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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추석은 '어린이날'이래요

  • 하노이 드리머
  • 입력 : 2018.09.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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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 베트남-6] 즐거운 추석입니다.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까지 껴서 무려 5일간의 장기 휴일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닌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매년 새 달력을 받을 때마다 명절 연휴가 얼마나 긴지 확인하는 건 일종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막상 긴 휴일이 닥치면 특별히 할 것도 없으면서 휴일이 짧아지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 게 직장인의 공통된 심정이지요.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내년 이후 명절 휴일을 한번 확인해 볼까요. 일단 내년 설은 주말을 끼고 기분 좋은 5일 연휴입니다. 토일월화수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가 되겠습니다. 다만 추석은 아쉽게도 금요일이 추석인 관계로 4일 연휴로 그치네요. 일요일과 추석 연휴가 겹치면 대체휴일이 주어지지만 토요일과 연휴가 겹치면 그런 혜택이 없거든요. 사실 설날이나 추석 때 5일의 황금연휴가 주어지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2025년 설날은 직장마다 연차 쓰기가 일상화되는 명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설 연휴가 화수목이라 3일에 그치거든요. 월요일에 연차를 내거나 금요일에 연차를 내는 식으로 연휴 늘리기에 대거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얼마 전 첫째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추석 '보름달(Full moon)'을 기념해 학교에서 일본, 중국, 한국, 베트남 음식상을 준비하고 싶은데 한국 파트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습니다. 일종의 다문화 음식 파티죠. 행사날은 음력 8월 15일인 24일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추석 당일이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시나요. 추석 당일에 학교에서 파티라니요. 네, 그렇습니다. 베트남은 추석이 휴일이 아닙니다. 직장인들은 정상 출근을 하고 학교도 당연히 수업을 합니다. 추석을 맞아 집에서 좀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첫째 딸은 요새 울상입니다. 베트남은 왜 이리 휴일이 없냐고 투정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8월 초 하노이로 건너온 이후 휴일은 베트남 독립기념일 하루가 전부였거든요.

베트남은 휴일의 절대 다수가 상반기에 몰려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올해 베트남 휴일 리스트를 살펴볼까요. 베트남 역시 매년 첫날은 휴일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신정이죠. 딱 하루 쉬는 것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베트남 최대 명절은 우리로 치면 설날입니다. 여기서는 뗏(Tet)이라고 불립니다. 올해는 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휴일이었다고 합니다. 관광지를 제외한 대다수 가게가 휴업에 들어갑니다. 기관별로 열흘 넘게 노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4월에는 흥(Hung)왕 탄신일이 휴일입니다. 흥왕은 한국으로 치면 '단군'에 해당합니다. 베트남의 시조로 불리는 분이지요. 흥왕이란 기원전 2879년부터 기원전 258년까지 2600여 년간 베트남을 통치한 18명의 왕을 뜻합니다. 단군신화가 기원전 2333년에 시작하니 시기도 비슷합니다. 사실 단군 역시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을 건국해 1000여 년간 통치했다고 기록상 전해지는데, 많은 역사학자들이 단군이 단일한 인물이 아니라 고조선을 통치한 여러 국왕을 지칭하는 것이라 해석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보면 흥왕 탄신일은 한국의 개천절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4월에는 남부해방일, 5월에는 노동절이 있습니다. 9월에는 독립을 기념해 하루 쉽니다. 그리고 이게 끝입니다. 크리스마스도 여기서는 휴일이 아닙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휴일이 적은 셈이지요. 게다가 베트남은 아직도 주 6일제를 택하고 있으니 한국보다 훨씬 노동시간이 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앞서 베트남의 추석 얘기를 하다가 주제가 잠시 옆으로 샜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추석을 뗏쭝투라 부릅니다. '달을 보는 날' '꽃등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베트남은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중국의 중추절과 문화가 비슷합니다. 월병을 만들어 달에 제사를 지내곤 합니다. 사자춤을 추는 풍습도 있습니다. 그래서 큰길에서 사자 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거리를 수놓는다고 합니다. 좀 더 근원을 짚어 올라가면 추수 직전 농작물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제례 같은 개념이겠지요. 베트남에서는 계수나무 옆에 'chu Cuoi'(꾸어이 아저씨)와 'chi Hang' (항 언니)가 산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베트남의 추석은 휴일은 아니지만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날의 개념이라고 해요. 베트남은 한국보다 훨씬 더운 나라입니다. 3모작이 가능할 정도지요. 따라서 농경시대 한 해 세 번이나 농사를 짓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수확을 앞두고 이날만큼은 제를 지내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날로 정한 것이지요. 아이들은 각자 갖고 싶던 선물을 받으며 모처럼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열리는 뗏중투 행사 역시 다분히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이날 물고기나 나비 등을 상징하는 등불을 들고 가을 명절의 밤을 만끽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집을 돌아다니며 행운을 빌고 용돈을 받는 세리머니도 있다고 해요. 통상 아이들이 용춤을 추다가 용의 입으로 돈이나 사탕을 무는 형태로 선물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어쨌든 추석 연휴에도 베트남은 쉬지 않으니 9월 초 독립기념일을 끝으로 베트남에 남은 휴일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이제 국가 전체가 쉬는 휴일이 다시 오려면 내년 1월 1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왜 쉬는 날이 하나도 없냐고 투덜거리는 첫째 딸의 투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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