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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6년만에 베트남 찾은 숨은 이유는?

  • 하노이 드리머
  • 입력 : 2018.10.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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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베트남현지법인 시찰차 김포국제공항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 30일 오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베트남현지법인 시찰차 김포국제공항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신짜오 베트남-11]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9월 북한을 다녀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 방송에서 한 얘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박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하더라"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지요. 그는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발전을 가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 부회장을 데리고 가서 김 위원장에게 무슨 말을 했다. 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나한테 악수할 때는 그런 존경과 애정이 부족했는데 (이 부회장을 놓고서는) 엄청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이 부회장만 놓고 특별대접이 이어졌다기보다는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기업인들에게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줬다는 시각이었는데,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삼성이니만큼 좀 더 화끈한 대접이 있었다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이 뉴스가 나간 이후 이걸 꽤 불편해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베트남입니다. 실제 이 부회장의 평양 방문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는 삼성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 이후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베트남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이 수출하는 금액의 약 20%를 삼성전자 혼자 하고 있습니다. 핵심 비결은 스마트폰입니다. 고가 스마트폰 한대가 비싼 거는 100만원도 넘잖아요. 크기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높은 편이지요. 근데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집니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박닌이란 곳에서, 2013년부터는 타이응우옌이란 곳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는데 두 곳에서 만들어지는 스마트폰만 연간 1억5000만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먹여살리는 현지 직원만 10만명이 넘어요. 베트남 입장에서 삼성전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지를 한눈에 알 수 있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이렇게 생산라인 규모를 늘렸을까요. 첫째는 인건비입니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아직 3000달러를 밑돌고 있어 옆 나라 중국 대비 아직 훨씬 인건비가 쌉니다.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를 주무기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제조업 메카로 떠오르고 있지요.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 화끈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세제혜택을 비롯한 각종 당근책을 잇달아 내놓고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죠. 삼성 역시 베트남에 들어올 당시 베트남 정부의 러브콜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베트남과 한국은 유교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어요. 베트남 국민은 성실하고 영리한 것으로 유명해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지요.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베트남으로 짐을 싸서 달려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대기업이 움직이면 대기업과 거래해 먹고사는 하도급업체들이 함께 움직이게 되어있지요. 베트남 입장에서 삼성전자라는 거대 생태계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자, 그런데 남북관계가 개선돼서 삼성전자가 북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베트남은 어떻게 될까요. 베트남보다 더 못사는 북한은 앞으로 상당기간 저렴한 인건비가 유지될 것입니다. 게다가 삼성이 북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사전에 한국과 북한 간 정부 차원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기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 나름의 혜택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죠. 북한 에서 채용하게 될 미래의 직원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과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은 아마도 한국 사람만큼 영리하고 성실하겠지요. 게다가 한국에서 철도로 곧바로 인프라를 이동시킬 수 있으니 공장을 세우는 속도도 빠르겠지요. 베트남이 우려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것입니다. 삼성이 북한에 투자하면 베트남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베트남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당장 현실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에요. 애써 엄청난 돈을 들여 북한에 인프라를 깔았는데 갑자기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어떻게 하나요. 투자는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해야하는데 큰돈을 베팅하려면 수십 년 후에도 돌발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한번 시작된 남북관계의 새 경로는 당분간 후퇴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과 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통 크게 베팅한 판돈이 엄청나게 쌓여 있거든요.

