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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 최병철
  • 입력 : 2018.06.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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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17] 제약·바이오 업종은 엄청난 미래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늘 논란과 오해가 함께 하며 분식회계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클뿐만 아니라 사업의 특수성이 매우 높아 회계적인 논쟁 또한 많다. 최근 몇 년 간 제약·바이오 업종의 대표적 회계적 논란은 셀트리온의 '창고매출'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면서 발생한 대규모의 종속기업투자주식처분이익'이었다.

두 기업의 회계적 논란은 셀트리온, 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만의 특수한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감리는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를 아우르는 논란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회계적으로 기업이 쓰는 돈은 무조건 '비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사고 돈을 쓰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토지'라는 자산이 된다. 토지라는 자산은 두고두고 회사의 사업활동에 사용될 것이므로 처분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비용이 아닌 회사의 자산으로 계속 남게 된다.

회사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고, 설비라인을 확보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쓴 돈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처리된다. 다만 공장과 기계장치는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므로 교체해야 될 시기가 언제인지를 예측해 그 기간 '감가상각비'로 비용처리 된다. 즉 회사가 쓴 돈이 '비용' 처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기간에 걸쳐 비용처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신형 스마트폰을 100만원 주고 사고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와 같다. 100만원이라는 비싼 신형스마트폰을 사면, 우리는 100만원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고, 100만원짜리 '자산'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도 쓰는 제품이고 매일매일 나의 삶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100만원의 스마트폰은 4년을 쓴다면 1년에 25만원어치만 소비한 셈이 된다. 이것이 '감가상각'의 개념이다.

다만 회사가 쓴 돈이 '자산'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금액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쓴 돈이 미래에 경제적효익(돈을 벌어다 주어야 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미래에 돈을 벌기 위해 쓰는 자금은 무엇인가? 제품 개발 등에도 많은 돈을 쓰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생산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투자한 '설비투자금액'이다. 유통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미래에 돈을 벌기 위해 땅을 산 뒤 그 위에 아웃렛, 마트나 백화점 등 건물을 짓고 인테리어를 할 것이다. 역시 돈을 벌기 위한 투자다.

그렇다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래에 돈을 벌기 위해 어디에 자금을 쓸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상에 없었던 신약을 만들거나 기존에 있는 제품보다 더 나은 약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한다. 또는 현재 존재하는 약을 사람들이 더 싸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복제해 더 저렴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

즉, 제조기업이 제조공장과 설비장치, 제품생산기술이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없고, 유통기업이 유통점과 물류센터를 보유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비 투자를 하여 신약 등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임상시험을 하여 약효를 입증하고 상용화시키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제조기업은 더 좋은 '제품' 또는 더 저렴한 '제품' 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유통업은 그러한 제품을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는 '더 건강한 삶' '질병의 치유' 등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미래에 가져올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를 위한 필수적 투자인 '연구개발비'를 무조건 '비용처리' 하거나, 또는 무조건 '자산처리'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회계기준은 연구개발비 중 일정한 '요건을 충족' 하는 경우 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한다. 셀트리온을 예를 들어보자. 셀트리온은 2017년 227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그런데 이 중 1688억원(약 74%)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고, 580억원(약 26%) 정도를 비용(판매비와 관리비)처리했다. 그렇다면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처리하지 않았다. 셀트리온의 2017년 영업이익은 5220억원이었으므로, 만약 자산처리한 1688억원의 R&D 비용을 모두 비용처리하였다면 영업이익은 5220억원이 아닌, 3532억원(5220억원 -1688억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셀트리온이 자산처리한 R&D 비용은 영원히 자산인 것이 아니다. 해당 투자금액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예상되는 기간(예를 들면 제품의 특허기간이 10년이라면 10년간 상각처리)에 걸쳐 상각비 처리함으로써 비용처리가 되는 것이다. 즉, 비용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출된 시점이 아닌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 따라 수익창출시점에 상각비로 비용처리를 하는 것이므로 비용이 이연(미래에 인식)되는 것이지 비용을 인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연구개발비를 자산처리했다고 해서 이익을 부풀렸다고 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 현재의 연구개발투자는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원천이므로 미래에 비용을 인식한다는 기본적인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 에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모든 연구개발투자가 밀에 수익을 창출할 원천인가'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R&D 투자금액은 자산처리했다가 향후에 수익창출기간에 걸쳐 비용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연구개발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임상이 완료되거나, 임상3상이 진행되는 정도의 상용화 단계 근처에서 투자한 것은 모르지만 임상 1,2상이나 전임상 단계에서 발생한 R&D투자는 불확실한 투자이지 '자산' 처리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대규모 자금력이 있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다국적 글로벌 제약회사가 아니라면, 정말 좋은 약이나 성능이 좋은 개량약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임상을 마무리하고 실제 제품화해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 또한 규모와 자금력이 다국적 글로벌 제약회사에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에 오히려 임상실험단계에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맺고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한미약품이나 동아에스티 등은 아래와 같이 전임상 또는 임상 1상 단계에서 라이선스아웃으로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수출을 하여 큰 수익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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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상 2상 단계에서도 아래 두 번째 표와 같이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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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모든 임상시험이 완료된 뒤 제품화를 거쳐 출시함으로써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고정관념이자 오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육성과 원활한 연구개발 활동으로 미래의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미래를 위한 필수적 투자비용인 R&D비용의 성격을 고려하는 등 자산인식기준에 대한 섬세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필수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연구개발비 지출이 '비용'으로 처리돼 '적자'가 나서 회계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필요한 투자를 회피한다거나 적자가 나지 않도록 다양한 회계적 방법을 쓰게 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규제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다. 이는 연구개발비 투자에도 적용된다. 회사가 기술의 특성과 수익창출 가능성을 고려해 '자산' 또는 '비용' 처리를 결정하고, 이를 외부감사인과 금융당국(금융감독원 등)이 적절한지 살펴보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임상단계에서는 연구개발비 투자를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자 주된 사례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임상단계의 투자비용은 비용처리한다' 같은 획일적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부족한 자금력과 유통파워는 임상단계 또는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로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에 섬세하게 개별기술과 제품의 특성 및 수익창출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비용의 '자산화 가능성'을 판단해 보아야 한다.

미래 가치가 뛰어난 제약·바이오 기업을 보호하고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기여하는 훌륭한 기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연구개발비' 투자비용에 대한 획일적인 '자산' 또는 '비용' 처리 기준 적용보다 회사가 제시한 기준을 고려한 섬세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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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회계사]

※최병철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기업 실무자, 증권사 직원, 법조인, 언론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에게 회계와 재무제표 실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저서로는 '개미마인드 : 재무제표로 주식투자하라' '지금 바로 재무제표에 눈을 떠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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