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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회담 만찬에 햄버거 나올까…갈등 녹이는 '만찬 외교'의 모든 것

  • 이새봄
  • 입력 : 2018.06.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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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서 등장한
▲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서 등장한 '트럼프-김정은 타코'. /사진=AP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32] 정상회담에서 오찬과 만찬은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다. 음식을 통해 외교적 메시지와 만남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찬·만찬 메뉴가 언론을 장식하며 화제를 모으는 이유다. 각국 정상은 메뉴에 각별한 신경을 쓰며 음식에 자신들의 생각과 메시지를 담는다. 오찬과 만찬이 '쉬어가는 코너'가 아닌 회담의 연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정상회담 메뉴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햄버거 회동'이 연출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김정은과 테이블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북 협상의 핵심 채널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북한이 평양에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설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햄버거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전용기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 트럼프. /사진=트럼프 인스타그램
▲ 전용기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 트럼프. /사진=트럼프 인스타그램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맥도널드 제품을 먹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을 정도로 햄버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선호하며 그중에서도 맥도널드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정상이 자본주의 상징 격인 햄버거를 마주 앉아 먹는다면 미·북 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한 개방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한 김 위원장에게 햄버거는 낯선 음식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식사에는 평양 옥류관 냉면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달고기 구이와 스위스 감자요리 '뢰스티'를 재해석한 감자전이 올랐다. 또 통일에 힘썼던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신안의 민어해삼편수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해 유명해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 숯불구이를 선보였다.

영국 BBC방송은 "김 위원장에게 스위스 요리를 대접한 것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한 한국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요리외교 전문가인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의 조애나 멘덜슨-포먼 부교수는 "남북한 모든 지역을 아우르고 있어 통일시키는 메뉴다. 목표는 테이블 위의 통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퍼스트레이디의 '내조 외교'가 정상 만찬을 빛나게 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24일 에마뉘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관례를 깨고 직접 국빈 만찬을 전담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몇 달 동안 준비했다. 미국 대통령과 나는 프랑스에 우리의 첫 저녁을 대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올렸다.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메뉴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미국 전통 음식으로 정해졌다. 식탁에 오르는 첫 요리부터 의자 쿠션까지 세부사항을 멜라니아 여사가 모두 조율했다. '봄의 경이로운 첫 수확'에서 영감을 받은 어린 양고기 요리와 미 남부 뉴올리언스주 요리인 캐롤라이나 골드라이스가 올랐다. 채소는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만찬 외교'를 선보인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부부 방한 당시 김 여사는 손수 만든 디저트를 멜라니아 여사에게 대접했다. 두 사람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을 나눴는데, 이 자리에 김 여사가 직접 만든 '호두곶감쌈'이 나왔다. 이 호두곶감쌈은 김 여사가 청와대 경내 감나무에서 직접 따 말린 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초콜릿 코팅을 입힌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상 만찬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만찬 메뉴 실패로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가 예루살렘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에게 '구두에 담긴 디저트'를 대접했다. 이날 부부 동반 만찬에서는 검은 신사화 모양의 금속 용기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다. 이 메뉴는 이스라엘 유명 셰프인 세게브 모셰의 작품이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베 일본 총리에게 대접한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베 일본 총리에게 대접한 '구두 디저트'. /사진=세게브 모셰 인스타그램

하지만 구두 디저트를 받아든 아베 총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구두에 담긴 디저트가 신발에 대한 일본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측에서는 "일본 문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일본 외교관은 "식탁에 구두를 올리는 문화는 없다"며 "일본 총리는 모욕을 당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캐비아 좌파'라는 비난에 시달리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캐비아 요리를 대접해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도 했다. 캐비아 좌파란 사치 식품인 철갑상어 알을 즐기면서 민중을 옹호하는 사람을 뜻한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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