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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대신 '우리 차'... 기술이 소유욕을 사라지게 할까?

  • 최용성
  • 입력 : 2018.05.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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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110] 기술이 사람의 '소유욕'을 없앨 수 있을까?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사람들이 '내 것'에 집착하지 않는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굳이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사용하기도 불편한 '소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생활은 점점 그런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음악 서비스만 놓고 보면 그런 흐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희귀 음반을 샀다고 자랑하는 '덕후'가 아니라면 요즘 대부분 사람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음원을 저장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을 값싸고 손쉽게 즐긴다.

그 변화의 흐름이 고가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 이상을 투자해야 소유할 수 있는 값비싼 제품이다. 어떤 차를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부와 능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면 상관없지만) 값비싼 차를 사놓고도 실제 이용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평일 상당수 차량이 사실상 주차장에 방치돼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유지·관리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이른바 'MaaS(Mobility as a Service)'다.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로서 차량'이라는 개념이다. 버스, 전철, 택시 등 대중교통 활용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IT 기반 차량 공유에 방점이 찍힌다.

도요타가 공개한 차세대 다목적 전기차
▲ 도요타가 공개한 차세대 다목적 전기차 'e-팔레트 콘셉트'.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된 모빌리티 전기차 서비스다. 이동, 물류,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도요타

그렇지만 '소유'의 위력은 아직 막강하다. 어쨌든 남의 차를 이용하는 수고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유 차량을 인도받았을 때 혹시 흠집 난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정작 급할 때 바로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불만스럽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나만의 공간' '내 차'라는 생각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차량 공유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차량 공유 예찬론자인 한 지인은 "공유차량 주차장이 집 근처에 있는 덕분에 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차에 들던 돈이 40%나 줄었다"면서 어서 '소유'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젊은 층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대국 일본의 경우 5060 시니어 세대에서도 차량 공유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 파크24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가입 회원 중 60세 이상이 5만9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회원 증가율을 웃돈 수치라고 한다.

자동차산업의 이런 변화는 다른 어떤 분야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업계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지상의 자동차를 넘어 이제 '하늘을 나는 택시'를 구상하고 있는 우버가 주인공이다. 멈춰 있는 차량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차량 공유 시장을 창출한 우버는 '차량=서비스'라는 개념을 확산시켰고 급기야 자동차산업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룡들의 변화는 쉽지 않다. 마크 필즈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더 이상 자동차와 트럭을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포드는 모빌리티 기업"이라며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를 꾀했지만 역설적으로 전기차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전략 부재로 지난해 봄 해고되고 말았다. 전통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GM이 1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생산을 시작하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 GM이 1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 생산을 시작하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크루즈AV'. 레벨4는 완전자율주행 바로 전 단계로, 사람이 운전에 관여하지 않는다. /사진제공=GM
GM
▲ GM '크루즈AV' 무인차 내부 모습.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핸들이 달려 있지 않다. /사진제공=GM
우버·테슬라 사고에도 불구하고 가속화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①사람 운전에서 자율주행으로, ②소유에서 이용으로, ③가솔린 차량에서 전기차로 자동차에 대한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묘사하는 '2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종합예술'이라는 문구는 앞으로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 것 같다. 더 이상 자동차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만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체,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T기업,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도 언제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도요타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자동차산업이 100년 만에 대변혁 시대에 들어갔다.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시작됐다"며 벼랑에 선 자동차업계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자율주행차량 상용화를 전제로 글로벌 MaaS 시장이 2035년 8000억달러에서 2050년 약 7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전자·IT 기업 간 치열한 합종연횡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기술이 사람의 소유욕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지 말이다. 소유는 자신과 타인을 차별화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다. 갓난아이도 자기 인형이라고 우기지 않는가. 하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집에 숨겨 놓은 나만의 금괴는 무용한 세상이다. 자신의 PC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보다 클라우드에 올려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 수많은 디지털 블록에 저장해 더욱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등장했다. 이런 때 자동차는 정수기, 매트리스와는 다르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 모르겠다.

[최용성 매경닷컴 DM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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