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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콴시의 역풍..."공산당에게 찍히면 누구든 무사하지 못한다"

  • 김대기
  • 입력 : 2018.10.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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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똑똑차이나-86] 중국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 인근에는 횃불을 연상케 하는 5성급 호화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이 호텔은 국내외 고위 인사들의 아지트로 통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주중 외교관들도 이 곳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무렵에는 중국을 방문했던 유엔 본부 관계자들이 이 호텔에서 외교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진핑 정권이 본격 들어선 2013년부터 고위 인사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이 호텔에서 근무했던 관계자 A씨로부터 호텔 오너의 도미(渡美) 소식을 전해들었다. A씨는 "호텔 소유주는 중국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이라며 "그와 깊은 콴시(관계)를 맺고 있던 중국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자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호텔 소유주는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 무역 사업을 하며 큰돈을 벌었고, 한때 대형 보세창고도 운영한 바 있다. A씨는 지금까지 이 호텔의 소유주가 누구였는지, 그가 어떤 고위 인사와 접촉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A씨는 "중국에서 큰 사업을 하거나 일을 벌이려면 공산당 지도부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만큼 정치적 위험도 크다"며 "반부패 운동을 세게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정권에서는 과거 맺었던 콴시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산당에게 찍히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는 묘한 발언도 남겼다.

A씨의 주장처럼 중국에서 성공을 하려면 콴시, 특히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와의 콴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콴시가 실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적인 결탁과 부정부패, 권력암투가 중국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특정 중국 고위층과 연줄을 만들더라도 그 콴시의 연속성은 장담할 수가 없다. 공산당 지도부가 판단하기에 이 콴시가 공산당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여기면 해당 고위 인사뿐만 아니라 그와 결탁한 자 역시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른바 공산당의 '손봐주기' 방식은 최근 톱스타 판빙빙를 둘러싼 각종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세상에 민낯을 드러냈다. 판빙빙은 당국의 비공개 조사를 받는 동안 행적이 공개되지 않아 '실종설'에 휘말렸다. 그러다 자취를 감춘 지 135일만인 지난 15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판빙빙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명목상 이유는 이중계약서를 통해 거액을 탈세했다는 혐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동산 재벌기업 정취안홀딩스의 궈원구이 전 회장의 폭로 주장이 제기되면서 판빙빙 실종설은 충격적인 유착 의혹을 낳고 있다. 부패 혐의 조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도주한 궈원구이는 "판빙빙이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성성납을 했으며 판빙빙에 대한 당국의 탈세 조사는 왕 부주석이 입막음용으로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돌연 은퇴 선언을 하게 된 것도 왕 부주석의 압력에 못 이긴 결과라고 폭로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 집권 1기 당시 반부패 사령탑인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았던 중국 최고위급 인사 중 하나다. 왕 부주석은 또 중국 항공그룹인 HNA그룹과의 유착설에도 휘말렸는데 지난 7월 왕젠 HNA 회장이 프랑스 출장 도중 실족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다롄시 중국 인민법원은 궈원구이가 회장으로 몸담았던 정취안홀딩스에 600억위안(약 9조8000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법원은 궈원구이 전 회장이 앞서 낙마한 마젠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과 결탁해 민족증권 지분을 인수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쟁사를 협박한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궈원구이 전 회장이 공산당 지도부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당국이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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