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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위해 특수 제작된 '겨울 털모자'를 아시나요? (중)

  • 남보람
  • 입력 : 2018.10.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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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63] 1. 미 육군 털모자의 기원은 중국군의 겨울 털모자?

흥미로운 것은 중국군도 매우 유사한 형태의 털모자를 쓰고 한반도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아래 사진들은 한국전쟁기 겨울에 촬영한 것이다. 모두 털모자를 쓰고 있다.

한국전쟁기 중국군이 홍보를 위해 연출한 사진. /출처=https://zi.media/@yidianzixun/post/aW2hEY
▲ 한국전쟁기 중국군이 홍보를 위해 연출한 사진. /출처=https://zi.media/@yidianzixun/post/aW2hEY
1952년 철원 일대에서 전투하던 중공군의 모습. /출처=http://hk.crntt.com/crn-webapp/touch/detail.jsp?coluid=7&kindid=0&docid=104188341
▲ 1952년 철원 일대에서 전투하던 중공군의 모습. /출처=http://hk.crntt.com/crn-webapp/touch/detail.jsp?coluid=7&kindid=0&docid=104188341
출전하기 전 사진을 촬영한 중국군. /출처=https://kuaibao.qq.com/s/20180623A0JC4400?refer=spider
▲ 출전하기 전 사진을 촬영한 중국군. /출처=https://kuaibao.qq.com/s/20180623A0JC4400?refer=spider
1958년 중국으로 귀국해 환영받고 있는 중국군. 털모자의 형태가 잘 구분된다. /출처=http://hk.crntt.com/crn-webapp/touch/detail.jsp?coluid=7&kindid=0&docid=104188341
▲ 1958년 중국으로 귀국해 환영받고 있는 중국군. 털모자의 형태가 잘 구분된다. /출처=http://hk.crntt.com/crn-webapp/touch/detail.jsp?coluid=7&kindid=0&docid=104188341
중국군의 겨울 털모자. /출처=https://www.iwm.org.uk/collections/item/object/30101108
▲ 중국군의 겨울 털모자. /출처=https://www.iwm.org.uk/collections/item/object/30101108


이를 보고 혹자는 '미 육군이 1950년 10월 한반도를 침공한 중국군 털모자를 보고 그 디자인을 참고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국군은 소련군을, 미군은 독일군 털모자를 모방했다.

2. 중국군 털모자는 소련군 '우샨카(Ushanka)'의 모방품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은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는 혹한이 흔했다. 그래서 보온력이 높고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양이나 토끼의 모피로 입 코 턱 귀 등 돌출부를 가릴 수 있는 털모자를 만들어 썼다.

20세기 초까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북부 민족은 '귀 덮개 없는 털모자'를, 남부 민족은 '털 없는 귀 덮개 모자'를 썼다. 그러다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군이 두 모자의 장점을 결합해 '귀 덮개 있는 털모자'를 만들어 썼다. 이것이 바로 '우샨카(Ushanka)'다.

귀 덮개 없는 털모자(상)와 털 없는 귀 덮개 모자(하). /출처=https://cityroom.blogs.nytimes.com/2015/02/20/new-york-today-the-lunar-new-year-in-pictures/
▲ 귀 덮개 없는 털모자(상)와 털 없는 귀 덮개 모자(하). /출처=https://cityroom.blogs.nytimes.com/2015/02/20/new-york-today-the-lunar-new-year-in-pictures/
1940년 보급된 소련 육군의 우샨카. /출처=http://www.aboutww2militaria.com/soviet-m40-winter-hat-ushanka-1940-year-dated-by-samoilova-factory.html
▲ 1940년 보급된 소련 육군의 우샨카. /출처=http://www.aboutww2militaria.com/soviet-m40-winter-hat-ushanka-1940-year-dated-by-samoilova-factory.html


한편 공산화 이후 중국은 소련군을 참고해 중국군 제식을 지정했고 우샨카를 본떠 동계 털모자를 만들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과 소재 등이 매우 유사하다.

