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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100여개국 전력망 연결' 무서운 야심

  • 홍혜진
  • 입력 : 2018.07.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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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다차오샨 댐 전경. 중국은 메콩 강 상류에 이미 6개의 댐을 건설했고 추가로 11개의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전력망 연계작업을 통해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한 대규모 잉여전력을 소진시키고자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다차오샨 댐 전경. 중국은 메콩 강 상류에 이미 6개의 댐을 건설했고 추가로 11개의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전력망 연계작업을 통해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한 대규모 잉여전력을 소진시키고자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39] 중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의 전력망을 잇는 가칭 '전력망 일대일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까지 라오스, 브라질, 파키스탄, 포르투갈 등 세계 각국에 전력망을 구축한 뒤 10년에 걸친 연계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100여 개 국가를 잇는 거대한 전력망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전력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RWR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 5년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송전시설을 구매하는 데만 1020억달러(약 113조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해외 전력사업에 투자한 총금액은 4000억달러가 넘는다.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전력망 연계 사업의 핵심 요소인 '초고전압 송전(UHV)' 기술의 경우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국의 넓은 땅을 시험대 삼아 기술력을 다졌다. 중국은 현재 서부지역 발선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3만7000㎞ 길이의 UHV 케이블을 사용해 공장과 산업시설이 밀집한 동부로 보내고 있다. 중국 땅에 부설된 UHV 케이블은 150GW(기가와트)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다. 이는 영국에 부설된 케이블이 전송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의 2.5배에 달한다. 독일 지멘스와 스웨덴의 ABB 등 글로벌 기업들도 UHV 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규모 매설 경험이 없어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현재의 상황을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UHV 기술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현재 상황을 1957년 미국과 우주산업에서 경쟁을 펼치던 소련이 미국에 앞서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것에 빗댄 것이다. 그는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전력 손실량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나라"라며 "2000㎞ 떨어진 곳까지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량이 7%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200㎞ 멀리 전기를 보낼 때조차도 이보다 손실량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 UHV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력망을 활용해 잉여 전력의 가용 범위를 넓힌다면 전력망이 거치는 여러 나라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FT는 이에 대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세계 잉여 전력의 상당 부분이 중국이 라오스 등지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로 인해 유발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FT는 특히 중국이 라오스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수력발전용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라오스에 '갇힌' 잉여전력을 소비하고자 하는 목적이 숨어 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중국이 전력망 구축에 에너지 사용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처치곤란 전력을 팔아치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력망을 통해 중국이 80여 개국의 개발도상국에서 진행 중인 인프라 사업에 전력을 대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에리카 다운스 콜롬비아대학교 연구원은 "전력망 구축을 통해 중국은 얻을 것이 많다"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슈퍼파워가 되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전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뒤 이를 산업, 경제 전반으로 확대해나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전력망 일대일로'를 국책 사업으로 삼았다. 중국 국내외 전력망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수인뱌오 국가전력망공사 회장은 "전력 인프라는 일대일로의 핵심 요소"라며 일대일로의 성공 여부가 전력망 구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에너지 분야 공무원은 "세계 전력 연계 사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인적인 우선순위이기도 하다"며 "시 주석이 실패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력망 사업에 연루된 간부들은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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