDI)에 한해서는 100% 외국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지사 설립을 원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중국 기업 측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합작법인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합작법인에서 최대 49%까지만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중국 기업들의 총요소생산성(TFP)은 외자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에 비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사 기술로 특허권을 얻는 경우도 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중국 기업이 더 많았다. 1998년에서 2007년까지 중국 기업들의 연간 특허권 획득 상승률을 보면 중국 단독 법인의 경우 평균 0.8% 상승했으나 외국 합작법인은 2.2% 상승했다. 또 중국 기업들끼리 합작법인을 설립한 경우보다 외자 합작법인을 체결한 중국 기업들에 기술이전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외자 합작을 두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얻는 총이익을 통계적으로 계량화했을 때 미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거둔 총이익이 홍콩·대만·마카오, 일본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거둔 총이익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맺은 전체 외국 기업들 중에서 미국 출신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홍콩 출신 기업들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일본도 미국보다 많은 전체의 1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 기업들의 기술이전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상으로 홍콩·대만·마카오 기업들의 기술이전 정도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고, 일본의 경우도 평균을 소폭 상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기술이전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또 홍콩·대만·마카오, 일본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 자국 수출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으나 미국 기업들의 경우 수출용 제품이 평균 이하로 생산됐다. 즉 홍콩·대만·마카오와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제품 유통까지의 중간 단계를 거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들의 경우 모든 과정이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비교적 최신으로 개발돼 있으며 이는 같은 업계에서 규모가 크고 최신의 기술을 다루는 중국 기업들과 만나 더 큰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리적으로도 미국·중국 간 거리가 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길기 때문에 중국에서 생산·개발되는 기술이 미국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적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증권 시장 등에서 외자 지분 제한선을 근 몇 년 안에 아예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중국을 14년째 우선감시대상국에 지정했으며 중국에 대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관행과 거래기밀 도둑질에 대해 재차 비판했다.

NBER 보고서는 "중국 FDI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언급되는 반면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장점이 거의 거론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그만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떨어지는 이득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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