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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남한의 연인일까 북한의 연인일까

  • 방정환
  • 입력 : 2018.05.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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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연인(?) 동남아시아와 미·북정상회담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3] 지구촌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북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 동남아시아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북한과 미국 정상 간 첫 회담의 세부 장소로 싱가포르 내 몇몇 호텔과 컨벤션 센터 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싱가포르가 최종 낙점되기에 앞서 이웃한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방콕 등도 '세기의 담판' 후보지로 언급됐다.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이 될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남아와 남북한 관계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건물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건물

동남아를 구성하는 11개 나라는 남북 관계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과 북한의 동시 수교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1949년 필리핀과, 북한은 1950년 베트남과 처음 수교를 체결하며 동남아와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인 왕래를 시작했다. 이후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와 나란히 수교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북 모두 11개 나라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한국은 서울과 동남아 모든 국가 수도에 서로 대사관을 설치했다. 반면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 5개 나라와만 상호 대사관을 개설한 상태다.

공산 국가로 분류되는 베트남과 라오스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동남아에는 오랫동안 군부 통치 및 독재 정권이 지속돼 왔다. 지금도 인도네시아 등을 제외하면 민주주의와는 다분히 거리가 먼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왕조적 공산 국가 북한이 전통적으로 동남아와 우호 관계를 맺으며 무역업, 요식업 등을 통해 외화 벌이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북한과 말레이시아 관계가 각별했다. 지난해 2월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북한과 무비자 협정을 파기하기 전까지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 국적자에게 자유로운 출입국을 허용했다.

외형적으로는 한국과의 인연 못지않아 보이는 동남아와 북한의 교류 역사 때문일까. 동남아 교민 사회에는 북한과 얽힌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회자된다.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가서 한국인인 듯한 옆자리 신자에게 말을 걸었는데 알고 보니 북한 사람이더라" "현지인들이 북한 화폐를 들고 와서 거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깜짝 놀랐다" "북한 식당을 자주 드나들면 대사관에 나와 있는 국정원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 역시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때 종종 주변에서 예상 밖의 질문을 받고는 했다. 주로 나이 지긋한 현지인들이 '한국(Korsel, Korea Selatan)' 사람인지 혹은 '북한(Korut, Korea Utara)' 사람인지를 궁금해하는 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기억이 있다. 한류 열풍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북한 소식은 제쳐놓고 한국 연예인 뉴스에 열중했던 것과는 자못 대조적이었다. 실제 인도네시아인들과 자연스럽게 국적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된 것도 동남아 사회에서 북한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넓힌 후였다.

역내에서 진행되는 미·북정상회담을 맞게 된 동남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이기도 한 싱가포르는 국제사회 위상 강화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동남아의 강소국이라는 평가에 더해 중립 외교의 허브로도 자리매김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파워를 한껏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오는 8-9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 오는 8-9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제18회 하계 아시안게임' 거리 안내물

벌써부터 글로벌 취재진이 몰려드는 싱가포르만큼이나 오는 8~9월 하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남아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참가 이슈 등 한반도 외교에서도 입김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지난달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국 주재 한국 및 북한 대사를 함께 초청하는 한편 미·북정상회담에 장소를 제공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미·북정상회담의 초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남북의 연인(?) 동남아 국가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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