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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와 다른 동물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 송민령
  • 입력 : 2018.02.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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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5] 연예인들의 손바닥만 한 얼굴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뇌까지 작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뇌가 섹시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사람들은 지능에 관심이 많고, 뇌는 지능에서 핵심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에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 인간은 어쩌면 이렇게 다른 동물들보다 영리한 건지 궁금해 한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의 뇌와 어떻게 다를까?

뇌의 크기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영리한 이유로 뇌의 크기가 거론될 때가 많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큰 편이며(아래 그림), 체중과 뇌 무게의 비율을 고려하더라도 인간의 뇌는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약 1.5kg인 인간의 뇌는 4kg에 육박하는 코끼리의 뇌보다 작다. 하지만 코끼리의 뇌가 체중의 560분의 1밖에 안 되는 데 반해 인간의 뇌는 체중의 40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뇌의 크기만 가지고는 지능을 유추할 수 없다고 한다. 침팬지와 소는 둘 다 뇌 질량이 400g 정도지만 침팬지가 소보다 훨씬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붉은털원숭이와 카피바라도 둘 다 뇌 질량이 70~80g가량이지만 붉은털원숭이가 훨씬 더 똑똑하다. 체중과 뇌 무게의 비율도 지능을 유추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돌고래는 체중과 뇌 무게의 비율이 사람과 비슷하지만, 돌고래를 비롯한 고래목 포유류는 신경세포의 밀도가 인간보다 훨씬 더 낮기 때문이다.

사람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뇌. /사진=S Herculano-Houzel (2012) The remarkable, yet not extraordinary, human brain as a scaled-up primate brain and its associated cost. PNAS 109:10661?10668
▲ 사람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뇌. /사진=S Herculano-Houzel (2012) The remarkable, yet not extraordinary, human brain as a scaled-up primate brain and its associated cost. PNAS 109:10661?10668

신경세포의 숫자와 연결 방식

그렇다면 뇌의 어떤 특징이 지능과 관련될까?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뇌는 다른 동물들의 뇌에 비해 단순히 크기만 더 큰 것이 아니다. 신경세포의 숫자도 훨씬 더 많다. 쥐와 같은 설치류의 뇌에서는 뇌가 커지면 신경세포의 크기도 같이 커진다. 그래서 뇌가 커져도 신경세포의 숫자가 크게 늘어날 수 없다. 반면에 영장류의 뇌에서는 뇌가 커져도 신경세포의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숫자를 10배로 늘리려면 뇌가 35배쯤 커져야 하지만, 영장류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숫자를 10배 늘리려면 뇌가 11배만 커지면 된다. 어떤 쥐의 뇌가 사람 뇌의 질량인 1.5kg에 달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신경세포가 120억개밖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질량의 사람의 뇌에는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영장류의 뇌는 다른 포유류 동물들의 뇌와 연결 방식도 다르다. 영장류에서는 대뇌피질이 클수록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늘어나지만, 멀리 떨어진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 결과, 대뇌피질이 커질수록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신경세포들과는 촘촘하게 연결되고, 멀리 떨어진 신경세포들과는 비교적 성기게 연결된다. 이런 연결 특징 덕분에 뇌는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영역(module)들로 구성될 수 있다(아래 그림). 이렇게 영역들이 구분되는 정도(modularity)는 인지 능력과도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i) 뇌 속 부위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의 모양. 같은 영역(module)에 속하는 부위들은 같은 색으로 표시되었다. 색이 같은 부위들 사이의 연결이 색이 다른 부위들 사이의 연결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ii) 그림 (i)의 부위들이 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사진=AK Barbey (2018) Network Neuroscience Theory of Human Intelligen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2:8-20.
▲ (i) 뇌 속 부위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의 모양. 같은 영역(module)에 속하는 부위들은 같은 색으로 표시되었다. 색이 같은 부위들 사이의 연결이 색이 다른 부위들 사이의 연결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ii) 그림 (i)의 부위들이 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사진=AK Barbey (2018) Network Neuroscience Theory of Human Intelligenc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2:8-20.

요리하는 인간

그렇다면 인간은 왜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보다 더 똑똑한 걸까? 인간의 뇌는 다른 영장류의 뇌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신경세포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신경세포를 유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신경세포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를 860억개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뇌는 하루에 약 516kcal의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에너지의 25%에 달하는 양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과 마찬가지로 날 음식을 섭취했다면, 하루 종일 먹기만 해도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화에도 시간이 걸리고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음식을 불로 익혀서 먹는다. 이렇게 하면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 익힌 음식은 인간이 하루 30분씩 3끼만 먹고도 비싼 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인간인 우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영리한 뇌를 사용해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켰고, 복잡한 사회제도를 이룩했으며, 예술작품을 창조하고 철학적인 고민도 한다. 이런 뇌가 고차원적이고 난해한 무엇이 아닌, 음식을 익혀 먹는 것처럼 단순한 활동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참 놀랍다. 동시에 겸손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인간도 먹는 일에 영향을 받는 동물이었다.

출처 [1] S Herculano-Houzel (2012) The remarkable, yet not extraordinary, human brain as a scaled-up primate brain and its associated cost. PNAS 109:10661?10668 [2] Wig GS (2017) Segregated Systems of Human Brain Networks. Trends Cogn Sci. 2017 21:981-996.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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