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KCC와 조광피혁 사례로 본 기업의 주식투자와 회계처리

  • 박동흠
  • 입력 : 2018.07.03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19] 1년 전에 A기업은 여유자금으로 잘나가는 코스닥 상장기업 B사 주식을 매수했다. 훈풍을 타고 계속 올라갈 줄 알았던 주가가 어느덧 힘을 잃더니 최근에는 매수가 대비 20% 빠지면서 손실을 보고 있다. A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식을 여유자금으로 매입했고, B사 장래성을 보고 투자했기 때문에 당분간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증권계좌를 보고 있으면 큰 금액의 손실이 표시되어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이렇게 주식 매수가격 대비 현재 주가가 떨어져서 손실을 입거나 반대로 주가가 올라서 이익을 보고 있을 때 이 부분을 어떻게 인식해야 맞을까? 이는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개인이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요즘처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같은 대외 악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거나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다른 호재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는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가가 급등락할 때마다 까먹었다 벌었다 이렇게 일희일비하면 정신적으로 힘만 든다. 어차피 실현된 손실이나 이익도 아니기 때문에 괘념치 않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러나 반대로 미실현 상태지만 손실이나 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투자 실적에 대한 결산을 하면서 아주 냉정하게 회계장부를 기록할 것이다.

기업도 매도 전에 손실 또는 이익이 발생 중인 계좌에 대하여 어떻게 회계처리해야 할지 같은 고민을 한다. 상장기업들이 적용하는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단기간에 매각할 목적으로 취득한 주식의 평가손익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고, 그 외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분류한 지분상품의 평가손익은 미실현 손익 개념인 포괄손익에 표시하도록 했다. 투자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기업들이 주식을 취득할 때 트레이딩 목적이 아닌 장기 투자 목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대부분 기업들은 주식을 취득하면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주식에서 평가손익이 발생하면 당기손익이 아닌 포괄손익으로만 인식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회계 기준이 2018년 1월부터 바뀌었다. 새롭게 도입된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 1109호 '금융상품'에서는 트레이딩 목적이 아닌 투자 주식의 미실현 손익에 대하여 회사가 당기손익에 포함할 것인지, 기존처럼 포괄손익으로 처리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원칙 중심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많이 보장한 국제회계기준의 특징이 이번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손익계산서 모습도 서로 다른 형태가 되었다.

다른 상장기업 주식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진 KCC의 1분기 보고서에 첨부된 연결재무제표 주석사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KCC가 보유한 매도 가능 금융자산의 대부분은 상장기업 주식인데, 1분기 동안 평가로 인한 이익이 무려 4387억원이나 된다. 회사는 이 평가손익을 포괄손익이 아닌 당기손익에 분류하기로 했다. 회사는 전년도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약 21% 감소한 55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매도 가능 금융자산 평가이익 덕분에 분기 순이익은 무려 180% 가까이 증가한 3763억원이나 되었다. 회사의 금융자산 투자는 영업 외적인 활동이므로 영업이익 아랫단에 평가이익이 반영된다. 따라서 회사의 기본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한편 KCC처럼 잉여현금의 많은 비중을 주식에 투자하는 조광피혁은 KCC와는 다른 회계처리를 했다. 조광피혁은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190주를 포함해서 상장주식만 약 1208억원어치 갖고 있는데, 이는 회사 전체 자산의 약 49%에 해당된다. 회사는 보유 주식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익에 대하여 당기손익이 아닌 포괄손익에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회사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이익을 아래처럼 포괄손익에 표시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이렇게 기업들마다 회계정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투자 주식에서 똑같이 발생한 평가손익을 처리하는 방법 역시 제각각이다. 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새롭게 도입된 회계기준을 공부하지 못해서 당황스러울 것이고 기업 간 회계처리가 달라서 비교 가능성이 떨어지니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회사들이 어떤 회계정책을 채택했느냐보다는 얼마나 좋은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보유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확인하면 된다. 평가손익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결국은 투자 주식이 회사의 자산가치를 올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재무제표 주석사항에서 어떤 주식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고 매수가격은 얼마였는지 살펴보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같이 평가손실이 많이 발생하는 때에 단기간에 매각할 목적으로 취득한 주식이 아니라면 미실현 손익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내가 얼마나 좋은 주식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고, 기업의 펀더멘털에 변함이 없다면 곧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음 편히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