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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걸프 왕정국가들 제재에도 꿋꿋한 '다윗' 카타르

  • 안정훈
  • 입력 : 2018.06.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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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37] 식료품 부족 등 혼란 맞은 카타르
항구 건설·식량 자급자족 등
'가스머니' 앞세워 신속한 대응
IMF "카타르 경제충격 사라져"
美, 이란 견제 위해 화해 종용
국제사회도 우호적 시선 보내
단교 주도한 사우디 등은 난처


"카타르와 우리 국민은 1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 카타르는 번영으로 나아갔고 지속적인 발전을 성취했다."

아랍권 일부 국가와 단교 사태를 맞은 지 1년이 된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알타니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국이 더 강해졌다고 자평했다. 알타니 장관은 "그동안 카타르의 고립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1년 후 현실은 다르다는 점이 증명됐다. 카타르는 국제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알타니 장관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다. 지난해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걸프지역 아랍 국가들이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카타르의 어두운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양측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반대다. '다윗' 카타르가 그를 둘러싼 골리앗 같은 걸프 국가들을 모두 제압하고 승기를 굳히고 있다.

카타르 하마드 항구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 카타르 하마드 항구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카타르 정부는 단교 사태 직후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서 쌓아놓은 막대한 '가스 머니'를 앞세워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카타르로 통하는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UAE가 자국 항구에 카타르 선박 출입금지를 선포하자 카타르는 지난해 9월부터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한 '하마드 항구'를 새롭게 운영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부 대형 카타르 유조선이 큰 선박을 수용할 수 없는 도하 항구 대신 UAE의 제벨알리 항구 등을 이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단교로 큰 피해가 예상됐으나, 초대형 선박도 수용 가능한 하마드 항구가 적절한 시점에 운영을 개시함으로써 신속하게 공백을 메웠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인 키닌몬트 선임연구원은 "카타르는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국이고 이를 통해 계속 막대한 수입을 챙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타르의 젖소 목장/사진=유튜브 캡처
▲ 카타르의 젖소 목장/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7월에는 식료품 부족 및 사재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 도하 인근에 최첨단 에어컨, 습도 관리, 물 공급 시스템 등을 갖춘 대형 젖소 목장을 조성했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호주로부터 7000여 마리의 젖소를 수입해 짧은 기간 국내 유제품 수요의 82%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다고 카타르 현지 언론은 전했다. 카타르는 그 외 닭고기 98%, 생선 80% 등 다른 식품들도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카타르 항공은 주변국의 영공 봉쇄로 하늘길이 막히자 우호국인 이란을 통해 우회로를 확보하는 한편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극복했다. 또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노선을 확대하며 대체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타르 항공은 단교 사태에도 전 세계 항공 여행객의 만족도 등을 조사해 순위를 매기는 에어헬프가 발표한 '2018년도 항공사 및 공항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낸 보고서에서 "단교와 봉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일시적이었고 카타르가 받은 직접적인 경제적 충격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왼쪽)을 미국 백악관에서 영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왼쪽)을 미국 백악관에서 영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국제사회 여건도 카타르에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변심'이 결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카타르가) 우리로부터 많은 군용 전투기와 미사일 등 장비들을 구매했다"고 치켜세운 반면 카타르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와 UAE에 대해서는 "테러 활동에 자금을 댔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단교 직전 중동을 방문해 카타르가 이란 테러 세력을 지원했다며 사우디 등에 힘을 실어줬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변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시리아 내전이 종결로 향하며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같은 수니파 국가들끼리의 '안방 싸움'은 이제 정리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카타르에는 중동 내 최대의 미군 기지인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어 이란 봉쇄의 핵심 주축이 될 수 있다.

카타르의 대외적 이미지가 개선된 것도 호재다. 단교 당시만 해도 카타르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일부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현재는 시리아 내전이 종결로 향하고 있고 IS도 궤멸되는 과정에서 카타르가 뜻하지 않게 이미지를 회복했다는 평가다. 카타르 역시 이런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자국 입장을 알리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4일 카타르가 단교 사태 이후 대외 홍보 업무에만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반면 사우디 등 단교를 주도한 걸프 왕정 국가들은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타르가 테러단체 등을 지원했다는 사우디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재는 고루한 걸프 왕정들이 카타르가 운영하는 자유주의 방송 알자지라 등을 폐쇄시키기 위해 카타르를 고립시켰다는 인식이 점점 더 퍼지고 있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인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서도 밀리고 있는 데다 갈수록 강해지는 이란을 상대하기 위해선 카타르와의 화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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