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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투복 '카고 팬츠'가 한국에서 '건빵 바지'로 불리게 된 사연

  • 남보람
  • 입력 : 2018.02.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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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27]

◆공사장 작업복? 군복 바지?

우리가 흔히 '작업복'이라고 부르는 바지가 있다. 질긴 소재로 만든 일자 형태의 통 넓은 바지로, 허벅지 바깥쪽에 큰 주머니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바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군대와 공사장이다.

'과연 그게 어떤 바지를 말하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아래의 그림을 보면 '아, 저 바지!' 하고 대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군인들이 입는 군복 바지이고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입는 작업복이다. 이런 종류의 바지를 통칭 카고 팬츠(Cargo Pants)라고 부른다. 'cargo'는 '화물, 짐, 짐칸' 등의 뜻이 있으므로 '짐을 나를 때 입는 바지'라는 뜻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카고 팬츠. 인터넷에 군복바지, 작업복이라고 검색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출처=https://www.aliexpress.com/item/100-Cotton-Durable-Multi-Pocket-Loose-Baggy-Cargo-Pants-Men-Military-Style-Long-Trousers-Black-Khaki/32807403097.html
▲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카고 팬츠. 인터넷에 군복바지, 작업복이라고 검색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출처=https://www.aliexpress.com/item/100-Cotton-Durable-Multi-Pocket-Loose-Baggy-Cargo-Pants-Men-Military-Style-Long-Trousers-Black-Khaki/32807403097.html

◆영국에서 미국으로, 카고 팬츠의 진화

1.'1937년형 전투복(1937 Pattern)'

카고 팬츠의 유래는 1938년 영국 육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영국군 군복은 부대마다 디자인이 약간씩 달랐고 전투복과 근무복을 겸할 수 있는 용도였다. 이에 영국 전쟁부는 1930년대 초부터 단일한 디자인, 단일 목적의 전투복을 군에 보급하기로 하고, 1938년부터 일명 '1937년형 전투복(1937 Pattern)'을 내놓았다.

'1937년형 전투복'은 아래의 사진(그림)처럼 상의 가슴에는 두 개의 큰 주머니가, 하의에는 두 개의 비대칭 주머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바지 우측 작은 주머니는 골반 근처에 있었는데 여기에는 응급처치용 붕대 따위를 넣고, 좌측 큰 주머니는 허벅지에 있었는데 군용 지도 등 부피가 큰 물건을 넣도록 되어 있었다.

1937년형 전투복을 복원한 모습 /출처=이베이
▲ 1937년형 전투복을 복원한 모습 /출처=이베이

1937년형 전투복을 착용한 제2차 세계대전기 영국군 병사의 모습(그림) /출처=https://qmfashion.wordpress.com
▲ 1937년형 전투복을 착용한 제2차 세계대전기 영국군 병사의 모습(그림) /출처=https://qmfashion.wordpress.com

2.'M1942 점프 슈트'

한편 1940년대 미 육군은 적지나 중요지역에 낙하하여 투입되는 공정부대(Paratroops)를 위한 별도의 전투복을 개발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M1942 점프 슈트'다. 원래는 위아래 일체형으로 개발했다가 지상활동에 편하도록 분리했다. 디자인에 참고한 모델은 영국의 '1937년형 전투복'이었는데 외형상의 뚜렷한 차이점은 커지고 많아진 주머니였다. 특히 허벅지 좌우측의 큰 옆 주머니는 휴대, 부수 물자를 넣고 다니기에 딱 좋았다.

제2차 세계대전기 미 공정부대가 입던 M1942 점프 수트를 재현하여 제작한 모습 /출처=: http://www.royaltigergear.com/images/M42_jump.jpg
▲ 제2차 세계대전기 미 공정부대가 입던 M1942 점프 수트를 재현하여 제작한 모습 /출처=: http://www.royaltigergear.com/images/M42_jump.jpg

3.'M1951 야전하의'

'M1951 야전하의'는 1951년 미 육군이 개발한 동계 전투복으로 기존의 전투복 바지보다 두껍고 튼튼했으며 그 위에 바람막이를 겹쳐 입을 수 있었다. 각 부위에는 끈, 단추, 구멍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묶고 조일 수 있었다. 'M1951 야전하의'의 허벅지에 달린 주머니에도 끈이 있었는데 그 목적은 무거운 물건을 넣었을 때 주머니가 처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끈을 밖으로 빼서 허리띠나 상의에 묶는 것이 요령이었다). 실제로 이 끈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두껍고 튼튼한 이 옷은 겨울철 야외 작업을 할 때 아주 유용했다.

1951년을 전후해서 허벅지 양쪽 큰 주머니를 '카고 포켓(Cargo Pockets)'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군복 바지도 '카고 팬츠'로 불렀다.

M1951의 카고 포켓과 끈 /출처=http://armyandoutdoors.co.uk/p/9172402/us-original-arctic-m-1951-m65-trouser.html
▲ M1951의 카고 포켓과 끈 /출처=http://armyandoutdoors.co.uk/p/9172402/us-original-arctic-m-1951-m65-trouser.html

◆우리는 왜 건빵 주머니, 건빵 바지라고 부를까

한편, 카고 포켓을 '건빵 주머니'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한국 육군에서 유래된 것이다. 보급되는 부식이 시원찮고 개인 봉급도 적던 1980년대. 부대에서 나오는 건빵은 유일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주전부리였다. 이것을 봉지에서 한 움큼 꺼내어 상의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가 먹곤 했는데 딱 맞게 입도록 디자인된 민무늬 전투복 주머니 속에서 건빵은 곧잘 부서지거나 땀에 젖어 눅눅해졌다.

그러던 중 1990년부터 개량된 신형 위장 군복이 보급됐는데 이 바지 하의 좌우측에는 카고 포켓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카고 포켓은 건빵을 봉지째로 넣어 다니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이것이 건빵 주머니 호칭의 유래다. 건빵 주머니라는 명칭이 입에 익자 나중엔 바지도 '건빵 바지'라고 부르게 됐다.

군대에서 보급했던 군용 건빵. 부피는 성인의 손 두 개를 합친 것 정도였다. /출처=육군 블로그 “아미누리”
▲ 군대에서 보급했던 군용 건빵. 부피는 성인의 손 두 개를 합친 것 정도였다. /출처=육군 블로그 “아미누리”

(하편에 계속)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 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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