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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원유·금리 등 대외변수로 기업실적 예측 가능할까

  • 박동흠
  • 입력 : 2018.03.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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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03] 2017년은 대외 변수의 변동 폭이 컸던 해였다. 미 달러화 기준 환율은 연초 1208.05원에서 연말 1071.40원까지 약 11.3% 하락했다. 원화 강세가 되었으니 수입 의존도가 큰 기업은 수혜를 볼 것이고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피해를 볼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기준으로 연초 배럴당 53.72달러에서 60.42달러까지 약 12.5% 상승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17년 3월, 6월, 12월에 각각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우리나라는 11월에 한 차례 인상했다. 미국은 2018년에도 최소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빚이 많은 기업이나 개인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렇게 대외 변수가 급격히 변할 때에는 기업의 민감도에 따라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지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회계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이런 대외 변수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예상할 수 없을까?

누구나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되는 사업보고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업보고서에 첨부되는 재무제표 주석 사항에서 시장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하여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환율, 유가, 금리에 모두 민감한 기업인 대한항공을 예로 들어보자.

2016년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매출액 대비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즉 우리가 100만원짜리 항공권을 구입하면 19만원은 기름값이라는 의미다. 고유가 시절이었던 2013년에는 유류비가 매출액 대비 37%였다가 3년 만에 19%까지 떨어졌으니 기업의 실적은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2013년에 대한항공은 영업적자 196억원을 기록했는데, 2016년에는 1조1208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3년간 저비용항공사(LCC)에 시장점유율을 많이 내어주느라 매출은 정체 상태지만 저유가 덕에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과 사채,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융리스 부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크게 발생하고, 외화 관련 손실 등이 큰 관계로 당기순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외 변수가 많이 변한 2017년의 실적은 어떻게 될까? 2016년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를 이용해 실적을 예상해보자.

연결재무제표 주석 사항 중 시장 위험을 검색해 보면 외화위험관리, 이자율위험관리, 유가위험관리 등에 대한 내용이 공시되어 있다. 그리고 회사가 환율, 금리, 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민감도 분석까지 자세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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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주석 사항에 공시된 회사가 보유한 외화 표시 화폐성 자산과 부채의 내역이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 보유한 화폐성 자산은 9172억원, 부채는 무려 9조9324억원이다. 보유한 화폐성 외화 자산 보다 갚아야 하는 화폐성 외화 부채가 10배 이상 많다. 환율이 올라간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지지만 만약에 환율이 떨어진다면 갚아야 할 부채 금액이 원화 기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즉 요즘 같은 원화 강세 시기에는 대한항공처럼 외화 부채를 갖고 있는 기업에 다소 유리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되는지 [그림 2]를 통해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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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는 주석 사항에 공시된 외화 민감도 분석 내용이다. 회사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 10% 강세인 경우 2016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기준으로 순손익이 무려 9015억원이나 증가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2017년 동안 미 달러화 대비 기준 환율이 11.3% 하락했으니 이 표는 대한항공의 실적을 예상하는 데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회사는 환율, 이자율, 유가 등 각각의 중요 대외 변수 변동에 따라 실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건마다 공시했다.

회사의 주석 사항에 공시된 여러 대외 변수들에 대한 민감도 분석 내용을 정리하면 [그림3]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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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실제 대외 변수 상승 폭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방향성이 일치하므로 2017년 대한항공의 실적은 이 민감도 분석만으로도 예상이 가능하다.

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회사의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이 많이 늘었을 것이다. 유류비는 대한항공 매출원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므로 차입금과 리스 부채의 합이 16조원에 달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 아랫단에 위치한 금융비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림3]에서 확인한 것처럼 회사는 원화 강세로 인해 이 모든 불리한 효과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순이익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예상이 대한항공의 2017년 실적과 일치하는지 회사의 2017년 영업(잠정) 실적 공시자료와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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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2016년 대비 2017년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9561억원, 순이익은 흑자 전환하여 907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7년의 출입국자 수와 운항편 등 영업 환경이 2016년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방향성과 증감 폭에 대하여는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투자자 중 일부는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는 이미 과거 숫자일 뿐이라 크게 의미 없다고 하지만 잘 찾아보면 이렇게 예측 가능한 정보도 많이 있기 때문에 분석력만 갖춘다면 기업의 미래 실적까지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3월은 12월 결산법인들의 사업보고서가 쏟아지는 달이다. 3월 말을 전후하여 상장기업들의 2017년 사업보고서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투자자에게는 1년에 한 번씩 받아보는 기업들의 성적표이자 정보의 보고(寶庫)와 같다. 재무제표 주석 사항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정보들을 잘 찾아내어 투자에 적극 활용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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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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