요 며칠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출장 소식이 화제입니다. 이 부회장은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하노이와 호찌민을 방문합니다. 30일에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도 진행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치가 워낙 크기에, 삼성 관련해 밥을 먹고사는 사람이 워낙 많기에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 소식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베트남 총리와 이 부회장이 어떤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는지는 당사자만 알겠습니다만, 이 부회장이 6년 만에 베트남에 출장온 계기에는 분명 북한 관련 이슈가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상당수 기업인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부회장은 베트남 현지의 민심을 보고받았을 것입니다. 급물살을 타는 남북관계가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우려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날 면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부회장의 멘트가 나왔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세상에 일방적인 관계는 없거든요. 베트남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국가 수출액수의 2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기업이라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베트남은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을 절반이나 만드는 핵심 국가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물량을 줄이고 이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밑그림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인데요, 중국 정부가 중국 안에서 생산되는 삼성 스마트폰에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 반도체를 쓰라고 권고할 수 있다는 우려지요. 게다가 중국은 인건비가 많이 오른 상태라 예전만큼 제조업 설비를 유지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최근 들어 부쩍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잦아지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게다가 중국 내 삼성 스마트폰 입지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2013년 중국 내수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에 육박했습니다. 중국 내 판매순위 1위였습니다. 이 시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정말 놀라웠어요. 삼성전자는 2012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서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된 노키아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중국 인도는 물론 미국 시장까지 점유율 1위 자리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이 맹활약하는 요즘 중국 내 삼성 스마트폰의 인기는 격세지감이란 말만 떠오릅니다. 최근 중국 내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채 1%를 밑돌고 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뒤바뀌는 스마트폰 시장의 변덕을 체감할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모든 측면에서 삼성의 중국 내 생산라인이 더 이상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에서의 삼성 스마트폰 입지는 여전히 탄탄합니다. 지난해 기준 삼성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최근 데이터를 봐도 40% 가까이나 됩니다. 베트남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맹렬하지만 아직 삼성을 따라오기는 역부족입니다. 삼성 입장에서 베트남은 동남아 및 서남아 시장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훌륭한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습니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는 한 베트남은 삼성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또 소비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이재용 부회장이 6년 만에 베트남을 찾은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남은 우려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 소식입니다. 빈그룹은 최근 '빈스마트(Vinsmart)'란 자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스마트폰 생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과거에는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중저가폰 정도는 자본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범용제품이 되었습니다. 빈스마트 역시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끝은 창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빈그룹이 차지하는 위치가 워낙 크거든요. 빈마트 빈멕국제병원 빈스쿨 빈펄리조트에 가전 매장 빈프로까지 빈스마트가 지렛대로 활용할 자원이 무궁무진합니다. 언젠가 빈스마트가 출시되고 애국 마케팅을 본격 시작할 즈음에는 삼성 스마트폰의 베트남 점유율은 중국폰과 베트남폰 협공에 밀려 상당한 고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북한 진출을 하는 것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베트남 정부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빈그룹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향후 삼성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이 실제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는 한국인 입장에서 당연히 환영해야 할 사건입니다. 아마도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비핵화에 돌입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정상국가로 인정을 받은 이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말고도 수많은 한국 기업에게 새 먹거리가 생겼다는 얘기가 되니 저성장에 신음하는 한국 경제가 크게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베트남 시장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과 북한 모두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베트남 만큼 한국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워낙 한국 기업이 많고, 또 한국 기업이 베트남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다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이거든요. 한국어로 된 간판도 많고 현지 로컬 어떤 마트에 가더라도 한국 라면에 간장에 음료까지 웬만한 생필품이 다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크고요.(첫째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한 베트남 친구는 한국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은 아름답고 멋있다고. 한국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한국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베트남은 훌륭한 나라다. 베트남인으로서 긍지를 가지라'고 얘기했습니다만 한국 나이로 일곱 살짜리가 말하는 간절한 소망을 들으니 한국인으로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단기간에 구축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닙니다. 한국 기업들이 수십 년간 일군 노력이 베트남 문화 전반에 녹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 달면 삼키는 거고 쓰면 뱉는 거다. 베트남 역시 한국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나라 중 하나로 보면 되지 특별하게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한국이 이만큼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를 세계 또 어느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영어만큼 한국어 간판이 빈번하게 보여 한국인으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이 환경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한류' 열풍이 죽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출장 역시 이런 관점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p.s 오해의 소지가 없게 다시 한번 첨언합니다만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멀어지라는 의도에서 쓴 글이 아닙니다. 민감한 시기라 굳이 부연설명을 답니다.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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