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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 왜 중요할까? 주식·대출·부동산에 영향

  • 박동흠
  • 입력 : 2018.01.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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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95]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가고 희망찬 2018년이 밝았다. 회계적으로는 중요한 회계기준들이 새해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어쩌면 올해가 더 다사다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가능하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여러 기업의 재무제표 숫자를 많이 바꿀 수도 있어서 주식시장, 취업시장, 은행 대출, 부동산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계에 관심이 없거나 관련 일을 안 하더라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회계기준 중 하나는 바로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 관련 회계기준서다.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수익이다. 수익을 언제 얼마나 인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존의 회계기준서에서는 재화가 인도된 시점, 용역이 제공된 시점, 건설형 공사의 경우 진행 기준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고, 수익금액은 받았거나 받을 대가의 공정가치로 측정한다고 돼 있었다. 예를 들어 기계장치를 판매하면서 향후 1년간 무상 AS까지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기계장치의 설치가 끝나면 수익을 모두 인식하는 게 통상적인 회계처리였다. 설치 후 1년간 발생할 수 있는 AS 관련해서는 미리 관련 비용을 추정해 부채로 설정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회계기준은 기계장치의 판매, 설치, AS에 대한 가치를 측정하고, 각각의 수행의무가 완료돼야 수익을 인식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과거에는 기계장치의 판매, 설치, AS를 합쳐서 20만원을 받고 설치 완료 후 손익계산서에 수익 20만원을 기록했다면 앞으로는 각각의 행위에 대한 거래가격을 산정하고 수행의무가 이행될 때마다 수익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계장치를 판매하고 설치까지 해도 AS 의무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바로 20만원 전액을 수익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로 설명을 했는데 회계기준서는 더 복잡한 내용이 많아서 실무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회계기준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슈를 얘기 해본다면 과거에는 건설회사에서 장기간에 거쳐 공사를 할 때에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회계기준에서는 특정요건이 충족돼야 진행 기준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엄격하게 바뀔 예정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설형 공사 계약은 완공 때까지 수익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건설회사는 공사 기간 중 수취한 계약금과 중도금이 미리 받은 선수금 성격으로 간주돼 오히려 부채가 더 늘어나는 기현상도 발생될 수 있다.

새로 시행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회계기준은 바로 금융상품 관련 내용이다. 주요 골자만 간단히 소개한다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대출채권에 대해 지금까지는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는 발생손실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왔다. 그러나 바뀌는 새 회계기준에서는 발생손실이 아닌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여신은 향후 1년간의 예상손실을 추정해야 하고 부실여신은 대출 전체 기간의 예상손실을 추정해야 한다. 공정가치 평가를 중요시하는 국제회계기준의 철학이 새 회계기준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이 역시 앞서 소개한 회계기준 이상으로 복잡한 내용이 많은데 독자의 편의를 위해 간단히 줄여서 소개를 했다. 회계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로 인해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증가로 자산과 자본이 감소하고 부채비율이 증가해서 손익과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손실에 대한 추정과 대손충당금 추가 설정 등 복잡한 일은 기업이 해야 하고, 감사인은 적절한 수치가 재무제표에 표시되었는지 회계감사해야 하므로 회계정보이용자 입장에서 사실상 골치 아픈 일은 없다. 기업에서 공시하는 재무제표의 수치가 공정가치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시된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의 손익과 재무구조가 예전 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가치는 새롭게 매겨질 것이고, 손익 악화로 인해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들 수 있고, 해당 기업에서 이미 근무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은행 대출과 부동산시장 등에서 제도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회계는 보이지 않게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회계를 배워야 한다. 새해에는 뉴스와 쉽게 쓰인 책 등을 탐독하며 영어회화 공부하듯이 조금씩 회계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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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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