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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화 주가가 저평가인 이유

  • 김제림
  • 입력 : 2018.09.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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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88] 주식시장이 조금씩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실적과 상관없이 여전히 주가가 신저가에 머물고 있는 회사가 있다.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화다. 한화는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5% 늘어난 2조2620억원으로 예상되는 와중에도 주가는 1년 새 40% 빠졌다. 주가수익비율(PER)은 4.6배다.

한화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업종의 주가 상황은 규제 리스크 때문에 계속 하락세지만 한화는 특히나 하락폭이 큰 이유 중 하나로는 승계로 인한 합병 리스크가 거론된다.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화에서 2세들 지분이 적기 때문에 2세 지분이 높은 다른 계열사와 합병할 것이란 예상이 투자자들에게 퍼져 있다. 그리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보듯이 사실상 지주회사 주주에게는 불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결정돼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22.65%를 보유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4.44%, 차남인 김동선 한화생명 상무는 1.67%, 삼남인 김동원 전 한화건설 팀장은 1.67%만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지금 2세들의 지분율이 100%인 회사가 있다. 김 전무가 50%, 김 상무가 25%, 김 전 팀장이 25%를 보유하고 있는 IT 서비스 회사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원래 내부거래 비중이 70%까지 올라갔던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통해 만든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를 합병하면 지주사 전환과 지분 승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시장에서 한화가 조만간 두 회사의 합병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화그룹의 공격적인 태양광 사업 투자다. 한화는 최근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는데 그중 9조원을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이기도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와 직결되기도 한다.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을 합병해 3형제가 가질 한화의 지분율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선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커야 한다. 에이치솔루션은 직접적으로 한화큐셀코리아 9.97%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간접적으로는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39.16%,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40년 한화맨' 금춘수 전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근 한화 지주경영부문 대표로 내정되면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는데 신설된 지주경영부문이 컨트롤부문을 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며 금 전 부회장의 등판으로 지주경영부문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대한생명 인수 작업과 삼성그룹과의 빅딜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처리한 그였기에 최근 그룹 현안인 지주사 전환과 경영권 승계가 그의 손에 달렸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면 한화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로 인해 금 전 부회장의 대표 내정설이 나온 8월 16일 한화 주가가 2분기 실적 부진까지 겹쳐 전거래일 대비 4.2% 떨어지기도 했다.

(주)한화 지분을 본다면 한화가 소액주주에게 크게 불리한 합병 비율을 들고 오지 않는 한 그룹의 지배주주개편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대주주 비율이 36.06%나 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7.84%를 제외하고 국민연금 지분(9.02%)을 우호지분으로 예상한다면 우호지분이 거의 과반에 육박한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두 회사의 합병이 단시간에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현재 두 회사의 자산과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확대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 측면에서 양날의 칼이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이미 저평가된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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