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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중공업 기업들의 이상한 실적발표

  • 박동흠
  • 입력 : 2018.02.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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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99]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주식 50.75%를 주당 7700원, 총 1조60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헐값 매각 논란으로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졸지에 싱겁게 끝나버리는 모양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대우건설 3분기 실적 기준으로 재무실사를 진행했고 관련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4분기에 호반건설이 인지하지 않았던 대우건설 손실이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고 한다.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 발표 하루 전인 2018년 2월 7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아래와 같이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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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5805억원을 거두었던 대우건설은 4분기 영업적자 1432억원으로 인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누계 실적은 4373억원이라고 공시했다. 4분기도 정상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훨씬 초과 했을 텐데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대우건설에서 이런 실적 결산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분기 때 대우건설은 대기업 상장사치고는 이례적으로 외부감사인에 분기보고서 검토의견거절을 받았다. 회계감사가 아닌 분기 검토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관계로 상장 유지는 되었지만 회사 신뢰성에는 금이 갔다. 당시 검토의견거절의 근거는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 변경을 위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수주산업 특성상 준공예정원가 변경은 회사 수익과 자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회사가 정해 놓은 내부통제 제도대로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회계 처리를 하면 전사 매출액과 자산금액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감사인은 대기업 특성상 회사의 내부통제 제도에 의존해 검토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내부통제 운영의 효과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으니 검토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4분기 결산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연말 회계감사에서 감사인에게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결국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받기는 했지만 숫자적으로 큰 내상을 입었다. 2016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641억원이었는데, 4분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며 2016년 누적 기준으로 467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말았다. 즉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영업적자는 7678억원이었다. 회계정보 이용자 입장에서는 4분기 한꺼번에 부실을 털어냈으니 어쩌면 3분기까지 호실적을 발표한 것조차도 신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대우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717억원을 올렸던 삼성중공업은 2018년 1월 26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017년 연간 기준으로 영업손실 524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즉 4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173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는데, 2018년 2월 9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은 오히려 1591억원 감소한 13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역시 그동안의 이익을 다 갉아먹는 손실이 4분기에 나고 말았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결국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수주산업의 회계는 고무줄 회계라는 오명을 전혀 씻어내지 못했고 분·반기 호실적은 연말에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는 불신만 더 키워 놓은 셈이 되어 버렸다.

매년 이런 결산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투자자가 다시 나타날까?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이미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상황인데 주주들이 선뜻 증자에 참여할까? 2018년도 분기, 반기 중에 아무리 실적을 잘 내놓는다고 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복적으로 이런 결산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들 회사는 이미 신뢰성에 많은 타격을 받았다. 관련 기업 입장에서는 수주산업 회계가 복잡하고 수많은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결산을 했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회사 신뢰성이 달린 문제이니 이제부터라도 중간 결산기에 손실이 예상되면 재무제표에 즉시 반영하고 정보 이용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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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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