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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직접 시작한 中과의 전쟁, 이제는 발목잡는 골칫덩이로 변질

  • 김하경
  • 입력 : 2018.05.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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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29]
선전포고하듯 시작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무역·북핵·남중국해까지 中과 갈등 '첩첩산중'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기롭게 시작한 일명 '중국과의 전쟁'이 갈 길을 잃고 있다. 무역, 대북 제재, 남중국해 등 다방면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였으나 초기의 기세가 무색하게 공세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꼬일 대로 꼬인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확실한 승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에 있어 미·중 간 갈등은 상황이 진행될수록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중국과의 무역에 있어 미국이 잃고 있는 게 너무 많다며 무역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실제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다는 발표에 이어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외에도 지식재산권 문제,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기업 인수 문제 등도 거론하며 연일 대중 무역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왔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사실상 미국이 얻은 것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ZTE에 대한 제재는 일부 완화한 상태고 지식재산권 문제는 흐지부지됐다.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는 양측 간 2차 무역협상 이후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부과로 입장을 선회했으나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이번 주말 중국을 방문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특히 ZTE와 관련해서는 의회와도 입장이 갈리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대중 강경 입장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강경 카드를 꺼낸 뒤 발을 빼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와 달리 결과는 항상 무언가를 양보해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슈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패턴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분노에 찬 상태로 협정에서 탈퇴한다든가 관세를 매긴다고 엄포하며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거래를 가져다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현 상태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행동에 나서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점수를 받을 만하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 전략마저 아예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이 중국 책임론을 거론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미국과 북한 문제에 있어 여전히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취소하자 중국이 움직였고 이에 따라 정상회담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결국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확실한 자리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면, 그 이후 중국은 미국, 북한, 한국과 함께 4자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확실히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중국이 양보한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보냈던 림팩(RIMPAC) 해군 미사일 발사 훈련에 대한 참가 초청을 철회한 데 이어 남중국해에 두 척의 미국 군함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중 간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원했던 것처럼 시원한 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중국은 현존하는 국제 질서 안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국가가 아니다"며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양국 간 긴장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부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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