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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생명체는 지구형 행성에서만 발생하는 걸까?

  • 박상준
  • 입력 : 2018.03.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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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소 박테리아'가 발견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노 호수 /사진=NASA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6]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0년 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조만간 '중대 발표'를 하겠다는 예고를 내놓았다. 발표 그 자체도 아니고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는 예고를 먼저 내놓다니. 뭔가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느낌이었다. 그와 함께 '외계생명체와 관련된 것이다'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드디어 외계인의 신호라도 포착한 것인가? 단 며칠간이었지만 진심 흥분했었다.

마침내 2010년 12월 2일, '중대 발표'가 나왔다. 우주 저편 머나먼 곳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호수가 배경이었다. 모노 호수에서 신종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나사에 낚였다'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일어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은 일반인들에게 곧 잊히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나사의 발표는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획기적이고 중요한 내용인 것이 사실이다. 그때 보고된 신종 박테리아가 '비소(원소기호 As)'를 이용해 DNA를 만든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제껏 지구상의 어떤 생물도 비소를 이용해 DNA 활동을 하는 예는 없었다.

지구형 생물들에게 필수적인 6가지 원소가 있다. 원소기호로 C, H, O, N, P, S. 각각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이다. 인간 같은 고등동물은 물론이고 세균처럼 하등한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이라면 예외가 없다. 그런데 모노 호수에서 발견된 박테리아는 인 대신에 비소로 DNA를 만드는 것이 관찰되었다. 원래 비소는 옛날 우리나라 임금이 사약을 내릴 때 집어넣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그런데 이런 물질을 생명 활동의 기본 원소로 쓰는 생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제껏 우리가 생각했던 생물의 개념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 비소와 관련된 흔적은 없는지도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발표는 다양한 반박 논문들이 나오면서 아직까지도 학계의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다. 비소가 단지 체내에 농축되어 있을 뿐 생명 활동에 쓰인 것은 아니다,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 '비소 박테리아'를 보고한 과학자는 자신의 이론을 소신 있게 고수하고 있다.

사실 이 일을 통해 우리가 성찰해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외계생명체'의 개념을 너무 좁게만 생각해오지는 않았나 하는 것이다. 엄밀한 증거에 입각한 이론 전개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과학자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지구 밖의 외계생명체에 관한 한 과학의 영역을 넘어 선 SF적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영화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1972년에 영화로 만든
▲ 예술영화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1972년에 영화로 만든 '솔라리스' /사진=imdb

영화로 두 번이나 만들어진 '솔라리스'(1961)는 폴란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현대 SF의 고전이다. 솔라리스라는 외계 행성에 파견된 지구인 탐사대원들이 하나같이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몰린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차라리 무시무시한 외계 괴물이 나왔다면 마음의 준비를 했겠지만. 결국 내려진 결론은, 솔라리스에 있는 바다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바다가 외계에서 온 생명체, 즉 지구인들의 정신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는 개별적으로 맞춤형 반응을 보인 것이 극심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솔라리스'는 외계생명체에 대한 상상의 지평을 새롭게 열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인 화두를 제시한 작품으로 명성이 높다. 바로 '우주는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다'는 인식론적 명제이다. 이 작품이 내놓은 '인간은 우주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그 뒤의 문학과 예술철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였던 프레드 호일(1915~2001)은 SF작가로서도 유명했는데, 1957년에 발표한 '블랙 클라우드'에 흥미로운 외계생명체를 등장시켰다. 태양계 바깥에서 거대한 가스 형체가 접근해온다. 그런데 이동 궤적이 밀도와 질량 등 관측된 물리적 수치에 따른 예측을 계속 빗나가자 결국 '어떤 의지를 지닌 지적 생명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한편 가스 생명체 역시 지구 인류와 소통하게 되면서 놀라움을 표시한다. 지구처럼 딱딱한 표면을 지닌 천체에서 어떻게 지적인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스가 환상적인 무늬를 만들어내는 목성. 과연 여기에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을까? /사진=NASA
▲ 가스가 환상적인 무늬를 만들어내는 목성. 과연 여기에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을까? /사진=NASA

이 소설은 고체 표면을 지닌 지구형 행성(화성이나 금성 등)이 아니라 두꺼운 가스로 덮인 목성형 행성(토성·천왕성·해왕성), 혹은 태양 같은 항성에서도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과감한 상상을 전제로 놓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사는 생명체라면, '지구 생명체에 필수인 6가지 원소'라는 개념이 과연 적용될까?

SF에서는 외계의 지적인 생명체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도 흔하게 나온다. 하지만 지구인들끼리도 언어가 다르면 소통하기 쉽지 않은데, 과연 외계인과 대화가 가능할까?

사실 외계의 지적생명체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는 이미 존재한다. 정작 지적인 외계인을 아직 못 만났을 뿐. 다음에는 이 '우주 공통의 언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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