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중국 대표 길거리 음식 '젠빙궈쯔', 레시피도 대륙 통일?

  • 홍혜진
  • 입력 : 2018.06.05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지엔빙궈즈
▲ 지엔빙궈즈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30] "녹두나 좁쌀을 주원료로 해야 하며, 펼쳤을 때 크기는 38㎝를 넘되 45㎝보다 커서는 안된다. 포장지에는 판매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명시해야 한다."

중국 대표 길거리 음식 젠빙궈쯔(煎餠果子)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표준규격'의 일부다.

젠빙궈쯔의 고향을 자처하는 톈진시가 최근 젠빙궈쯔 표준규격을 제정하고 나섰다. 미국, 영국 등지에서 각종 퓨전 조리법을 선보이는 젠빙 판매점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원조' 젠빙궈쯔의 맛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특단의 조치다.

젠빙은 중국 어느 지역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도 이른 아침부터 젠빙 노점 앞에 줄서 있는 직장인, 학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당이 아닌 길거리 노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중국 대표 서민 음식이라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의 대표 격인 '떡튀순(떡볶이, 튀김, 순대)'에 비견할 만하다. 인지도나 대표성 측면에서는 떡튀순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지만 모양새는 돌돌 만 부침개에 가깝다. 프랑스의 크레이프와 만드는 방법이 유사해 서양에서는 젠빙을 '중국식 크레이프'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지엔빙궈즈 제조 과정. 얇게 익힌 반죽 위에 부재료를 얹고 있다.
▲ 지엔빙궈즈 제조 과정. 얇게 익힌 반죽 위에 부재료를 얹고 있다.
지역에 따라 속재료는 천차만별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중국 어디를 가나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먼저 반죽을 철판 위에 동그랗게 펴서 얇게 부쳐낸다. 부침개처럼 얇게 익힌 반죽 위에 채 썬 대파와 톈몐장(甛面醬·단맛이 나는 된장)이나 라몐장(辣麵醬·매운 소스)을 얹는다. 튀김, 햄, 달걀 등을 올리고 기호에 따라 고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재료를 모두 올린 뒤에는 계란말이처럼 말아 종이봉투에 담아 내준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젠빙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화덕이나 벽화 등으로부터 중국인들이 고대부터 젠빙을 즐겨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을 짓기 어려운 전쟁통에 병사들을 먹이기 위해 면을 물에 불려 묽게 한 다음 구워 만든 요리가 젠빙의 시초라는 주장도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중국인들과 함께해온 젠빙이 최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미국과 영국 등지에도 상륙했다. 최근 서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베트남 '반미'의 뒤를 이을 별미로 '차이니즈 크레이프' 젠빙이 주목받으면서 뉴욕, 런던 중심가에서도 젠빙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성업 중인 '미스터빙(Mr.Bing)'이 대표적 예다. 글루텐프리 젠빙, 채식주의자를 위한 젠빙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톈진시요식업협회가 새삼스레 젠빙 '표준규격'을 들고나온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소프트파워 굴기를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는 중국 입장에서는 젠빙을 필두로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는 중식 세계화를 쌍수 들고 환영할 법도 하지만, 톈진시요식업협회는 이를 일종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톈진시는 여러 종류의 젠빙 가운데서 가장 특색 있는 형태의 젠빙을 만드는 지방으로 이름이 나 있다. 톈진의 젠빙은 여느 지방의 젠빙과 구별해 '젠빙궈쯔'라 불린다. 궈쯔란 기름에 튀긴 길쭉한 밀가루 반죽을 말한다. 산둥지방이나 베이징의 젠빙이 박추이라 불리는 얇은 튀김을 올리는 데 비해 톈진의 젠빙궈쯔는 보다 두껍고 길쭉한 밀가루 튀김(궈쯔)을 속재료로 쓰는 데서 기인한 명칭이다. 톈진시요식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톈진시에만 총 2000개 이상의 젠빙궈쯔 가게가 영업하고 있으며, 이들의 한 해 총생산액은 5억위안을 넘어선다.

이처럼 '젠빙의 도시'를 자처하는 톈진시가 원조 젠빙을 보전하기 위해 제정한 '젠빙 단체표준'은 젠빙궈쯔의 정의, 재료, 포장 방식, 유통기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표준에 따르면 젠빙궈쯔의 반죽은 녹두나 좁쌀을 원료로 해야 하고, 부재료로는 잘게 썬 양파, 계란, 참깨 등이 사용될 수 있다. 궈쯔는 속재료의 핵심으로 빠져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완제품의 지름은 38㎝에서 45㎝ 사이, 궈쯔는 넓이 9~10㎝, 두께는 1.5~1.7㎝여야 한다. 포장지에는 판매상의 이름, 주소, 연락처와 함께 유효기간이 적혀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완제품은 2시간 이내 먹어야 한다는 내용 등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송관밍 톈진시요식업협회 젠빙궈쯔 지부장은 "젠빙궈쯔의 정통 조리법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단체표준을 제정했다"며 "젠빙궈쯔의 형태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지만 본질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젠빙궈쯔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일부 상인들에 의해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짜 젠빙궈쯔'를 정의한 해당 단체표준을 놓고 중국 인터넷에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요리에는 정답이 없는데, 굳이 표준화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톈진의 몇몇 노점상은 새로운 '표준'이 자신의 기술에 대한 모욕이라 생각한다며 이 규정을 준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중국 간식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젠빙궈쯔에 앞서 이전에 사셴샤오츠(沙縣小吃), 양저우차오판(揚州炒飯), 충칭샤오몐(重慶小面) 등에 대해서도 단체표준이 마련된 바 있다.

[홍혜진 국제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