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스페셜리포트

투자자 울리는 상폐 기업 피하는 방법

  • 이재홍
  • 입력 : 2018.10.02 15:3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32] 추석 연휴를 끝내고 여의도에 소재한 한 금융사의 리스 기준서 도입 용역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을 하는 회의실에 큰 집회 소리가 들려서 밖을 내다보니 많은 사람이 한국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상장폐지 결정이 된 기업의 소액주주들이었습니다.

지난 9월 26일 한국거래소에서는 파티게임즈·감마누·우성아이비·지디·엠벤처투자·모다·위너지스·레이젠·에프티이앤이·트레이스·C&S 자산관리를 상장폐지 업체로 지정하였습니다. 해당 기업 주식은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총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에 들어가고, 법원에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0월 11일 최종 상장폐지 됩니다.

정리매매란 상장폐지에 앞서 투자자에게 마지막으로 매매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 매매 기회라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본 상태입니다. 정리매매가 개시된 첫날인 9월 28일에 파티게임즈 주가는 직전 거래일 종가 1만600원에서 92.4% 하락한 81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에프티이엔이는 9월 28일 종가가 130원으로 직전 거래일 대비 96.7% 하락하였습니다. 정리매매에 들어간 다른 종목도 대부분 첫날 90% 이상 하락하였습니다. 이처럼 투자한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투자한 금액 대부분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로서 상장폐지되는 주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2014년 6월 금융감독원에서 상장폐지로 인한 일반 투자자 피해 예방의 일환으로 상장폐지 징후를 보이는 기업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여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지금도 의미 있는 분석이어서 간단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자금 조달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상장폐지된 기업들을 살펴보니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공모 실적은 크게 감소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소액공모 및 사모 조달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한 기업은 공모를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주로 사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사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도 일정을 빈번히 변경하는 등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회사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지배구조 및 경영권과 관련한 사항입니다.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한 기업들은 정상 기업보다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동이 월등히 잦다고 합니다. 이는 경영 안정성이 미흡한 것으로, 회사의 내부통제가 취약해져 최대주주의 횡령이나 배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타 법인 출자 및 목적사업의 변동이 잦고 연관성이 적은 사업 추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3월 말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한 기업 39개 중 최근 3년 내 타 법인 출자 등을 통해 목적사업을 추가하거나 변경한 회사는 22개라고 합니다. 또한 이 중 절반은 기존 사업과 관계가 없는 다른 업종을 새로운 목적사업으로 추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빈번한 사업목적 변경 법인이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재무구조 및 영업실적을 실질적으로 개선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타 법인 출자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해당 투자액의 손상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사의견에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이 언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4년 3월 말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한 기업 39개 중 34개의 감사의견에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이 언급돼 있었다고 합니다. 감사의견은 앞에서 알아본 세 개 징후를 모두 고려한 결과인 셈이니 가장 강력한 징후일 것입니다.

이번 상장폐지 발표와 관련해서 '눈물의 폭탄 세일-7만명 넘는 개미투자자들의 눈물'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세대출 받은 돈을 투자한 사람, 자녀의 학자금을 투자한 사람 등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투자자들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상장폐지되는 업체들이 생길 것이고, 안타까운 사연을 또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사를 탕진하는 사람, 뻔한 사기에 당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저의 지인 중에서도 사기를 당한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는 그것만 보이고 주변의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상장폐지 징후가 있는 기업들 특징을 간단하게 알아보았지만, 그런 징후가 모두 관심 밖이 돼버리는 것입니다. 투자자로서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고, 상장폐지 징후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는 것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이재홍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했으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 수립, 내부통제 개선 등과 회계·세무 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기업·개인 고객을 위한 세무 자문, 재무 실사와 기업가치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이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