중국군 동계 털모자(좌)와 솜 모자(우). /출처=https://enemymilitaria.com/product-category/headgear/caps-and-hats/
▲ 중국군 동계 털모자(좌)와 솜 모자(우). /출처=https://enemymilitaria.com/product-category/headgear/caps-and-hats/

3. 제2차 세계대전기 미 육군 동계 모자의 모델은 독일군 1942년형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귀 덮개 달린 털모자' 같은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정한 제복을 입고 추위를 군인정신으로 이기는 로봇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북유럽과 시베리아의 추위는 군기로 막을 수 없었다. 군인정신으로 참으라고 지시하기엔 너무 추웠다. 동상으로 인한 전투력 손실도 너무 컸다. 그래서 독일군 동계 모자는 외형에서 알 수 있듯이 '군인다운 복장'과 '실용'이 서로 조금씩 양보한 형태였다.

아래 사진이 1942년 개발된 독일군 동계 모자다. 소재는 털 없는 펠트 천이고 얼굴 덮개가 특징이었다.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기에 개발을 시도했던 미 육군 동계 모자의 모델은 독일군의 1942년형 동계 모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군 동계 모자(좌)와 미 육군 동계 모자(우). /출처=https://www.ibiblio.org/hyperwar/Germany/HB/HB-9.html
▲ 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군 동계 모자(좌)와 미 육군 동계 모자(우). /출처=https://www.ibiblio.org/hyperwar/Germany/HB/HB-9.html
독일군 동계 모자의 덮개 부분을 올려 단추로 잠근 모습. /출처=https://www.emedals.com/an-m43-luftwaffe-nco-s-field-cap
▲ 독일군 동계 모자의 덮개 부분을 올려 단추로 잠근 모습. /출처=https://www.emedals.com/an-m43-luftwaffe-nco-s-field-cap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독일군 장교들은 두꺼운 펠트 천으로 된 동계 정모를 쓰고 전투를 지휘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혹한의 추위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독일군 장교들은 너무 티가 나지 않는 작은 털모자를 구하거나 제작해 쓰고 다녔다. 이 작은 털모자는 유럽에서 겨울 사냥 때 쓰는 것이었다. 이것을 정모나 철모 속에 썼다.

독일군 장교용 동계 정모. /출처=이베이
▲ 독일군 장교용 동계 정모. /출처=이베이
독일군 장교들이 쓰고 다니던 털모자. /출처=아마존
▲ 독일군 장교들이 쓰고 다니던 털모자. /출처=아마존


한편 1941년 여름 독일군은 소련을 침공했다. 전쟁은 장기화되었고 겨울이 왔다. 독일군 중 13만명이 동상에 걸릴 정도로 추위는 무서운 적이었다. 병사들은 보급된 펠트 천 모자 대신 털모자를 구해서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소련군의 것을 노획해서 쓰고 다닌 병사들이 많았을 것이다.

독일군은 1942년 말부터 소련군 우샨카와 유사한 형태로 털모자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은 1941~1942년 겨울과 1942~1943년 겨울의 독일군을 비교한 것이다.

1941~1942년 겨울(상·중)과 1942~1943년 겨울(하)의 독일군 병사들.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 1941~1942년 겨울(상·중)과 1942~1943년 겨울(하)의 독일군 병사들. /출처=미 육군군사연구소 '제2차 세계대전 화보'
1942년 말 독일 공군이 쓰고 다니던 털모자. /출처=https://www.the-saleroom.com/en-us/auction-catalogues/hermann-historica-ohg/catalogue-id-srher10035/lot-d959ede8-0d51-4854-b222-a8b900bb3129
▲ 1942년 말 독일 공군이 쓰고 다니던 털모자. /출처=https://www.the-saleroom.com/en-us/auction-catalogues/hermann-historica-ohg/catalogue-id-srher10035/lot-d959ede8-0d51-4854-b222-a8b900bb3129


미 육군의 M1951 털모자는 그 이전 버전이 그랬던 것처럼 1942년형 독일군 털모자를 모델로 개발해 생산한 것이다. 당시 미 육군 병참부서는 주로 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군 장비와 물자를 수집해 분석했고 우수한 것은 적극 받아들였다.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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