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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속 터놓고 대화'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 권한울
  • 입력 : 2017.12.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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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 육아로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여, 오늘 저녁 남편과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을 속 터놓고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독박 육아로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여, 오늘 저녁 남편과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을 속 터놓고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20] "저도 회식하고 싶네요. 밖에 나가서 술 마시고 고기 먹고 싶습니다." 밤늦은 시각, 같은 지역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두 아이 먹이고 씻기느라 자신은 저녁도 못 먹었는데 회식 중인 신랑은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전업 주부인 자신이 싫다는 그녀에게 '독박 육아' 중인 수십 명의 엄마들이 위로를 건넸다.

부부가 한마음으로 결혼해 아기도 함께 가졌는데 임신·출산·육아에 있어서는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 10개월의 임신 기간과 출산 후 모유수유 기간을 포함해 최소 1년, 길게는 2년 가까이 술을 마시지 못하는 데다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는 저녁 약속 잡기가 쉽지 않고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을 수 없어 사람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출산 후에는 아기 맡길 때가 여의치 않거나 모유수유를 해야 해 외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거울에 비친, 망가진 자신의 몸매를 보는 기분은 또 어떤가. 전업 주부는 물론이고 워킹맘도 최소 3개월의 출산휴가 기간 동안 '독박 육아'를 경험하게 되는데, 독박 육아를 해 본 사람이라면 '나도 회식하고 싶다'는 저 글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그랬다.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임신 중에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서운했고 때론 미웠다. 배가 불러올수록 나는 퇴근 후 바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 달에 너덧 번 회식하는 신랑의 술자리는 변함이 없었다. 밤늦도록 혼자서 밀린 집안일을 하노라면 왈칵 눈물이 나왔다. 머리로는 일 때문에 회식 자리를 피할 수 없는 신랑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론 그렇지 못했다. 술이라도 실컷 마시고 싶었지만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해 그럴 수도 없었다. 또래보다 일찍 결혼해 임신한 까닭에 공감해 줄 친구도, 조언을 구할 친구도 없었다.

아기를 낳고는 서운함이 더 컸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하며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렸는데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면 가슴이 꽉 막혔다. 보채는 아기를 달래며 끼니도 거르고 남편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버텼는데 남편이 늦으면 나는 24시간 육아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밤중 수유는커녕 집 정리 등 간단한 집안일도 내 몫이 된다.

둘째를 임신하고는 서운함이 더 커졌다. 퇴근하자마자 첫째를 돌보기 위해 달려와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다 같이 잠이 들면 그제서야 들어오는 남편. 잦은 야근과 회식 자리에 일주일에 네 번은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에게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둘째 임신 소식에 어깨가 무겁다며 회사 일뿐 아니라 회식 자리에도 열심인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우리 식구를 위해 열심인 그는 정작 그를 필요로 하는 우리 곁에 없었다.

둘째 출산 후 신랑과 속 터놓고 대화를 했다. 워킹맘인 나는 직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육아에 '올인'하고 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아 서운했다고 했다. 남편이 두 번의 임신 기간을 통틀어 해준 요리라곤 팔도비빔면 끓여준 게 전부인 것도, 만삭의 배로 15㎏의 첫째를 안고 출퇴근길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모두 속상하고 힘들다고 했다. 나는 두 번의 출산으로 몸매도 망가지고 아기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저녁 시간마저 자유로운 남편은 대체 날 위해 무엇을 해주었냐며 하소연했다.

남편은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일찍 귀가하려고 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곧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사적인 저녁 약속도 2주에 한두 번 잡는 게 전부라고 했다. 집에 일찍 오는 날은 첫째와 놀아주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나름 애를 썼다는 것이다. 다만 그 노력이 삶을 제쳐두고 육아에 올인하는 내게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속 터놓고 대화한 후 신랑이 변했다. 요리를 시작했고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다. 요리책을 사 보며 주말마다 가족을 위해 프랑스 요리를 해준다. 마트에 가도 시큰둥했던 남편은 각종 재료와 소스를 살펴 보며 나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평일 저녁에는 일찍 퇴근해 육아에 동참하고, 젖병 세척과 물 끓이기 등을 미리 해둔다. 저녁 약속은 부서 회식 등 꼭 필요한 자리를 제외하곤 가급적 잡지 않는다.

남편은 말했다. 지나고 보니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춰야지' 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가족이 먼저'라는 각오쯤은 있어야 가까스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박 육아로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여, 오늘 저녁 남편과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을 속 터놓고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힘들었던 부분을 나누면 독박 육아에서 오는 외로움이 덜어지지 않을까.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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