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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머 재킷(Bomber Jackets)_(하)

  • 남보람
  • 입력 : 2017.11.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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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 이어서)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4]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 자주 보이는 이 패션

"같은 계열의 유사한 패션이 수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캣워크(패션쇼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 주변에는 주요 방송언론과 최고의 스타들이 둘러서 있다. 이 패션은 당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이 캣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무엇을 묘사한 것일까? 바로 미국 대통령의 한국 DMZ 방문이다. DMZ는 두 나라의 군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며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할 때면 여러 스타(장군)들이 수행을 한다. '당대 최고의 권력에게만 허락된 패션'이란 다름 아닌 바머 재킷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부터 가장 최근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까지 모두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된 바머 재킷(Presidential Bomber)을 입고 왔다.

로널드 레이건은 MA-1 바머 재킷을 입었다. 위의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한국 육군 방한용 상의를 위에 덧입었기 때문이다(방한했던 1983년 11월 18일, 전방 기온이 급강하하여 섭씨 영하 10도까지 내려갔었다). 대중들에게는 로널드 레이건이 입었던 신형 CWU 45P, 해군(조종사)용 모델이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1998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진수식에서 해군으로부터 선물 받은 이래, 그는 CWU 45P 바머 재킷을 즐겨 입었다.

/사진출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기록관
▲ /사진출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기록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마크. /출처=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기록관
▲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마크. /출처=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기록관


조지 부시가 입었던 바머 재킷은 'NOMEX CWU 36/P', 공군조종사용 모델이다(NOMEX는 특수방염소재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공군조종사 교육을 받았던 조지 부시의 바머 재킷은 실제 자신의 것이었다. 다른 모델도 갖고 있었지만 이라크전 성명 발표, 종전 선언과 같은 역사적 장소에는 꼭 이 NOMEX CWU 36/P를 입고 나왔다.

사진출처=http://library.cqpress.comcqresearcherdocument.phpid=cqresrre2003041100
▲ 사진출처=http://library.cqpress.comcqresearcherdocument.phpid=cqresrre2003041100
버락 오바마는 A2 바머 재킷을 입었다. 미 공군이 보급용 바머 재킷에 대통령 패치를 달아 선물한 것이다. 패치를 보면 오른쪽 가슴에는 백악관 휘장 위에 'Air Force One'이라고 새겨져 있다. 공군에서 대통령(이 탄 비행기)을 지칭하는 호출명이다. 왼쪽 가슴 명찰에는 이름 아래에 '군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라고 써 있다. 그는 공무가 없을 때에도 마크가 붙어 있지 않은 A2 바머 재킷을 즐겨 입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곳에 자주 보이는 이 패션

바머 재킷에 연계된 이미지의 원형은 전쟁, 위험, 군대다. 파괴적이고 남성적이다. 그런데 이것과 정반대편에 있는 이미지 즉, 유희, 아름다움, 엔터테인먼트 같은 것을 바머 재킷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이들도 있다. 다음의 사진들을 보자. 패션쇼에 등장했던 작품들로서 바머 재킷의 디자인과 컬러를 화려하게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핀터레스트
▲ /사진=핀터레스트
그러나 재해석이 아무리 뛰어나도 오리지널리티를 제대로 살려 입은 패션의 감각을 따라갈 순 없는 듯하다. 다음의 사진들은 패션쇼, 파티 등에 우리가 '항공 잠바'라고 부르는 녹색 나일론 재질의 바머 재킷을 입고 나온 연예인들이다. 첫 번째 줄 왼쪽부터 켄들 제너(Kendall Jenner·모델),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배우), 커트니 카다시안(Kourtney Kardashian·방송인). 두 번째 줄 왼쪽부터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수),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배우), 엘리 굴딩(Ellie Goulding·가수)이다.

/사진=핀터레스트
▲ /사진=핀터레스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바머 재킷을 패션으로 잘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인터넷을 뒤진 끝에 발견한 이 사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누군지 아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아이유다. 해외 수많은 스타들이 잘 차려입은 열 바머 재킷이 부럽지 않다.

/사진=인스타그램
▲ /사진=인스타그램
바머 재킷을 포인트로 한 아이유의 패션은 어떤 영화와 그 등장인물에 대한 오마주였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바로 알아보았으리라. 바로 1994년 개봉한 '레옹'과 여주인공 마틸다(내털리 포트먼)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제1·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백악관과 DMZ, 할리우드와 뉴욕을 거쳐 아이유와 영화 '레옹'까지 바머 재킷은 참으로 긴 항로를 지나왔다.

영화
▲ 영화 '레옹'의 한 장면. 마틸다가 MA-1 바머 자켓을 입고 있다. /사진 출처=mrmovie-review.com
[남보람 육군 군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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