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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3명 중 1명 총기 보유 아이슬란드, 11년째 총기사고 사망자 없는 비결

  • 안정훈
  • 입력 : 2018.06.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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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 총격에서 생존한 학생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 총격에서 생존한 학생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31] 미국이 연일 총기 사고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산타페 고교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10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2월에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교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져 17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올해 들어서만 교내 총기 사고로 40명이 사망해 지난해 사망자 수인 25명을 이미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당 총기 사고로 숨지는 사망자 수는 미국이 29.7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스위스는 2.2명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5%에 못 미치지만 전 세계 총기난사범의 31%가 미국인이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사고가 많은 이유는 흔히 민간인이 총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됐다. 그러나 미국 NBC방송은 지난달 28일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총기 수보다는 이들이 제대로 된 총기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게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만큼 많은 총기를 보유하고도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유럽 서북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인구 33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는 나라다. 국민 약 3분의 1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나라는 2007년 이후 단 한 번도 총기와 관련한 인명 사고를 겪은 일이 없다. 지난 20년간으로 기간을 늘려도 불과 4명이 해당될 뿐이다. 비슷한 인구를 보유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총기 관련 사망자가 지난해에만 193명 나온 것과 비교하면 매우 탁월한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슬란드인의 생명을 총구로부터 지켜주는 건 면접→검진→교육→시험→실습 등 크게 5단계로 구성된 철저한 총기 관리 시스템이다. 아이슬란드 시민이 총기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면 먼저 지역 경찰서장이 직접 진행하는 면접에 참여해 구매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상세히 밝혀야 한다.

경찰은 그동안 범죄 기록 등 개인 신상을 면밀히 검토해 총기를 휴대해도 이상이 없을지를 판단한다. 또 면접 응시자는 의료진을 찾아 육체적·정신적으로 총기류를 휴대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사전 검증 과정을 통과하는 즉시 총기에 대한 심층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 내용은 단순히 총기 조작 방법에 한정되지 않는다. 화기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물리학, 총기 관련 법 규정, 안전한 사용법과 사냥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망라한 강의가 이어진다. 총 강의시간은 4시간에 이른다.

교육을 받은 뒤 다음날에는 바로 교육 내용에 대한 필기 시험을 치른다. 응시자는 이 시험에서 75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숙지했는지까지도 확인하는 것이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바로 실제 총기를 들고 연습 훈련을 거친다. 수도 레이캬비크 외곽에 있는 전문 사격장에서 하루 동안 실제 사격 실습을 한다. 기계가 오렌지색 과녁을 쏘아올리면 이를 맞춰 떨어뜨리는, 철저히 사냥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훈련이다.

철저한 검증 때문에 총기 구입을 신청해 실제 휴대하기까지 수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레이캬비크에 거주하는 아이슬란드 시민인 올라프 가다슨과 그의 여자친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총기를 휴대하기까지 총 13개월이 걸렸다. NBC 방송은 사람에 따라서 최대 3~4년 기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아이슬란드 정부는 시민이 휴대할 수 있는 총기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 대량 살상의 온상으로 지목받았던 반자동 라이플이나 일반 총기를 반자동 라이플로 개조해주는 장치인 '범프스톡'은 민간 구매용으로 아예 판매가 불가하다.

레이캬비크에서 총기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요한 빌할름손은 "총에는 아무 죄가 없다"며 "총은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라고 NBC방송에 말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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