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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 사장, 폭스 놓고 디즈니와 한판 승부

  • 장박원
  • 입력 : 2018.05.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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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61] 지난 23일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사장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디즈니 손에 거의 넘어간 21세기폭스를 사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660억달러에 달하는 인수액을 전액 현금으로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폭스 주주들에게는 매력적이 조건이다. 소식이 알려진 뒤 폭스 주가가 급등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로버츠 사장이 깜짝 발표로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폭스 최대주주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한 방을 날렸다. 머독이 애면글면 노리고 있는 스카이 인수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때도 내세운 무기는 거액의 현금이었다. 그는 머독이 사려는 금액보다 무려 16% 높은 인수액을 제시했다. 스카이 한 주당 12.5파운드를 주겠다는 것으로 총인수액이 220억파운드에 달했다. 폭스나 스카이가 로버츠 사장의 뜻대로 컴캐스트 품에 안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로버츠 사장의 돌발행동은 두 기업의 소액주주들을 기쁘게 해주었을 게 분명하다.

컴캐스트는 로버츠 사장의 부친인 랠프 로버츠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1962년 아메리칸케이블시스템스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뒤 인터넷과 전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미국 최대 케이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AT&T 케이블 사업을 인수했고, 2011년에는 NBC유니버설도 사들였다. 2014년에는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를 시도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2015년 세상을 떠났지만 10여 년 전부터 로버츠 사장이 최고경영자로서 컴캐스트를 이끌어왔다.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컴캐스트가 거액을 베팅하며 폭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텔레비전과 유무선통신, 콘텐츠 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콘텐츠와 케이블TV 시장을 동시에 위협하는 넷플릭스에 대응하려면 디즈니나 컴캐스트 모두 폭스의 자산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기존 자산에 폭스를 추가하면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츠 사장은 가업(家業)을 성공적으로 이으려면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창업자인 아버지가 강조했던 것도 이 대목이었다. 랠프 로버츠는 2007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며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TV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TV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로버츠 사장이 회원 수와 콘텐츠를 늘리는 일에 거액을 투자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유지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부친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부고 기사를 썼던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는 열두 살 이후 아버지와 일할 때가 가장 좋았다. 오랜 기간 아버지가 물려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의지 덕분이다."

로버츠 사장은 1981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인재였다. 다른 기업에서 경험을 쌓는 대신 1990년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컴캐스트 사장에 오르며 가업을 물려받았다. 30년 가까이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에서 일한 셈이다. 부친이 사업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세월까지 합치면 그의 경력은 이보다 훨씬 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컴캐스트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꿰뚫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아버지와 협력해 AT&T 케이블 부문과 NBC유니버설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컴캐스트는 미국에서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 회원이 각각 2000만명이 넘는다. 최대 케이블 업체지만 이것이 성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로버츠 사장은 잘 알고 있다. 사업이 한쪽에 치중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폭스와 스카이 인수가 절실하다.

"스카이는 좋은 회사다. 2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머독과 달리) 우리는 규제당국 승인을 받을 자신이 있다. 가급적 스카이TV 전체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폭스 인수를 위해 현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디즈니로부터 받은 제안에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평가해 줄 것이다. 폭스 주주들이 충분히 호감을 보이지 않을까?" 두 회사 인수를 위해 로버츠 사장이 쏟아낸 이런 말에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컴캐스트 외형을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이유는 뭘까? 2016년 그는 CNBC와 인터뷰하던 당시 현안을 늘어놓다가 이런 말을 했다. "성장의 핵심은 고객에게 더 많은 혁신과 사용 편의성, 즐거움, 그리고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목표이고 선보이고자 하는 일이다." 그가 경쟁이 치열한 미디어와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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