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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백팩의 효시 '지퍼드 백팩' 아시나요?

  • 남보람
  • 입력 : 2018.03.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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륙색(Rucksack)? 백팩(Backpack)?_하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31] 1. 현대적인 백팩의 효시, 지퍼드 백팩(Zippered Backpack)과 사첼(Satchel).

상업용 백팩의 효시(嚆矢)로는 통상 1930년 말 게리 아웃도어스(Gerry Outdoors)사에서 개발·출시했던 지퍼드 백팩을 꼽는다. 레저, 캠핑용으로 내놓은 지퍼드 백팩은 당대 신기술인 나일론과 지퍼를 도입해 제작했다. 디자인은 오늘날 백팩과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질기고 편리하면서도 가벼워 호평받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 문제였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지퍼드 백팩은 아웃도어 패션 역사에 중요한 방점을 찍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8년 지퍼드 백팩의 첫 모델 /출처 : http://gerryoutdoors.com/our-heritage.php#
▲ 1938년 지퍼드 백팩의 첫 모델 /출처 : http://gerryoutdoors.com/our-heritage.php#

한편 백팩이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학생은 매일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물품을 매일 들고 집과 학교를 왕복해야 한다. 백팩은 체격에 비해 무거운 것을 들기 편하며 양팔이 자유로워 행동을 크게 구속하지 않기에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필수품이다.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학생들 대부분은 교과서 등을 손에 들고 다니거나 끈으로 묶어 다녔다. 그러다가 1930년 중·후반 프랑스에 작은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학생용 가방이 등장했다. 그중 특이한 것은 사첼이라고 부르는 작은 가방이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류 가방과 모양이 같았다. ('사첼'은 옛 프랑스어로 '작은 가방'이란 뜻이었다.) 실제로 아버지나 손위 형제가 사용하던 낡은 서류가방을 물려받아 학교에 들고 다니는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1930년대 캔버스천으로 만든 학생용 사첼(좌), 1940년대 학생이 메고 다니던 가죽 사첼(중), 1930년대 집배원이 들고 다니던 사첼(우) /출처 : 핀터레스트
▲ 1930년대 캔버스천으로 만든 학생용 사첼(좌), 1940년대 학생이 메고 다니던 가죽 사첼(중), 1930년대 집배원이 들고 다니던 사첼(우) /출처 : 핀터레스트

원래 사첼은 하나의 끈을 한쪽 어깨에 메고 다니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어깨끈을 사첼 위 손잡이 사이로 통과시켜 양쪽 어깨에 메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도 1930년대 말 프랑스의 어느 학생이 이렇게 양쪽으로 메는 법을 유행시켰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큰 유행이 됐고 곧 상품화됐다. 이때부터 등에 메는 사첼을 '사첼 백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시청 앞에서의 키스(1950)"로 유명한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Robert Doisneau)가 포착한 사첼을 멘 학생들의 모습. 좌로부터 양쪽에 멜 수 있게 개량한 것, 어깨끈을 손잡이에 통과시켜 양쪽에 멘 것, 등에 멜 수 있게 상품화된 것이다. /출처=http://latribudeselfes.canalblog.com/archives/2015/05/10/32031932.html
▲ "시청 앞에서의 키스(1950)"로 유명한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Robert Doisneau)가 포착한 사첼을 멘 학생들의 모습. 좌로부터 양쪽에 멜 수 있게 개량한 것, 어깨끈을 손잡이에 통과시켜 양쪽에 멘 것, 등에 멜 수 있게 상품화된 것이다. /출처=http://latribudeselfes.canalblog.com/archives/2015/05/10/32031932.html

2. 지퍼드 백팩의 진화형, 데이 팩(Day Pack)

1960년 말에 켈티(Kelty)와 잔스포츠(JanSport)에서 거의 동시에 데이 팩(Day Pack)으로 불리는 작은 배낭을 내놓았다. 크고 튼튼한 군용 륙색과 가볍고 작은 등산·캠핑용 지퍼드 팩의 장점을 합친 형태였다.

데이 팩은 1960년 말 문화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독립, 자유, 도전, 용기의 가치를 중요시하던 미국 청년들 취향에 잘 맞았다. 청년들은 데이 팩을 들고 세계 곳곳, 사회 구석구석을 누볐다.

1960년대 잔스포츠 데이팩 초기 모델 중 하나 /출처=https://www.jansport.com/since1967
▲ 1960년대 잔스포츠 데이팩 초기 모델 중 하나 /출처=https://www.jansport.com/since1967

켈티 데이팩의 기본형 /출처=http://www.eppersonmountaineering.com/day-pack/
▲ 켈티 데이팩의 기본형 /출처=http://www.eppersonmountaineering.com/day-pack/

가방, 배낭류 패의 역사에서 데이 팩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가방의 문화사'를 다룬 한 칼럼에서는 1970년대와 데이 팩을 연관 지어 평가하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신분 고하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 바로 데이 팩이었다'고 썼다.


▲ '데이 팩'의 기본 요소와 특징을 모두 모아놓은 도안 /출처 =http://www.eppersonmountaineering.com/day-pack/

3. 륙색에서 데이 팩, 데이 팩에서 백팩으로

1980년대는 브랜드 백팩의 통일 시대였다. 그 이전까지 가방, 배낭의 세계에는 각기 다른 용도, 기능, 디자인을 가진 륙색, 크락시, 하버색, 냅색, 지퍼드 백팩, 데이 백 등이 우세 없이 공존해왔다. 여기에 유명 패션, 스포츠 브랜드가 뛰어들었다. 1980년대부터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제품들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방, 배낭류의 차이와 특성을 일거에 흡수했다.

하버색과 데이 백의 구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도심의 대중은 브랜드명만으로 충분했다. 대중은 쓸모에 맞는 다양한 배낭을 사용하기보다 여러 가지 필요와 용도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보편화·표준화된 백팩을 선호했다. 아래의 나이키 백팩, 아디다스 백팩처럼 말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백팩. 표준화·보편화된 디자인과 기능,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로고의 전면 배치가 특징이다. /출처=이베이
▲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백팩. 표준화·보편화된 디자인과 기능,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로고의 전면 배치가 특징이다. /출처=이베이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 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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